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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Aug 17. 2022

02. 미술관으로 바라보는 북경

비전공자와 아이들에게 더 좋은 미술관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로서 북경에 살다 보니, 관광지나 맛집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북경을 바라보는 시각이 때로 필요하다. 숨을 고르고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는, 조금은 신선한 나들이 장소로서의 미술관. 미술 비 전공자에게는 오히려 편안하고 부담 없는 나들이가 될 수 있다.


특히 COVID-19가 시작된 이후 미술관을 전보다 더 많이 갔는데, 한국을 다녀오거나 북경 밖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기 때문에 북경 도시 안에서 단비 같은 외출을 갈구하다 보니 자연스러워진 일상인 것 같다. COVID 기간 동안 내 자유가 침범 당한다고 느낀 많은 순간에, 그 반대급부로 오히려 짬을 내어 다녀왔다. 아이들이 온라인러닝 하느라 집에 있는 시간에, 내 머리를 식히러 혼자 다녀오는 경우도 있었다. 한 두 시간 정도 다른 세계, 다른 차원 속에 나 자신을 넣었다가 빼면 답답한 코로나 일상을 조금은 더 버틸 수 있는 에너지로 무장하고 나온 기분이 들었다.


북경 온 초기 시절에는 내가 들어본 적이 있는 유명 작가 전시 위주로 갔었다면, 이제는 몇몇 권위있는 기관이나 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전시는 무조건 가게 된다. UCCA, M.Woods, 금일미술관, 중앙미술원 졸업전시회 등 믿고 보는 기관은 평소 전시 정보를 눈 여겨 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가는 편인데, 다행히도 실망했던 적이 없었다.


특히 북경 관련 수많은 책들이 대부분 역사, 관광지, 음식 관련한 내용들인데, 그 속에서 빛나는 (거의) 유일한 예술 관련 서적인 <북경예술견문록 : 중국 현대미술을 탐하다> (김도연. 생각을 담는 집. 2016년)는 작가의 북경 현대미술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내용과 문체 덕에 코로나 시기에 침체에 빠진 나의 활력DNA를 건드려 깨워주었다. 이제는 나의 북경 미술관 나들이 생활에 바이블 같은 책이다.

좋은 책을 만난 행운, 작가님 감사합니다!


위챗(Weixin) 미니프로그램으로 구독하고 있는 주요 전시장 소식들



미술관의 단짝, 커피


즐거운 미술관 나들이를 완성해주는 하나의 활력소는 바로 까페. 북경 뿐 아니라 한국도 그렇겠지만 최근 미술관과 까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 같다. 똑 같은 커피를 마셔도 미술관 까페에서 마시면 더 맛난 것은 왜 일까? 미술 감상이 주 목적이 아니라 커피 마시러 간 적도 간혹 있을 정도이다.

중국미술관 안의 아늑한 NAMOC Coffee, 무무미술관과 짝꿍인 %Arabica, 현대모터스튜디오와 함께 위치한 솔로이스트 커피


나의 지난번 브런치북 <북경 지하철 2호선 성문나들이> 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나에게 있어서 공부와 운동은 혼자 해야만 목표대로 이룰 수 있고, 영화와 미술 전시 관람은 혼자 하면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나도 누군가와 함께 하며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을 선호한다. 혼자 걷다가 보다가 좋은 것을 마주치면 지인들 데리고 다시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늦은 나이에 어린 둘째 육아하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게 바로 이런 때이다. 아주 어릴 때는 미술관에 같이 가면 나도 아이도 집중이 어렵고 내 의도와 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를 보며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함께 미술관에 가서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는 것이 최선임을 깨닫고 있다.

피렌체 여행 중 우피치미술관. 지겨워 바닥에서 괴로워하던 모습 & 그림보다 소화기가 더 궁금했던 둘째. 이 땐 어렸었지..
북경 키스해링 전시와 Robot 전시에서 자기 나름의 재미를 추구하며 관람하는 둘째. 많이 컸다.


여전히 미술관 기념품매장에서 쇼핑하는 것을 더 즐기는 나이이지만, 아이들이 꼭 미술과 관련된 전문적인 길을 가지 않더라도 앞으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미술과 음악 등 예술이 윤활유 역할을 하여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미술관이라는 공간 속은, 전 세계 여러 사람과 여러 세대와 그들의 다양한 경험을 한꺼번에 만나는 매력적 공간이니, COVID 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장소인 것 같다. 더불어 유년기의 대부분을 보낸 북경에서의 추억과 기억을 형성하는 요소 중 하나로서 부담 없이 미술관을 나들이 했던 순간도 한 스푼 포함되길 바란다.

기념품샵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키스해링 디자인 체스판.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러버덕 장난감


기억은 개인의 경험 뿐 만이 아니라 많은 개인들 간의 교류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의식의 강> by 올리버 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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