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그녀들처럼
난 지난 주말 긴 산행을 했어
새벽에 가는 산행에는 장점이 여러 가지야
첫째는 유명한 산일수록 인파가 몰려서 내가 산을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보는 걸 피할 수가 있어
둘째는 조용한 산을 온전히 느끼며 오를 수 있다는 점이야
셋째는 등산을 마치고 많은 인파 속에서 기분좋게 유유히 사라진다는 점이야
그 이른 시간에 등산을 한번 하고 나니 이른 시간에 주는 고요함은 같이 동행하는 친구들도
느끼는 점이야.
이번 산은 청송에 있는 주왕산이야
기억나니? 너를 만났던 첫 직장에서 지금은 워크숍이라고 말하는 것을
그때는 직원 단합대회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 나이 많은 아저씨들 틈에서 술을 열심히 먹었고
그 숙취로 인해 그다음 날 주왕산은 식당만 보고 왔던 기억이 있어
그때 이후로 주왕산은 처음이었어
오를 때는 계속 계단의 연속이라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는데
정상에 오르고 반대편으로 내려오면서 이 산이 왜 국립공원이며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는지
알겠더라고 암튼 그 웅장함에 감탄의 연속이었어
너도 가보지 않았다면 식구들이랑 산책로 길만 갔다 오는 것으로 추천해
얼마 전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소설책을 읽고 있다고 이야기한 거 기억해?
순례길을 걷는 주인공 옆에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의사 이야기를 들려줄까 해
그 의사는 췌장암을 1000번이나 넘게 수술을 한 의사였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췌장암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아는 의사가 현재 본인이
췌장암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았다는 이야기였어
그 의사는 이야기해. 의사라는 직업은 하늘에서 주신 능력이었다고
그 능력을 다했기에 이제는 하늘에서 데리고 갈려고 하는 거라고
그래서 본인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이야기 하지만 주인공은 너무 불공평하다는 거야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한 의사가 능력을 다했기에 자기 전공분야의 병을 주고 하늘에서 데리고 간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아 또, 질문을 남기고 답변을 받아
저렇게 많은 사람을 수술했고 사람을 살렸는데 저 의사는 왜 자기의 전문분야의 질병에
걸리게 되었냐고 그것이 정녕 하늘의 뜻이냐고 물었어
그 질문의 답변이 허를 찌르는 느낌이었어
답변은 다음과 같아
"본인의 소명을 다하지 못했기에 하늘에서 그 사람을 데려가는 것이라고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것에 소명이 있다, 다만 그 살리는 것은 기술로 살리는 것이 아닌
췌장암에 대해서 천 번을 넘게 수술을 집도 하면서 이 병이 걸리는 원인을 연구하고
더 이상 사람들이 이 병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 의사의 소명인데 그 소명을 이루지
못해기에 하늘에서 의사의 목숨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 듯 한 이야기인데 또 한편 수긍은 쉽지 않은 이야기야
이걸 보면서 난 또 생각에 잠겼어
난 무슨 소명을 갖고 태어났지?
넌 무슨 소명을 갖고 태어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