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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Aug 31. 2022

04. 무무미술관 木木美术馆 (첸량후통점)

미술관을 품은 공간, 공간을 품은 미술관



木木美术社区

무무미술관 / 목목미술관 (첸량후통점)

M.Woods

주소 : 北京市东城区隆福寺街95号银粮胡同38号

위챗 공식계정 : MWOODSARTMUSEUM



원치 않던 긴 휴식

2014년에 개관한 무무미술관 798예술구점(https://brunch.co.kr/@eugenia00/19)에 이어, 2019년 8월에 동성구(东城区) 쳰량후통(钱粮胡同)에 두 번째 무무가 개관했다. 개관 첫 전시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많은 영국의 팝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였는데, 개인적으로 이 전시를 미처 관람하기도 전에 그해 연말 COVID-19이 터졌으며, 무무미술관 2호점은 휴관을 해야만 했다. 이 미술관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도 전에 긴 휴식기에 돌입할 수 밖에 없었다.


과거의 번영을 재현하다

북경에 코로나 사태가 잠시 진정되던 2020년 5월경, 다른 목적으로 이 미술관 근처를 방문했었는데, 첫인상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재방문을 다짐 했었고 이후 애정하는 나들이 장소 중 한 곳이 되었다. 무무미술관이라는 미술관 자체도 매력적이고 개성있는 전시를 진행하기에 그 스타일이 꽤나 마음에 드는데, 무엇보다도 이 미술관을 품고 있는 아늑한 공간에 더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 문화예술중심지로서 개발된 공간에 미술관 및 상점, 까페, 바 등이 예술적 감각을 내뿜으며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미술 전시를 첫 번째 목적으로 두지 않더라도 자주 오고 싶은 그런 공간 - 그 공간의 탄생 배경을 알고 나니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東西무무미술관 2호점이 위치한 곳은 과거 롱푸쓰(隆福寺/융복사)라는 큰 사찰이 있었던 북경 옛 주요 상권 중 하나였다고 한다. 롱푸쓰는 명나라 대종(代宗) 1457년에 창건되었으며, 1687년 청나라 옹정제 때에 라마교 사원으로 중건했다. 북경 서쪽의 후궈쓰(护国寺/호국사)와는 동서 대칭으로 나란히 위치하고 있어서, 롱푸쓰는 '동묘(东庙)', 후궈쓰는 '서묘(西庙)'로 불렸다. 대형 사찰에서 열리던 묘회(庙会)는 많은 사람이 참배하는 제례를 의미하지만, 오락거리가 적었던 옛날에는 이 묘회에 열리는 각종 노점이나 오락적 행사가 사람들의 큰 관심거리였으며, 큰 상권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롱푸쓰 또한 청나라 때 북경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지만,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완전히 파괴되었다. 현재 이 지역은 문화예술중심지로서 특색 있는 장소로 재탄생 되었으며, 무무미술관 2호점은 바로 이 공간 내에 위치하고 있다.

관람을 놓쳐서 아쉬웠던 데이비드 호크니 展


북경의 중심 자금성 가까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 후통 뒤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공간이 '짠!' 하고 펼쳐진다. 무무미술관 2호점은 798예술구 1호점과는 완전히 다른 인상을 주지만, 자세히 보면 콘크리트 소재의 단순하며 탄탄한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에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다른 공간이지만 ‘무무’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무무미술관이 위치한 이 곳 롱푸쓰 문화예술공간 마당에는 각종 이벤트, 광고 전시 등이 끊임없이 진행된다




The British Museum 과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소묘전 (2021년 9월)


미국 현대예술가 브루스 나우먼 Bruce Nauman (2022년 6월)


벨기에 패션디자이너 출신 예술가 마틴 마르지엘라 Martin Margiela (2022년 8월)


이곳 2호점은 1호점보다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이점은 1층에서부터 4층까지 미로처럼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서 관람하도록 되어있다. 관람 동선이 조금 복잡한데 그 복잡함을 이용하여 전시 특성에 맞게 이용하고 있다.


윗층으로 올라가다가 계단 코너에서 만날 수 있는 중세 교회 스타일의 창문, 그리고 이를 통해 보이는 하늘과 후통 지붕들이 사랑스러워서 올 때마다 꼭 멈춰서서 사진을 찍는 포인트이다.


4층 꼭대기는 야외 옥상인데, 북경 중심지 후통 골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전망을 품고 있다. 자금성이 위치한 시내 가까이 갈수록 고층건물이 제한되어 있고 옛 골목과 가옥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불과 4층 높이인데도 이런 뷰가 가능하다.


전시 종류에 따라서 가끔 옥상을 활용한 이벤트가 펼쳐지기도 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소묘전> 관람 당시, 커다란 캔버스 위에 르네상스 시대 그림들 스케치를 마련해놓고 마음대로 색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관람객은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가서 물감을 칠해볼 수 있었다. 실로 오랜만의 붓질이라 나도 참 신나게 즐겼던 기억이 난다.

서로 열심히 칠하고, 서로 열심히 사진 찍어주었던 친구와 함께.


역시나 마지막은 기념품샵을 통해 마무리한다.

뭐 살꺼 없나 눈을 반짝이며 만지작거리는 즐거움.


무무미술관 1호점처럼 이곳도 %Arabica 까페가 입점해있다. 미술관이 오전 11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나는 항상 20분 정도 먼저 도착해서 커피 한 잔 하며 전시 오픈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이 시간도 전시의 일부가 된 듯, 무무미술관을 품고 있는 롱푸쓰 문화공간이 참 멋스럽다.


미술관을 품고 있는 그 같은 공간에, 베트남음식으로 유명한 수수 (苏苏/Susu)와 북경 대표수제맥주 京A(징에이), 그리고 스노보드브랜드 버튼(Burton) 등이 있다.

눈길이 가는 구석구석
전시 관람 후 수수 또는 징에이 방문은 필수!




이 공간 바로 옆 9층짜리 건물도 놓칠 수 없다. 사라진 롱푸쓰 사찰 옛터에 롱푸따샤(隆福大厦/융복대하)라는 이름을 딴 건물만이 남아있는데, 이 건물 9층 옥상에 사라진 롱푸쓰 사찰을 재건한 듯 환상적인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지금은 사찰도 아니고 사찰로 사용되지 않고, 문화공간, 전시장, 전망대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옥상 위 사찰에서 과거 동묘(东庙)의 번영을 상상해보는 그런 공간...

隆福文化中心 9층 옥상. 첫 방문시 놀라움과 신기함의 강한 인상!
붉은 담장을 통해서 바라본 후통 골목 다닥다닥 지붕들. 나는 왜 이 풍경이 그리 좋을까.



공간의 의미

무무미술관 2호점은 2019년 하반기 개관 후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헤치며 현재 5번째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확진자가 줄어들고 늘어날 때마다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하면서도 해외 유명 작가들을 적극 초대하여 소개하며 롱푸쓰 문화예술공간의 핵심 미술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이 곳에서의 전시가 798지점보다는 다소 난해하고 도전적인 작품들이지만, 이 미술관을 품고 있는 매력적인 공간 전체를 방문하는 즐거움 때문에 가급적 빼놓지 않고 관람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이고 특히나 방역이 엄격한 중국이라서 언제 또 어떻게 자유로운 활동이 제한받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가능할 때마다 최대한 미술관을 방문하려는 노력 또한 하게 된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긍적적인 측면일 수도 있겠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틈나는대로 노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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