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62 댓글 6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NAVER say NAVER!

있어 보여서

by SIM Mar 27. 2025

책꽂이를 정리했다. 이 책이 어디서 나왔지! 싶게 많았다. 열다섯 권 묶음으로 스무 개가 넘었으니 꽤 많은 양이다. 이걸 버려?말아? 주로 ‘○○사 통론’이라 이름 붙은 책, 토인비 저 ‘역사의 연구 1.2’는 26년 만에 버리나 보다. 읽었냐고? 그랬다면 진즉 버렸지. 이사 다니면서 부지런히도 챙겼는데, 단지 ‘있어 보인다’라는 이유로 책장을 차지하고 있던, 주로 500페이지 넘는 책들을 버렸다. 물론 이번에도 오른손 왼손 주고받으며 망설이다 결국 다시 꽂아 둔, 다음에 버릴 것이 뻔한 수 많은 책 또 챙겼지만…. 주차장에 내려놓자 지나가는 작은 트럭이 멈춘다. 가져가도 되요 하길래 고맙다고 했더니 부리나케 싣고 간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명확하다. 재미있어야 한다. 쉬워야 한다. 지식? 더 이상 필요 없다. 지금까지 쌓은 지식만으로 충분하다.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또 지식을 넣겠다고? 이런 생각, 맞는지 모르겠다. NAVER say NAVER! 언제 다른 말을 할 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다. 그 전엔 있어 보여서 모았고 지금은 재미있으면 모은다.

      

다시 챙긴 책이 있다.

세계사 편력.

1.2.3이 있다. 인도의 독립 영웅이자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가 썼고 곽복희·남궁원이 옮겼다. (2004. 일빛)

     

9 1931년 1월 14일

오랜 전통의 굴레     


나는 색다른 버릇들이 생겼다. 그중 하나는 아침 일찍, 새벽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는 것이란다. 이 버릇은 지난여름부터 새벽이 밝아 오면서 하나둘씩 스러지는 별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생긴 것이다. 새벽이 오기 전 온 누리를 비추던 달빛 속에 서서히 날이 밝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느냐? 나는 곧잘 이 달빛과 새벽의 다툼을 지켜보곤 한다. 그 다툼에서 언제나 새벽이 이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잠시 동안은 달빛인지 아침 여명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한때가 있더구나.     


34 1932년 4월 25일

세계국가라는 관념

     

네가 내 편지를 읽다가 지치고 당혹스럽지나 않을까 염려되는구나. 더구나 최근에 보낸 두 통의 편지는 필시 너의 인내력을 시험했을 게다. 몇천 년의 세월과 몇천 마일의 거리를 종횡무진했으니 말이다. 만일 내가 네 머릿속에 어떤 혼란을 일으켰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결코 낙심하지 말아라. 그러면 이제 또 시작해 보자.     


42 1932년 5월 8일

코리아와 일본


세계의 역사를 이야기해 나가다 보면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이야기에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중국의 이웃 나라이며, 또 많은 측면에서 중국 문명의 후손이라고 볼 수도 있는 코리아와 일본에 대해 살펴봐야겠다.


51 1932년 6월 1일

북인도의 하르샤에서 마흐무드까지     


아랍인과 사라센인들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두고 이제 다른 나라로 눈길을 돌려야겠구나. 아랍인이 세력을 얻어 정복과 영토 확장을 이루고 다시 쇠퇴해 가는 동안, 중국과 인도 및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부제가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주는 세계사 이야기다. 아버지 네루가 딸 인디라 간디에게 썼다. 감옥에서 편지 형식으로 쓴 세계사 공부다.

‘육체의 부자유는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여러 감정들을 이끌어 낸다. 이 자주 바뀌는 감정들이 편지들에 너무 뚜렷이 드러나 역사가의 객관적인 태도를 잃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쓴다.      


옮긴이는 말한다. 역사는 옛날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거울이 되는 것이 바로 역사인 것이다. 우리가 일본 식민 통치가 유익했다는 일본 극우 정치가의 발언을 망언이라고 규탄하면서도 정작 인도에 대해서는 영국의 시각에서, 베트남에 대해서는 프랑스의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가해자의 관점을 강요하고 있는 절름발이 세계사를 과연 얼마나 바로잡았고 역사를 보는 올바른 눈을 길렀을까?     


옮긴이의 말을 듣고 선택한 몇 안 되는 책이다.     


하나 더!     


모헨조다로, 히타이트, 찬드라굽타, 아소카, 훈족, 칼리프, 동로마제국…

세계사 선생님의 침방울 피하며 듣던 낱말이 주는 아련한 향수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수 1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