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6. 대인시장

by 재학

그 자전거를 기수가 타게 되었다.

짐 발이라 불리는 자전거는 기수에게 덤프만큼 거대했다. 이제 중학교 졸업한 아이에게 덤프트럭을 안기다니. 엄청난 장난감을 선물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순간도 잠깐, 왕성한 호기심과 뿌듯함이 어깨를 타고 올라왔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것은 모두 사장의 치밀한 계산이었는지 모르겠다. 지난 몇 달 동안 기수의 자전거는 여성용, 앞에 바구니가 달린 분홍색 자전거였다. 그 자전거로 배달 가는 사장 뒤를 열심히 쫓아다녔다. 그 시간이 전수의 시간이었나 보다. 사장은 짐발이를 타고 도로를 천천히 달렸다. 어떤 자동차보다 우선권이 있다는 태도였다. 간혹 빵빵거리는 자동차가 있어도 못 들은 척, 안 들리는 척 무시하는 것도 멋있었다. 두 달 정도 쫓아다녔나 보다. 어디에서 멈춰야 출발이 쉽고, 얼마만큼 뒤에 있는 차는 조심해야 하며, 어떤 차는 무시해도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사장이 입으로 말하면서 가르쳐 준 것은 아니다. 뒤따라가며 배운 것이다. 물론 거래처 상호와 그 가게의 사장 얼굴도 익혀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드디어 사장의 수업이 끝났나 보다. 짐발이에 통 두 개를 매달아 주면서 대인 상회를 갔다 오란다. 대인 상회? 아, 부인이 사장인 가게, 사장은 일꾼이고 부인이 사장이었다. 말도 많고 표정도 맘에 안 든다. 사람을 깔보는 (우리 사장을 무시한다) 눈빛이 별로인 여자다. 무슨 상관이냐. 여성용이 아닌, 짐발이를 몰 수 있는데. 화공약품은 직사각형의 플라스틱 통에 담는다. 사장은 그런 통을 여덟 개나 쌓아서 실을 수 있었다. 뒤에서 보면 머리 높이까지 쌓인 통으로 자전거 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기수는 여느 때처럼 여덟 개의 통을 가지고 나왔다. 사장이 웃으며 두 개라고 했다. 짐발이 옆 고리에 두 개를 걸었다.


그날부터 짐발이는 기수의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반경이 넓어졌다. 여성용 자전거는 사장 차지가 되었다. 사장은 도시 변두리에 공장을 갖고 있었다. 경비실을 통과해야 하고, 주차장과 기계가 있는 멋들어진 공장이 아닌, 잡초가 무성한 밭 가운데 드럼통이 몇 개 있는 그런 공장이었다. 드럼통에는 알코올 등 여러 가지 화공약품이 들어 있었다. 잠금 호스를 열어 통에 옮겨 담아 오는 것이다. 가게에서 공장까지는 자전거로 두 시간 정도 걸렸다. 시내를 벗어나면 순식간에 한적한 길이 나온다. 가로수가 우거지고 자동차도 뜸했다. 길을 따라 드문드문 농사짓는 집들이 이어졌다. 더운 날에는 신발을 벗어 뒤 짐칸에 묶고 맨발로 페달을 밟았다. 가로수 그늘이 시원한 아스팔트 길을 달렸다. 한가했다. 짐발이의 묵직하면서 매끄럽게 굴러가는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장거리 운행 횟수가 늘고, 시간이 흐르면서 기수의 짐발이에 실리는 통도 늘어갔다. 뒤통수만 보이도록 통이 쌓였다. 네 개만 쌓아도 그렇게 된다. 한 통이 30㎏이다. 실력이 되었다고 인정을 했나 보다. 그날 사장은 복개 상가 양동상회에 네 통을 배달하란다. 양동상회는 시내를 가로질러 가야 했다. 도심을 통과하고 몇 개인지 모를 교차로와 두 개의 다리를 건너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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