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금, 현재를 위한 다채로운 미술관
今日美术馆
금일미술관 / 진르메이슈관
Today Art Museum
주소 : 北京市朝阳区百子湾路32号
위챗 공식계정 : today_art_museum
금일미술관의 한자 이름인 ‘今日’에 따라 영어 이름도 Today Art Museum이다. ‘오늘’ 미술관이라니!! 그 이름을 처음 듣고는 무조건 그냥 마음에 들어버렸다. 게다가 일반적인 베이징 예술의 중심인 798예술구나 차오창디 지역과는 뚝 떨어져서, 베이징 시내 상업지역 가장 복잡하고 고층건물이 많은 궈마오(国贸) 지역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바쁜 비즈니스맨들과 트렌드를 이끄는 세련된 상점들로 가득 찬 지역 가운데 홀로 망중한을 즐기는 듯 보이는 미술관 - 옛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이지만, 미술관이 위치한 지역 특성 때문인지 ‘오늘’ ‘지금’이라는 이름과 더욱 잘 어울린다.
금일미술관은 기업가 장바오취엔(张宝全)이 2002년에 설립한 중국 최초 민영자본의 비영리미술관이다. 메인 건물인 1관은 건축가 왕후이(王晖)가 옛 맥주공장 보일러실 건물을 활용하여 현대식으로 설계하였는데, 독특한 사다리꼴형의 외관과 Z자형 출입구 계단을 갖추고 있다. 중국이 WTO 가입 이후 국제규격에 맞게 처음 지은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2관과 3관은 일반적인 현대식 건물로 1관 앞 뒤에 위치하고 있다. 건물 외관과 주변에 있는 작품들 포함하여 현대 미술 작품 1,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20년 기간 동안 중국 민영미술관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을 모색하며, 합리적 자금 흐름 구조와 체계적인 미술관 시스템 구축을 시도함으로써, 중국 현대미술의 발전을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금일미술관을 처음 방문하면 건물에 입장하기도 전부터 눈이 휘둥그레진다. 붉은 벽돌 외관도 멋스럽지만, 그보다도 미술관 건물 주변에 예술 작품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야외에 아무렇지도 않게 소위 ‘쿨하게’ 놓여있는 작품들. 알고 보면 중국 유명 작가들의 유명 작품들이라는 것에 다시 놀라게 된다.
메인 건물인 붉은 벽돌 건물의 꼭대기에 사람 형상의 은색 조형물들이 일렬로 걸터앉아 있는, 왕지엔웨이(汪建伟)의 <看展览 (전시회를 보다)>. 옥상에서 관람객들을 내려보는 듯, 또는 저 멀리 궈마오의 고층빌딩을 감상하듯 유쾌한 작품이었다.
무엇보다도 금일미술관의 시그니쳐인 주차장 앞 조형물, 위에민쥔(岳敏君)의 ‘石生像(석생상/Portrait of Shisheng)’이 인상적이다.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 중 한 명인 유명한 작가 위에민쥔, 그의 특유의 박장대소하는 풍자적 얼굴들을 한 조각이 금일미술관의 첫 인상으로 강렬하게 자리 잡았다. 이 작품 역시 몇 년 전부터 이 작품은 사라지고, 해당 전시마다 종종 다른 작품으로 대체된다.
아쉽게도 코로나 기간을 지나며 미술관 외부 작품들이 많이 사라지거나 교체되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금일미술관의 특징과 정체성을 나타내던 작품들이라 옛 사진첩을 꺼내보며 기록해본다.
2관 건물로 향하는 모퉁이에는 중국 현대 조각의 거장 수이젠궈(隋建国)의 ‘侏罗纪时代 (주라기시대/Jurassic Time)’가 2층 창가에 빼꼼히 설치되어 있었다. 작품인지 아닌지 살짝 헛갈리는 장난스러움이 흥미롭다.
또한 1관 까페 뒤쪽에서 3관으로 향하는 곳에 뤼슌(吕顺)의 ‘최후의 만찬 (最后的晚餐)’이라는 매우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다. 거대한 규모와 돼지들이 돼지를 먹는 징그러운 만찬을 표현한 충격적이고 강렬한 비주얼 때문에 오가는 사람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작품이었다.
내가 금일미술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전시하는 미술관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1,2,3관 풀 가동하며 일년 내내 참으로 열심히 전시를 개최한다. 그리고 전시의 내용, 작가, 주제, 구성 등도 대중적으로 흥미로운 것들이 주를 이룬다. 지금 현재 오늘을 살아가는 북경의 남녀노소 누구라도 예술을 즐겁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전시가 많다.
瞿倩梅 《皈依》 / All roads lead to 'Tibet' (2016)
일본 에도시대 우키요에 판화전 (江户时代浮世绘原版珍藏展) (2021)
반 고흐도 사랑했다고 하는 일본 부세화(우키요에) 전시가 크게 개최되었다. 책에서만 보던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파도 그림 ‘The great wave of Kanagawa’와 후지산의 계절적 변화를 묘사한 ‘Fine wind and sunny climate’을 실제로 보니 신기했던 경험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의 세계 (2021)
한 때 재패니메이션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을 소환하는 전시. 사춘기 시절 나와 친구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일본어를 공부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던 그 시절의 문화. 북경에서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추억이 방울방울 솟는 기분이었다.
이탈리아 가구 디자이너 가에타노 페세 Gaetano Pesce (2022)
파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곡선의 예술 작품같은 가구를 보았다. 가구에도 철학과 문화가 이렇게 잘 녹아들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직접 보고 느낀 계기였다.
스웨덴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Erik Johansson (2022)
환상적인 사진 전시 뿐 아니라, 초현실주의 사진을 촬영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사진 속 한 장면이 되어 마음껏 촬영해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서 아이들이 매우 즐거워했던 전시였다.
네덜란드 대형 설치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 Florentijn Hofman (2022)
전세계 곳곳 강과 호수에 떠있는 거대한 노란 오리, 러버덕의 창시자 호프만의 아주 경쾌하고 행복한 전시.
폴 세잔 작품들로 구성된 이머시브 전시 <Seasons of Cezanne> (2023)
실물 작품이 아닌 이머시브(몰입형, Immersive)를 선호하진 않았지만, 할일은 밀려있고 마음은 산란할 때 세잔의 그림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들로 360도 꽉 채워진 공간에서 모든 것을 잊고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금일미술관 전시를 마치면 자연스레 기념품샵과 까페로 연결이 된다.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이 공간에서 커피를 안 마시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더 어렵다.
까페와 기념품샵, 서점까지도 전시의 연장선상인 듯 긴 여운을 주는 금일미술관. 전시관람이 주된 목적이 아니더라도 근처 지날 일 있으면 잠시 들러 개성 있는 미술관 외관과 야외 작품들 둘러보고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으로도 다채로운 예술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같다. 집 주변에서 벗어난 시내 나들이만으로도 설레는 기분, 더불어 전시 관람 후 궈마오 지역의 상점 구경과 맛집 탐방은 덤! 한 마디로 기분 좋은 포만감을 선사해주는 미술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