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요즘 등굣길은 노란 우산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은커녕 재잘거림도 없다. 특히 시골 학교는 더 그렇다. 교문 가득 메우며 들어서는 모습은 추억 속 그림이 된지 오래다. 손에 개구리, 장수풍뎅이 간혹 예쁜 들꽃 한 송이 들고 오는 아이? 옛날 한 옛적 이야기다.
자전거 통학이 늘더니 이제는 대부분 자동차가 실어다 준다. 99.9%? 우리학교는 100%가 주차장 to 주차장이다. 거리에 상관없다. 대부분 통학버스로 온다. 간혹 버스를 놓치거나 엄마 아빠 출근길과 같은 방향, 또는 그냥 엄마 아빠 차 타고 오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부모님 차로 등교한다. 당연히 아침맞이 풍경도 바뀌었다.
학교 버스가 도착하면 배움터 지킴이 봉사자분과 나란히 서서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 맞이를 한다.
“어서 오너라.”
“지원이 머리 예쁘게 묶었네?”
“상인아, 아침 먹고 왔지?”
“네~~”
하이 소프라노도 있고 베이스도 있다.
“민지 왜 그래?”
“오빠가…”
벌써 훌쩍이려 한다. 민지네 집 아침 모습이 그려진다. 민지네 엄마 아빠는 바쁘다. 엄마 차에는 포크와 접시가 몇 개씩 있다나? 오는 동안 뒷좌석에서 아침을 먹어야 했고, 그러다 오빠하고 다툰 것이다. 아이도 어른도 바쁘게 살아간다.
오늘은 역할을 나눴다. 봉사자분은 주차장을 나는 교문에서 버스 맞이를 하기로 했다. 교문을 들어서는 버스에 손을 흔든다. 규빈이 활짝 웃으며 두 손을 마주 흔들어 준다. 버스 꽁무니를 쫓던 시선이 멈춘다. 잘못 본 줄 알았다. 여기 동식물 많은 것 알고 있다. 그렇다고 너까지일 줄이야!
골골골 소리를 내며 올라간다. 알 낳을 때 나오는 소리다. 그렇다면? 아니지. 그것보다 저놈이 어디서 나타났지? 버스를 따라왔나? 반경 1km 안에 민가가 없는데…따라가 보자. 걸음이 보통 아니다. 야영생활 이력이 꽤 되나 보다. 안 되겠다. 주무관님을 불렀다.
“저 닭을 어떻게 할까요? 어디서 왔을까? 알 낳으려고 하나 본데, 어떻게 잡아요? 새장에 키울까요? 여기 산짐승 많은데…”
닭보다 내가 더 흥분했다. 몇 개의 질문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저 녀석이 낳을 알 보다는 밤에 안위가 더 걱정되었다. 잡아야 한다. 그래야 너도 살고 나도 좋다. 닭 몰이가 시작되었다. 결론은~ 실패다. 저건 닭이 아니라 새다. 필요에 따라 날기도 하고 달리는 새다. 저렇게 날래니 지금까지 살아남았지.
아침 흠뻑 땀 흘렸다.
닭 네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