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걸 이제야 알다니
2022년 10월 9일 한글날에 오른 한국의 영남알프스라 부르는 간월재의 그 느낌이 좋아서였을까
단풍놀이에 의미를 부여했던가 우리는 단풍이 유명하다던 청송의 주왕산을 간다.
이때도 산을 타야지가 아니라 단풍이 지는 이 계절에 그래도 단풍산을 함 가볼까였다.
단풍철이니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새벽에 나섰다.
역시 새벽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주왕산은 첫 풍경 또한 남달랐다.
나에게 있어 주왕산의 기억은 사회 초년생 시절 첫 직장에서 가을 워크숍으로 그때는 야유회라 불렀다.
1박 2일로 주왕산을 찾았으나 산은 올라간 기억은 없고 열심히 따라주는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불렀던 장소로 기억한다.
1박 2일이나 있었으면서 산에 대한 기억은 1도 안 나는지 어쨌든 나에게는 첫 주왕산이나 다름없다.
멀리서 보이는 울긋불긋 단풍에 기분은 그냥 좋다.
올라가는 초입에 자연이 빚어 놓은 색에 감탄을 하며 오른다.
그 감탄은 조금 뒤 무한 계단에서 후회를 하지만 아직까지는 마냥 행복했다.
이 당시에는 열심히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무식하게 호흡도 생각하지 않고 올랐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지 못해 누가 오자고 했냐며 오르기 전 그 풍경의 감탄은 어디에도 없었다.
발 빠른 일행이 먼저 올라가 기다리는 동안 연신 전화를 해 댄다.
"어디까지 왔어? 여기 너무 추워 얼른 와 " "우리도 열심히 가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
이렇게 차분하게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먼저 올라간 일행은 내 동생이었고, 동생은 분명 나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고, 나도 죽을힘을 다해 올라가고 있으니 좀만 참으라고 짜증을 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오른 산은 다른 산에 비해 정상에서는 감탄을 자아 낼만큼의 풍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르는 동안 보여주는 풍경이 너무 좋았던 산으로 기억한다.
이건 사진으로 다 담아내지는 못한다.
주왕산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높은 산이 아니었다.
1,000m도 안 되는 산을 그렇게 힘들어했던 것인가? 올해 다시 가 봐야겠다.
주왕산을 올라서 왔던 길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 뒤쪽으로 내려갔다.
주봉 ▶ 칼등고개 ▶ 용추폭포를 경유해서 원점 회귀를 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거리가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말소리로 점점 알 수 있었고, 폭포 쪽으로 가면 갈수록
여기가 유명관광지가 맞는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산은 조용히 새벽에 오를 때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우리의 이른 시간 산행은 아마도 이때 정해진 듯하다.
시간이 지나 보니 주왕산은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였다.
그때는 물통 하나만 들고 올라가던 아저씨가 어떻게 저렇게 가볍게 오를수 있냐고 했던 것이 2년이 지나 돌아보니 집 앞에 있는 앞산처럼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이라 생각한다.
처음 주왕산을 오는 분들이 있다면 관광명소만 걷다가 돌아가지 말고 꼭 산을 오르기를 추천한다.
아래에서 보는 풍경도 멋지지만 산을 오를 때 보이는 풍경이 우리나라 산에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냐고
감탄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