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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병법과 현대 경영 전략 2

스티브 잡스가 조너선 아이브를 만났을 때

by 박종규

현대의 가장 뛰어난 혁신가의 한 사람인 스티브 잡스는 1985년 자신이 만든 회사 애플의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서 물러서면서, NeXT(넥스트: 혁신적 운영체계를 개발한 소프트웨어 회사)와 루카스 필름의 픽사(Pixar: 컴퓨터 그래픽으로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콘텐츠 회사)를 인수하여 <토이 스토리>란 영화로 재기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당시 파산위기에 직면한 애플의 경영자로 다시 복귀하게 된다. 이제 그는 과거 실패를 경험으로 <선택과 집중 즉 혁신제품의 개발>에 중점을 두게 된다. 이때 당시 애플의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에게 주목하고 그와 공통적인 디자인 철학(단순함 속의 혁신과 사용자 경험 중심)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15년 동안 함께 만든 제품들, iMac(아이맥), iPod(아이팟), iPhone(아이폰) 등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대개의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가 빌 게이츠와 같이 자선단체를 만드거나 자선활동을 많이 하지 않은 까닭에 아주 냉정한 이기주의적 사업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자선사업의 비효율성 때문에 기부하기를 망설였을 뿐 본질적으로 인본주의자였다고 한다. 조너선 아이브는 잡스 사망 10주기에 쓴 추모 편지에서 "Ive believes that Jobs was not distracted by money or power and was instead driven to make something useful for humanity(나는 잡스가 돈이나 권력에 의해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았고, 대신 인류에게 유용한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에 의해 움직였다고 믿습니다.)"라고 회고한다.

이제 다시 중국 고대 병법 혹은 통치술의 기본 틀을 형성하는 [육도 삼략]의 문도 편으로 돌아가자. 여기에서 처음 등장하는 사람은 바로 주문왕과 강태공의 만남이다. 문왕의 스승이란 제목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장에서 주문왕은 편이라는 사관에게 거북점을 쳐보고 명한다. 그러자 점을 친 그의 답은 '위수의 북쪽에서 사냥을 하면 큰 수확이 있을 것인데, 그것은 용이나 이무기가 아니라 공작이나 후작이 될만한 큰 인물이며, 만일 그를 스승으로 삼으면 하늘이 보호하고 그가 3대에 이르러 주나라의 왕들을 보좌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문왕은 '사흘 동안 목욕재계(유비의 삼고초려와 비슷함)'를 하고 위수의 북쪽으로 가서 낚시를 하는 태공망을 만나게 된다.


문왕이 그에게 낚시를 즐기느냐고 묻자 강태공은 "君子樂得其志, 小人樂得其事(군자는 자기의 뜻이 이루어짐을 즐기고 소인은 자기의 일이 이루어짐을 즐긴다)"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인재를 얻는 것과 물고기를 잡는 것의 유사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좋은 미끼로 물고기를 낚는 데에는 세 가지 미묘한 방편이 있습니다. 후한 녹봉으로 뛰어난 인재를 얻어 지혜와 능력을 다 발휘하게 하며, 많은 상을 병사들이 목숨을 바치게 하며, 높은 벼슬자리를 맡겨 신하들에게 충성을 다하게 합니다. 낚시질은 목표한 물건을 낚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지만, 여기에 담긴 뜻은 매우 깊습니다."-육도 삼략, 태공망, 황석공 지음, 유동환 역, 37p, 앞으로 번역문 인용은 이 책을 사용함.

이어서 "낚싯줄이 가늘고 미끼가 뚜렷하면 작은 물고기가 물고, 낚싯줄이 약간 굵고 미끼가 향기로우면 중치의 물고기가 물고, 낚싯줄이 굵고 미끼가 크면 큰 물고기가 물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이치를 발전시켜 보면 대부가 자기 집안에 들어서 나라를 손에 얻을 수 있고, 제후가 자기 나라를 바쳐서 천하를 아우를 수 있습니다... 군주가 자기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모였다가도 흩어지기 마련입니다... 군주가 천하의 이익을 백성들과 더불어 나누는 군주는 천하를 얻고, 이와 반대로 독차지하려면 천하를 읽게 마련입니다."

이 이야기를 오늘날의 기업 경영 혹은 경쟁 전략에 도입하면 단연코 합리적인 가격과 더불어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User interface design: 사용자의 사용성과 사용자 경험과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이 가장 뛰어난 제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리더와 디자이너 혹은 리더와 전략가의 목표가 같은 곳을 지향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자사의 이익에만 몰두하면 사용자 경험을 도외시하게 된다. 상사가 부하 직원들의 심정을 모르면 그들은 경력만 쌓이면 곧 다른 회사로 떠나게 될 것이다. 문왕은 태공망(강태공)의 조언을 듣고 같은 뜻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태공망은 주무왕을 도와서 상(은) 나라를 멸망시키고, 주제국으로 다시 천하를 평정하게 된다.

우리가 원래 의도했던 포터의 [경쟁전략]에서는 구조 분석에 치중하지 적절한 인재 채용의 문제를 그렇게 다루지 않는다. 이 문제는 리더십에 관한 유명한 저서인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와 빌 레이저가 쓴 [B E 2.0, 좋은 리더를 넘어서 위대한 리더로, 이경식 역]란 책의 2장에서 잘 다루고 있다. 2장의 제목은 <결국 사람이다>이다. 서두에서 저자는 "우리 회사 최고의 인재 수무 명을 누가 빼간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별 볼일 없는 회사가 될 것이다."라는 빌 게이츠의 말을 인용한다. 그리고 저자는 1997년 애플로 복귀한 잡스와의 대화의 내용을 소개한다.


잡스에게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그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가장 먼저 구축한 게 무엇입니까? 어디서 희망을 찾았습니까?" 이 질문을 하면서 저자는 아마도 잡스가 염두에 두었던 새 맥킨토시나 객체 지향 운영체제에 대해 가졌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설명할 것을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잡스의 답은 <먼저 사람을 찾는 일 man first>이었다고 한다. 잡스가 처음 한 일은 전환점으로 삼을 계기를 함께 만들 인재들을 찾는 것이었다. 그중에 한 명이 바로 조너선 아이브이다. 그와 동시에 잡스의 경영 철학에 동의하는 애플의 동료들은 자신의 창의성을 증폭할 수 있는 마음의 자전거(잡스가 애플 1을 만들면서 표현한 문구)를 만드는 일에 열광하는 사람들이었다.

위의 책에 나온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경영 지표>는 매출액, 수익성, 현금흐름 또는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것이 아니라 바로 기업이란 <버스의 주요 좌석이 올바른(적합한) 인재로 채워진 비율>이다. 그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혹은 국가)을 만들려면 핵심 보직 가운데 90% 이상을 올바른 사람 즉 적합한 인재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제갈공명 병법, 박광순 엮음] 즉 [제갈량집, 諸葛亮集 ]의 첫째 부분은 장원(將苑: 장군의 용병술)이다.


그리고 공명은 장군의 유형을 다음의 9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위장(威將: 위엄으로 병사들을 이끄는 장군), 덕장(德將: 덕망으로 병사들을 감화시키는 장군), 인장(仁將: 어짊과 인자함으로 병사들을 보살피는 장군), 용장(勇將: 용맹하고 결단력 있게 전투에 임하는 장군), 지장(智將: 지혜와 계략으로 전쟁을 이끄는 장군), 청장(淸將): 청렴결백하여 본보기가 되는 장군, 정장(情將: 병사들과 깊은 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장군), 충장(忠將: 국가와 군주에게 충성을 다하는 장군), 대장(大將: 위의 모든 덕목을 겸비한 완벽한 장군)이다.

[손자병법, 소준섭 역]의 제2편, 작전(作戰: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의 후반에는 인재에 인색하여 실패한 항우의 사례와 인재를 통해 성공을 거둔 한무제를 비교한다. 한고조의 대장군인 한신은 원래 항우의 휘하에 있었으나 항우가 자신의 재능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바람에 유방으로 갔으며, 유방의 책사가 된 진평 역시 항우에게 의심을 받아서 진영을 이탈하여 유방으로 넘어갔다. 요즘으로 말하면 최고 경영자의 신임과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경영 전략가, 산업 디자이너, 마케팅/유통 판매 전문가가 이탈하면 그 회사의 미래는 어둡다.


마지막으로 한무제(漢武帝)의 인재 기용이 성공한 이유를 살펴보자. 그의 인재 등용 원칙은 유재시거 (唯才是擧: 재능이 있으면 발탁한다)이다. 그는 출신보다 능력을 중시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분야별 인재 등용에 학벌이나 문벌보다 실력과 잠재적 가능성>을 중요시했다는 뜻이다. 그는 이 원칙에 따라 현량방정(賢良方正: 지방에서 능력 있는 자를 추천하면 조정에서 이를 대상으로 시험이나 면접을 통해 선발)을 통해 유교를 한나라 이후 중화권의 초석으로 놓은 동중서란 인물을 얻게 되었다. 결국 고대나 지금이나 국가와 기업의 경영에 우선적인 원칙은 바로 인사만사(人事萬事: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다)이며, 앞으로도 어떤 사회 조직이 존재하는 한, 이 원리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예수와 석가도 12제자를 얻어서 기독교와 불교를 창건하였으며, 이는 소크라테스와 공자도 마찬가지이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에서 체계화된 헬레니즘을 어린 알렉산더에게 가르쳤으며, 그의 윤리학과 정치학은 서구 문명의 초석이 되었다. 공자의 사상을 이어서 맹자는 인에 의를 더하여 인의(仁義)에 입각한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정립하여 향후 중국 정치 철학의 기초를 놓았다. 원래 의도와 다르게 글이 진행되는 것을 독자들은 양해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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