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18.지금 뭐하는 거지?

by 재학

어느 휴일 아침 아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불현듯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아들, 집, 현실로부터 벗어 나가고 싶었다. 아무 곳이나 좋다. 낯선 곳이면 더 좋다. 무작정 자동차를 몰아 길을 나섰다. 무의식은 의지를 따른다. 기계적인 운전이 상일을 고향 마을로 이끌었다. 고향. 사실은 아버지 고향이다. 낙조가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조그마한 해수욕장이 있어 여름 한 철 북적거릴 뿐 언제나 조용한 곳이다. 국도를 타고 가다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꺾어 들면 해안선 한적한 길이 나온다. 반쯤 쓸려나간 모래사장 위로 해송이 듬성듬성 서 있다. 2㎞ 더 가면 산 아래 조그만 마을이 있다.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옛날, 마을을 떠나기 전 친구들과 바닷물에 뛰어들어 퍼렇게 변한 입술을 떨며 해바라기를 하던 언덕 위로 언제 들어섰는지 펜션이 몇 채 보였다. 들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지나쳐 내려갔다.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조금 가니 방조제 입구에 작은 휴게소가 보였다. 주차장에 흰색 소형 자동차 한 대만 서 있다. 멀찍이 주차하고 컵라면과 담배를 샀다. 파라솔 아래 앉았다. 방파제 아래 바닷물 철썩이는 소리가 좋다. 담배를 피우고 컵라면 뚜껑을 열었다. 면이 부르텄다. 넋을 잃고 있었나 보다. 소주라도 한잔하고 싶은데, 자동차가 있다. 면 몇 가닥을 후루룩 삼키다 젓가락을 놨다. 입안이 깔깔하다.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적해서 좋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열심히 산 죄밖에 없다. 태양이 방파제 위로 뜨겁다. 돌아가야겠다. 고향마을을 한번 둘러보고 갈까? 밝은 낮에 가고 싶지 않다. 어두워지려면 멀었다. 어디선가 시간을 때워야겠다. 조금 내려가니 바닷가 공단이 나온다. 넓은 도로변에 주차된 차들이 많다. 그늘을 찾아 주차했다. 의자를 젖히고 누웠다. 얼마나 잤을까. 해가 많이 기울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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