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19.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by 재학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중얼거렸다. 돌아가야겠다. 해가 떨어지자 조금씩 어두워진다. 자동차를 돌려 마을로 향했다. 아는 얼굴도 없겠지만 눈에 띄고 싶지 않다. 깜박깜박 불빛을 밝히며 저녁을 맞고 있었다. 동네 어귀에 밝은 가로등이 파랗게 빛난다. 마을이 올려다보이는 바위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어린 시절 이 바위에 앉아 지나가는 배들을 헤아리고는 했었다. 선등을 점멸하며 커다란 화물선이 어둠 속을 헤치고 미끄러져 간다.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화물선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라보면 앞으로 나아가 있다. 옛날에도 그랬다. 저 배보다 빨리 헤엄을 칠 수 있다고, 빨리 달릴 수 있다고 내기를 했었다. 바다를 바라보느라 담배가 다 타들어 간 것을 몰랐다. 하나 더 빼 물었다. 뒤쪽으로 인기척이 들렸다. 라이터를 켠 채로 돌아보았다. 상대방도 바위에 사람이 앉아 있는 줄 몰랐나 보다. 여자였다. 다가오던 여자가 기척을 느끼고 방향을 틀어 돌아섰다. 짧은 순간이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상일 또래였다. 여자도 라이터 불빛에 비친 상일의 얼굴이 낯익은 느낌인 듯한 몸짓이 분명했다. 다시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화물선 선등은 오른쪽으로 멀어져 있었다. 조금 전 여자의 모습이 떠오르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여자의 뒷모습을 쫓는 건지 마을을 보는 건지 상일의 눈이 어둠 속에 머물다 떨어졌다.

‘사는 게 왜 이리 힘들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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