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는 같지 않아도 따뜻하다
서로 다른 채로, 함께 살아가는 법
연애를 오래 했지만, 결혼하니 여전히 낯선 부분이 있었다.
우리는 참 많이 다르다.
나는 물놀이를 좋아하고 바다에서 하루 종일 놀아도 지치지 않지만, 남편은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놀이기구를 타며 신나게 하루를 보내고 싶었지만, 남편은 사람 많은 곳을 힘들어하고 놀이기구를 잘 못 탄다.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남편은 땀을 흘리고 배탈이 나기도 한다.
나는 풀어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남편은 결론부터 말하길 원한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고, 남편은 더위를 많이 탄다.
나는 느끼한 음식을 싫어하지만, 남편은 햄이나 만두 같은 인스턴트를 좋아한다.
나는 새로운 곳을 구경하러 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남편은 조용히 쉬는 걸 선호한다.
나는 음악이 크게 들리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귀가 울리지만, 남편은 볼륨을 높여 듣는 걸 좋아한다.
나는 궁금한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 남편은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사람이다.
연애를 오래 했는데도 이 다름은 어쩔 수 없었다.
함께 사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이해를 요구했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내가 말하면 그가 침묵했고, 그는 단답으로 대답하곤 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다 보니, 오해가 쌓였다.
답답함, 서운함, 체념, 화.
감정은 그렇게 차곡차곡 쌓였다.
결혼이 이런 걸까 싶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 믿었는데,
함께 살면서는 오히려 ‘서로를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줄 알았던 마음은,
말하지 않으면 도무지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예전엔 쉽게 사과하지 않던 남편이 요즘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말투가 나를 상하게 했다는 걸 스스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풀린다.
우리가 다투고 나서도 대화를 이어가려는 이유는 결국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서로 다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유를 알게 되면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마음이 누그러진다.
내 입장에서만 보면 도무지 이해되지 않던 행동이,
그의 입장에서 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직접 이야기하거나, 때로는 문자로라도 마음을 전하며 우리는 조금씩 배워왔다.
남편이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 오거나, 커피 한 잔을 타서 내밀 때 마음이 풀린다.
나는 그런 남편의 행동에 슬며시 미소 짓는다.
나 역시 그가 좋아하는 걸 챙겨주며 다가간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그 안에 “괜찮아, 우리 다시 괜찮아지자”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살다 보면 서로의 차이가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사랑은 닮아가는 게 아니라, 다른 채로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오늘도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며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중이다.
결국 결혼은, ‘맞춰 가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가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다르지만,
같은 집에서, 하루를 함께 살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게,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