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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Sep 13. 2024

약비

같은 말이라도

창문 너머 고구마밭이 짙어진다. 가을이다. 지난주 뿌린 무가 야들야들 올라온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준 덕분이다. 섬세하게 뿌린다고 했는데 수북한 곳이 있고 한 두 개 올라온 것이 있다. 농부에게 물어보니 속아 줘야 한단다. 두세 개 남겨 놓고 속아 주며, 좀 더 크면 한 개만 남겨야 한다고 가르쳐 준다. 저 보드라운 것을 뽑아 버리라고? 옮겨 심으면 안 되나? 그럴 때는 주변 흙도 한꺼번에 옮겨야 산단다. 물을 흠뻑 주어 흙이 촉촉해졌을 때 옮기면 된다고 알려 준다.

      

마침 비가 온다. 시원하게 주룩주룩 쏟아진다. 잘됐다. 오늘은 무를 속아 보자. 퇴근하자마자 옷도 벗지 않고 모종삽을 들었다. 흙도 무 싹도 보드랍다. 새끼 때는 고슴도치도 예쁘다. 한 알만 외로이 올라 온 것, 비리비리 한 것(농부가 이렇게 표현했다), 빠진 곳에 ‘땜방’을 했다. 마침 비가 잦아들어 이동한 싹이 충격 없이 뿌리를 내릴 것 같다.

     

밤새 비가 온다. 세차게 쏟아진다. 굵은 빗줄기에 땅이 패고 뿌리가 드러나고,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달려 나갔다. 다행히 자리를 잡았다. 아직은 누워 있는 녀석들이 있지만 걱정할 상태는 아니다. 아이들 올 시간에 맞춰 배움터 지킴이님이 오신다. 한 손에 우산을 들었다. 어제 무 옮겨 심은 자랑을 하러 나갔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오네요.”

“약비지요.”

약비…?

“김장거리 잘 자라라고 내리는 약비에요.”

      

이슬비 보슬비 가랑비는 많이 사용했는데...


약비(藥비) - 약이 되는 비라는 뜻으로 꼭 필요한 때에 내리는 비를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우천 시 장소 변경

그래서 우천 시가 어딘데요?

     

추후 공고

어디 있는 공고?

추후 공업고등학교?     


금일

금요일?     


중식 제공

중국 음식?

     

국내 성인 3.3%가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문해력을 가졌다고 한다. (YTN 2024. 9. 5 천경록 광주교대 독서교육 센터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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