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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Sep 13. 2024

문화의 수수께끼 5

유령화물

저자는 사회 내의 재분배적인 교환제도 및 대인제도(the bigman system)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유령화물(phantom cargo)에 대하여 인류학적 설명을 시도한다. 대인제도란 말도, 유령화물이란 말도 아주 생소한 말들이기 때문에 우선 그것들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정의부터 살펴보자.


'빅맨(big man)'이라는 용어는 전통적인 멜라네시아 사회와 전 세계의 다른 부족 사회에서 관찰되는 사회-정치적 역할을 하는 리더를 가리킨다. 여기서 빅맨은 일반적으로 커뮤니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개인으로, 상속이나 강제가 아닌 복잡한 교환 관계와 개인적 카리스마를 통해 지위를 얻는 사회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리고 '빅맨' 사회 구조는 일반적으로 기술 측면에서 상대적인 단순성과 사회적 계층화의 부족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에서 발생한다. 여기에서 리더십은 선천적으로 보장되지도 않고, 강압을 통해 유지되지도 않는다. 그 대신 '빅맨'은 상호성과 부의 재분배를 통해 영향력과 권위의 위치로 올라가는데, 이런 시스템을 현대 사회의 복잡한 시스템과 연결한다면 일종의 <슈퍼허브> 역할을 하는 소수 엘리트 집단으로 대치할 수도 있겠다.


'유령화물'은 화물숭배(cargo cult)와 연관된 개념인데, 이는 죽은 조상들이 배나 비행기에 특별한 화물을 가지고 실어 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기다리는 풍습이다. 멜리네시아의 피지에서 뉴기니 동쪽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풍습으로 배가 닿을 곳과 비행기가 내릴 곳을 마련하고 기원한다. 이 지역의 화물숭배는 2차 대전 때 미군, 일본군의 비행기가 화물을 싣고 오는 것을 목격한 뒤 고착화되었다고 한다.

해리스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화물숭배에 관한 믿음은 이 지역 원주민들에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발전된다. 2차 세계대전 전에는 조상들이 흰 피부를 지녔다. 그 후에는 일본인을 닮았다고 변화되었다. 그러나 검은 피부의 미국인들이 일본인들을 내쫓았을 때, 사진에 찍힌 조상들의 피부는 검은색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화물이론은 자주 미국인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졌다. 남태평양 뉴헤브리디스 제도의 원주민들은 프럼(John Frum)이라는 미군병사가 미국의 왕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의 부하 예언자들은 미국의 폭격기들이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싣고 착륙했던 곳에 공항을 건설했다. 1970년 한 프럼부락의 추장은 "사람은 거의 2.000년 동안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렸다. 그렇다면 우리라고 프림을 그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저자는 다시 이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이런 화물신앙도 원주민의 헛소리처럼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고 이 신앙을 퍼트리는 우두머리 예언자들이 탐욕스럽고 무식한 자기 종족을 착취하는 악당 또는 자기 최면이나 집단 히스테리를 통해 화물에 대한 생각을 퍼트리는 정신병자라고 일축해 버리기는 쉽다. 공업재화들이 생산되고 분배되는 방식에 어떤 신비로운 요소가 없다면 이 논리는 납득할 만한 이론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기 쉽지 않으며 또 현대국가들의 재화의 분배방식에 왜 이렇게 심한 차이가 있는지 설명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개인의 능력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한국의 경우 대졸 이후 십 년 이상을 공부하여 30대 중후반 대학교수가 된 사람이 65세 정년까지 받는 소득과 연금과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를 딴 의사들이 평생 벌어들이는 소득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는 이 장에서 자신이 제시하고 싶은 사실은 우리 시대에도 정말 화물신화가 있다는 점과 원주민들이 그 신비를 풀려고 애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을 밝히려 한다는 점이다. 남태평양 지역에 파송된 선교사들은 그들이 전한 기독교 신앙이 원주민들의 기독교 해석과 얼마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일부 선교사들은 원주민들이 '그리고 하나님이 노아를 축복하셨다'는 구절을 '그리고 하나님이 노아에게 화물을 주셨다'라고 이해하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선교사들은 기독교 신앙을 가짐으로써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전적으로 성령과 저 세상의 것이라고 했을 경우, 원주민들이 그들을 믿지 않거나 흥미를 잃고 다른 교회로 가버릴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예수와 그의 조상들은 신앙인들에게 화물을 주러 오신다. 그러나 점점 원주민들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화물 가운데 단 한 꾸러미도 얻지 못하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실질적이고 현명한 원주민 지도자들은 선교사들이 철저한 사기꾼이라고 확신했다. 예언자 얄리(Yali)는 전쟁 중 호주의 군대 특무상사의 계급을 받았다. 그는 호주에 가서 그가 화물의 비밀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 즉 설탕공장, 맥주공장, 항공기수리공장, 항만창고 등을 시찰하게 되었다.


얄리는 호주의 도로와 빌딩이 아니라 퀸즈랜드의 박물관과 브리즈번 동물관에서 가장 감명을 받았다. 놀랍게도 이 박물관은 뉴기니 원주민들의 유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박물관에는 여러 가지 이상한 동물의 뼈를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유리 진열장도 있었다. 호주 정부의 한 협의회에서 참가한 얄리는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과 더 닮은 유인원과 원숭이 사진이 실려있는 어떤 책을 보았다.


마침내 그는 진실을 알았다. 선교사들은 아담과 이브가 인간의 조상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백인은 자신들의 조상이 원숭이, 개, 고양이를 거슬러 다른 생물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얄리는 선교사들의 이중성에 분노했다. 얄리는 정부가 부탁한 대중집회에서 기독교의 화물제의를 비웃었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법을 지키지 않으면 화물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었다.

모르즈비 항구에 돌아온 얄리는 화물예언자 구렉과 비밀동맹을 맺었다. 얄리의 보호 아래 구렉은 화물의 원천이 기독교의 신이 아니라 뉴기니의 신들이라는 말을 퍼뜨렸다. 원주민들은 기독교를 배척해야 하고 부자가 되고 건강을 누리려면 자기들의 이교도적인 관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돼지사육과 사냥도 다시 해야 하며, 전통적인 제의행사들이 부활되어야 하고, 수공품도 다시 생산해야 했다.   


중요한 점은 원주민들의 값싼 노동력과 땅을 착취하지 않았다면 식민지 세력들이 그렇게 부를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원주민들은 산업국가의 생산물을 살 돈이 없더라도 그 생산물을 소유할 자격은 있었다. 저자는 화물신화가 이 점을 잘 설명하는 그들의 방식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식민주의-선교사-원주민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유령화물의 이야기는 지금도 전 세계나 사회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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