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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인 사람이 되어라

결혼하고 아기가 되어 버린 나를 되찾아라

by 지은이

곧 한국으로 복귀할 그날만을 생각하면 불안하고, 두려운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생각해 보면 뭐 별거라고 떨어져 지낼 수도 있지, 영영 떨어져 사는 것도 아닌데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불안하고 두려운 걸까?


결혼하고 나는 어느새 그가 없인 살 수 없는 의존적인 사람이 된 것일까?


날씨가 좋은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하루종일 넷플릭스만 보다 보니 의욕이 저하되는 거 같았다.

억지로라도 즐거움을 찾아보려 프랑스어 수업을 예약했다.

(Preply라는 어플로 1:1 수업을 하는데, 프랑스어 선생님은 거의 나의 심리상담사이자, 이곳에 없는 불어를 구사하는 친구이다.)


나는 선생님한테 이것저것 내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불어로 말한다. 선생님은 열심히 문법을 고쳐주고 나는 배운다고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일상을 공유하다 보니 요새 만나는 어느 사람보다 가까운 느낌이 든다.


오늘은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좀 우울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수업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에 돌아가서 못 만났던 친구도 만나고, 일상에서 벗어나서 혼자 골프도 좀 치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라고 했다. 너무 간단하지만 스스로는 생각하지 못한 것을 듣고 나니 '그래. 그렇지.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는 거야!'라고 그제야 들었다.


혼자서 어떻게 살지? 지난번처럼 자꾸 우울해만 지면 어쩌지? 걱정에 자꾸만 아래로 빠져들고 있던 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다. 자신은 없었지만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말했다. 혼자서 돌아갈 그날을 생각하면 작아지고 두려워지지만, 긍정적인 면들을 생각해 봐야겠다.


하고 싶었던 취미도 다시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근데 친구들이 다 아기엄마라 나랑 놀아줄 친구가 없다. 하하 내 나이대 여자들의 문제일까? 아님 한국 엄마들의 문제일까? 선생님은 한국 사람들이 아기를 가지지 않으려고 하지 않냐? 물었다. 나는 한국의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두 명이 남녀가 만나 하나의 자식을 낳기 때문이지, 아예 자녀를 낳지 않는 친구들은 생각보다 드문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내 주변의 친구들은 적어도 한 명의 자녀는 있다. 꼬맹이들을 케어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에 바빠, 나를 만나 줄 친구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서 이루지 못한 깨백을 위해 골프연습장도 좀 다니고, 불어공부도 꾸준히 하고, 뭐라도 해봐야겠다! 의지를 다지자. 미리 걱정하지 말자. 닥치고 나서 걱정해도 된다. 나는 이번기회로 더욱 독립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다. 기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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