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기술자

5. 또 다른 피해자

by 재학

또다시 시계를 보니 새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4시 조금 넘었다. 열 몇 번째까지 시계를 보았던 기억은 있다. 창문이 부옇게 밝아 오는 만큼 머리는 점점 흐릿해져 갔다. 그 의식 가장자리에 소음은 왜 그리도 선명하게 들리는지. 복도에서 사람들 말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고문을 받다 탈출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새벽잠이 없는 걸까? 밖의 소리를 핑계로 일어나기에는 아직도 너무 빠르다. 그래 다시 한번 요동치면 그걸 핑계로 벌떡 일어나자. 새벽부터 설쳐대면 나 역시 같은 인간이 되는 거잖아? 아~ 어렵다.

발동기 시동이 다시 시작되었다. 언제 탈출하느냐를 초침 단위로 계산했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시계를 봤다. 4:43

‘많이 참았어.’

‘더는 못 참겠어.’

이불 속을 빠져나왔다. 네 번째 누워 있는 사람의 머리맡에 스위치가 있었다.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스위치를 더듬었다. 그는 깨어 있었다. 누워 있되 깨어 있음이 분명했다. 불을 켜는 순간 야릇한 기분이 교차했다. 복수한다는 기분과 미안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수도꼭지를 틀어 대충 씻고 나오니 문밖에 네 번째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소리가 깨웠나요? 죄송합니다.”

“아뇨. 밤새 깨어 있었어요.”

기다렸다는 듯이 퍼붓는다.

‘그가 더 소심한 사람인가 보다.’

둘 다 고문을 받았음이 드러났다.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어둠이 서서히 밀려가고 있었다. 아침을 맞이하는 산새의 울음소리,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새로웠다.

골짜기 입구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니 밝아 오는 나무 아래 한 사람이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이 맑은 공기 속에 무슨 담배람?’

‘새벽부터 웬 담배를 피울까?’

‘어지간한 애연가군.’


그는…. 네 번째 사람이었다. 새벽부터 웬 담배를 피워 물었냐는 말도 못 붙이게 하는 표정이었다.

고문 기술자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알기는 할까?

혹시 미안함을 표현하면 뭐라고 해야 하지?

대범하게 괜찮다고 해야 하나? 싫은 표정이라도 지어야 하나?

잠시 후 조심스럽게 들어간 방에서 그들은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았다.

뭔가는 있었는데. 본인들의 잘못이 분명한. 그러나 명확하지는 않은.

어쩌면 깊이 잠들어 자신들의 고문이 효과 없었음을 강요받고 싶은 얼굴이었다. 깊고도 깊은 밤이 그렇게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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