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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멈춰서, 다시 나아가기 위해

일상에 지쳐 떠나지만, 결국 돌아와야 할 이유를 찾다

by 다복퀸
여행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것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가끔은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집안일, 밀려드는 일, 아이들 챙기기, 그리고 해야 할 일들.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도 이상하게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듯한 허무감이 밀려온다.

그럴 때면 문득 떠나고 싶어진다.

책임감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고, 힘든 현실을 잠시 잊고 싶다.

어디든 좋다. 바람이 부는 곳이라면, 조금은 다르게 숨 쉴 수 있는 곳이라면.


파도 소리를 듣고 탁 트인 바다를 보면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아이들이 모래를 쌓으며 웃고, 물에 들어가 신나게 뛰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 걱정도, 피로도 없다.

‘다시 힘을 내야겠구나.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그 단순한 생각이 마음 한가운데 고요하게 자리 잡는다.


캠핑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푸른 나무와 파란 하늘이 머리 위에 펼쳐질 때, 마음이 잔잔해진다.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불빛 앞에 앉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별을 올려다보는 그 시간.

그 평범한 순간이 참 행복하다.


여행을 다녀오면 늘 같은 생각이 든다.

‘다녀오길 참 잘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웃는 모습이 가장 오래 남는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근처라도, 이렇게 함께 웃는 시간을 자주 만들자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내 마음을 가장 즐겁게 한다.


자연 속에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파도, 새, 풀벌레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람이 볼을 스치고,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쬘 때,

답답하고 힘든 마음이 조금씩 털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 순간, ‘그래, 다시 힘내자’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다시 살아갈 이유가, 다시 견뎌낼 이유가, 거기에 있다.


살다 보면 해결되지 않는 일이 생기고,

그 일이 마음을 옥죄어 올 때가 있다.

벗어나고 싶어 떠나고 싶다가도,

결국에는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걸 안다.

여행은 도망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숨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른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으로 하루를 맞는다.


여행은 늘 나에게 같은 걸 알려준다.

삶은 버티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는 일이라는 걸.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지켜주고 싶고,

지금의 평범한 하루가 이어지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살아간다.


아마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하는 게 아닐까.

떠남을 통해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찾기 위해서.

결국 여행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건

다시 살아가고 싶은 마음,

그 소중한 의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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