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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Dec 28. 2023

애매해

중용

1. 고향 친구들 연례 모임이 있다. 이벤트를 했다. 친구들에게 상을 주는 거다. 시상자는 고향마을발전위원장. 친구들 성품을 생각하며 한 달을 고심하여 상을 만들었다.


 ‘조곤조곤 상.

위 사람은 남녀 구분 없이 조곤조곤 말소리로 녹여 주어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여 이 상을 주어 칭찬하니 앞으로도 계속 조곤조곤 속삮여 친구 관계를 만들어 주기 바랍니다. ♣♣마을발전위원장’


‘고향언어 사랑 상.

위 사람은 만나는 사람마다 즐겁게 해주는 능력이 탁월하고 만사 심각할 것 없는 성격으로, 고향을 떠난지 50년이 넘었으면서도 고향 언어를 놓지 않는 고집이 우수 하여 이 상을 주어 칭찬하니 계속 즐겁게, 그까짓거 고치지 말고 살기 바랍니다. ♣♣마을발전위원장’

     

17개 상을 만들고 이제 내 상이 남았다.

내 특징, 성격, 색깔이 뭘까???

'!'

‘애매해 상.

위 사람은 말도 애매해 행동도 애매해서 친구들을 헷갈리게 하는 방식이 특이하여 좀 못마땅해서 이 상을 주어 꾸중을 하니 좀 선명하게 살기 바랍니다. ♣♣마을발전위원장’


그래서 난 애매한 상을 받았다.


2. 중용

명사(고려대학교 한국어대사전)


(1)과하거나 부족함이 없이 떳떳하며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상태나 정도.

(2)동양철학의 기본개념으로서 사서의 하나인 《중용》에서 말하는 도덕론.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도리에 맞는 것이 중(中)이며, 평상적이고 불변적인 것이 용(庸)이다.

(3)아리스토텔레스의 덕론의 중심개념.

   이성으로 욕망을 통제하고, 지견(智見)에 의하여 과대와 과소가 중간을 정하는 것을 이른다.

(4)재능이 보통임. 또는 그런 사람.

     

어떤 말을 들먹이더라도 결론은 가운데, 중간이라는 뜻이다.

어찌 보면 참 쉬운 일이다. 어중간하게 사는 것. 중간만 가면 된다. 검은 소도 옳고 흰 소도 옳다.

      

3. 요즘 내 친구 두 사람을 보면서 이 말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갈등이 2년 가까이 된다. 내가 알게 된 것은 4개월 전이다.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가 있었다. 서로 전화 차단, 한 놈이 모임에 나오면 다른 놈은 결석, (애경사까지!) 서로 엄청난 잘못을 한 것도 아니다. 말투가 거슬려서 쏘아 붙인 것을 트집 잡아 험담을 하고, 어? 네가 나를? 그럼 나도...이게 핑퐁이 된 것이다. 법으로는 명예훼손이라나 모욕이라나. 결국 지난달 결론이 났다.


‘그까짓 것을 해결하지 못하고(않하고) 법에 의존했으므로 둘다 잘못, 주의처분!

옆에서 들은 사람들은 내 일 아니라고 방관한 죄로 경고 처분함’(편 들어 준 죄ㅎㅎ)     

친구들은 말했다.

또라이가 또라이짓 하다 오리지날 또라이를 만나 이 또라이 때문에 애먼 놈이 당했다고.(모두 서먹해졌다.)

치킨 런이라고 하지? 죽을 때까지 덤벼드는 것, 결국 둘 다 망가지는 것을 너도 알고 니도 알면서 멈추지 못하는 것. 성질머리 때문이다.

     

좀 애매하게 살지.

(속으로)욕 한 번 하고 말지.


4. 한때 담배를 피웠다. 맛으로 피운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담배였다. 어느 새벽 출근 준비를 하는데...(샤워 중 그 인간 얼굴이 떠오르면서)스트레스가 몰려 오는 거다. 새벽부터 담배 생각이 물씬 났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참고 참다 불현듯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미친 듯이)

     

중용이란?     

중용이란 이도 저도 아닌 가운데를 취하는 것이 아니란다. 그른 것을 버리고 옳은 쪽으로 가는 것이 중용이라 한다. 금연? 담배가 몸에 해로운 것 다 알고 있다. 그래서 금연을 결심한다. 끊을 방법은 보통 두 가지로 한다.

첫째는 단번에 확 끊는 것이다.

이는 몸에 극단적인 방법을 주어 건강도 해치게 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 많이 실패 한단다.

다른 방법으로 뜨뜻미지근하게 끊는 방법이다. 이 역시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내 몸과 정신, 주변 여건에 맞는 방법을 찾아 최적의 상태에서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중용이다. (당시 중도라는 용어를 썼는데 중용이라 바꿔 쓴다.)2005. 9. 6수 오전 6:00

 

그때 이 글을 왜 썼는지 모르겠지만 그러고도 10년을 더 피우다 끊었다.

     

5. 중용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설정 뿐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필요하다. 남에게든 자신에게든 감정표현이 지나쳐도, 부족해도 탈이다. 너무 많아도 부담스럽고 부족하면 서운하단 소릴 듣는다. 엊그제 뉴스에 식당을 하는 분 이야기가 나왔다. 단골손님에게 10,000원어치 주문한 음식보다 더 주곤 했단다. 어느 날 딱 10,000원어치를 주니 원망의 소리를 하더란다. 호의를 당연함으로 여긴 잘못을 지적하고 싶지만, 정을 못 이겨 적당한 선을 지키지 못한 주인 잘못도 있다고 해야 하는지 원. 과해도, 부족해도 문제다.

      

6. 주자(朱子)는 ‘중용(中庸)’을 해석하기를 “중(中)은 치우치지도 않고(不偏), 어디에 의지하지도 않고(不倚)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無過不及)이며 용(庸)은 ’언제나‘라는 평상(平常)이다.’(中者는 不偏不倚無過不及之名이오 庸은 平常也라)”라고 하였다.


              

난 ‘애매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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