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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Mar 07. 2024

영화<어바웃 타임>-성찰하는 삶

시간여행의 비밀

순진한 젊은이 팀은 사랑이 가득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부자간에도 친구처럼 따뜻한 대화를 하고 탁구를 치고, 매일 가족 전부가 집 근처 해변에서 티타임을 갖고, 자녀들이 이성 친구를 찾을 수 있도록 연말에는 집에서 파티도 열어준다.  

21살이 되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 집안 남자들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비밀을 이야기를 해준다. 어두운 곳에 가서 주먹을 불끈 쥐고 원하는 시점을 생각하면 그때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과연 팀은 이 능력을 어디에 쓰며 살 것인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팀은 최초의 시간여행을 21살 때 연말 파티장으로 다. 옆에 있던, 자신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폴리와 자정을 알리는 시각에 키스하지 않아서 그녀를 실망시킨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괴로웠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 그녀와 키스하는 것으로 장식한다.

다음 해 여름에는 여동생의 남자친구 지미의 예쁜 사촌 여동생 샬럿이 그의 집에 머물렀는데, 팀은 그녀에게 관심이 있지만 서툰 매너 때문에 망치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시간을 되돌린다. 그녀가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 밤에 가서 고백을 하지만 그녀는 더 일찍 고백했었어야 한다고 하고, 과거로 시간을 되돌려 고백해 보지만 그녀는 마지막 날에 하는 게 좋았을 거라고 한다. 결국 팀은 시간 여행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는다. 그것으로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의 집안 남자들 중 할아버지는 그렇게 얻은 시간을 돈 버는 데에 썼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불행했단다. 교수인 아버지는 세상의 모든 책을 읽는 데 썼다. 덕분에 50세에 이른 퇴직을 하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팀은 사랑을 찾기 위해 그 시간을 쓰겠다고 마음먹는다.


성인이 된 그는 독립하고 런던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는데, 아버지의 친구인 유명하지만 까칠한 극작가 해리의 집에 세 들어 살게 된다.

그는 암흑의 상태에서 데이트를 하는 블라인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케이트 모스를 좋아하는 메리라는 여성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전화번호를 따지만, 해리의 연극공연에서 배우가 대사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공연을 망하고 그것을 고쳐주느라 시간여행을 해서 그녀의 연락처가 지워지게 된다. 실망한 팀은 유일한 단서인 케이트 모스에 의거해서 그 사진전에 가서 무작정 그녀를 기다리고 다시 만나는 데 성공하지만 그녀는 그를 처음 보는 것이고 이미 그사이에 다른 남자 친구가 생겨버렸다. 그는 그들 둘이 만난 파티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여 그녀와 먼저 데이트하고 그녀와 사귀게 된다. 둘은 서로 사랑하며 같이 사는데, 어느 날 팀이 친구와 극장에 갔다가 첫사랑 샬럿과 마주친다. 그는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며 시간여행을 하고 그녀도 팀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그녀의 집으로 데려가지만 정신을 차린 팀은 돌아서서 집으로 달려가서 메리에게 청혼한다.


결혼식을 의 집에서 할 때 메리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팀이 좋아하는 “일 몬도” 음악에 맞추어 입장한다. 밖에는 폭풍우가 불고 다들 비에 쫄딱 젖지만 모두 즐거워한다. 피로연에서 친구들이 축사를 엉망으로 하자 팀은 결국 시간을 되돌리고 결국 아버지가 감동적인 축사를 한다. 혹시 비가 안 오는 날로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메리는 완벽한 결혼식이었다며 행복해한다. 딸 포지가 태어나고 그는 순간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더이상 시간 여행이 불필요하다고 느낀다.

 

딸의 생일 파티를 여는데 지미와 불행한 생활을 하는 여동생 키켓이 그와 싸우고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해서 오다가 교통사고로 심하게 다친다. 동생을 사랑하는 팀은 사고 전으로 돌아가서 직접 동생을 무사히 데리고 온다. 그러나 지미와 함께 하는 한 그녀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그녀와 함께 지미를 만난 21살 때 연말 파티로 돌아가서 키켓이 그를 못만나게 하고 팀의 착한 친구 제이와 연결시킨다. 모든 것에 만족하고 런던 집으로 돌아온 팀은 딸 포지가 사라지고 모르는 남자 아기가 거실에서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놀라서 아버지에게 물어보니 아기를 낳기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면 다른 아기가 태어나게 된다고 한다. 사랑하는 딸을 포기할 수 없는 팀은 다시 전날로 돌아가고 동생은 원래대로 사고를 당하고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병상을 지키는 오빠 부부에게 키켓은 뉘우치며 지미와 헤어지고 술도 끊겠다고 하고 이후 제이를 만나게 된다.


둘째 아기도 태어나고 행복한 생활을 하던 중 아버지가 폐암으로 몇 주밖에 살 수 없다는 연락을 받는다. 달려간 팀에게 아버지는 시간 여행으로 안 죽거나 병을 고칠 수는 없다고 하며 병의 원인은 젊을 때부터 시작한 흡연이지만 그것을 되돌리려면 결혼 전으로 돌아가야 해서 자식들이 없어질 것이니 소용없다고 한다.

암 걸린 시간 여행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일찍 죽으니 일찍 퇴직해서 여유 시간을 만들어 가족과 많은 대화를 하고 아들과 탁구를 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우선 평범한 생을 살고, 다음은 하루를 두 번 살라는 비법을 전한다. 팀이 그것을 실천해 보니 처음엔 걱정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두 번째는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날은 한번 살아도 충분한 날도 있었다.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지만 팀은 자주 시간 여행으로 아버지를 찾아가서 만난다.


다시 아기가 생기면 그는 더 이상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할 수 없게 된다. 아기가 바뀌기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 마지막으로 팀은 아버지를 찾아가서 탁구를 치고 게임에 즐겁게 져드린다. 아버지도 그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그와 마지막으로 팀이 어린 시절 해변을 산책했던 때로 시간 여행을 한다. 둘은 바다를 바라보고 나란히 앉아서 서로에게 감사한다.

팀은 더 이상 시간여행이 필요하지 않은 세 아이의 아빠로 후회 없는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게 된다.

    



시간 여행에 대한 영화가 많고 의미를 해석해 보면 그것이 은유인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외양은 실제 여행인 것처럼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영화는 대놓고 그것이 실제 시간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만큼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이라고 보기에는 가는 방법도 허술하고(웃기고?) 조건도 많다. 미래에는 갈 수도 없고, 과거도 자신이 살아온 과거에만 갈 수 있단다. 또 안 되는 일도 있다. 다른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샬럿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수도 없고 여동생을 강제로 정신 차리게 만들 수도 없는 것이다. 병을 낫게 할 수도 없고 안 죽게 할 수도 없다.

이쯤 되면 이 시간 여행 능력이라는 것은 과거의 후회되는 일이나 마음에 걸리는 일을 그때의 시점으로 성찰해서 레슨을 얻는 능력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즉, 다시 21세때 연말 파티로 돌아간다면 가 키스를 안 해서 폴리를 그렇게 실망하게 만들지는 않겠다는 후회이지 그때로 돌아가서 실제로 키스를 했다는 것은 아닌 것이다. 하루를 두 번 살라는 아버지의 비결도 밤에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회고하면 그때는 안 보이던 의미들이 보인다는 다. 팀도 지나간 하루를 다시 떠올리면서 다른 사람에게 좀 더 친절할 수도 있었고 일을 더 즐겁게 할 수도 있었으며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남자의 음악에 짜증 내지 않고 리듬을 같이 즐길 수도 있었겠다고 반성 것이지 정말로 하루를 돌아가서 반복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지나간 하루를 훑어보고 반성하는 사람의 다음날은 완전히 다른 하루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어두운 곳에서 특정 시점에 집중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조용한 곳에서 혼자 지난일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글일 수도 있고 명상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혼자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 집안 남자들은 남들보다 부지런히 살고(영화에서는 시간여행으로 긴 시간을 산 것으로 묘사한다) 성찰하는 능력으로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이룬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떤 생을 살 것인지 숙고하고 그런 삶이 되는 쪽을 선택해서 살아왔다. 아버지는 학자로 시간을 쪼개서 책을 많이 읽었고, 흡연 때문에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 일찍 퇴직하여 가족과 많은 시간을 갖는 쪽을 선택했다.

팀의 경우는 계속 과거를 회상하면서 앞으로 닥칠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한다.

즉, 결혼식 축사를 누구에게 맡길까 고민할 때, 비록 좋은 친구들이지만 지난 경험으로 볼  때 그들이 실수를  게 뻔하니 결론은 아버지에게 부탁하는 이다.  첫사랑 샬럿과 현재 사랑 메리 사이의 선택, 여동생 키켓과 딸 포지 사이의 선택, 아버지와 새로 태어날 아기 중의 선택 등이 팀의 인생에서 중요한 갈림길이다. 영화에서 하고싶은 말은 아무리 원가족을 사랑해도 성숙한 성인에게는 자신이 만든 가족이 우선이라는 이다. 여동생을 아끼지만 딸을 버려두고 동생만 손잡고 다닐 수는 없는 것이고(이렇게 한다 해도 동생 스스로 각성하지 않으면 결국 유의미한 변화가 없을 것이고, 돌보지 못한 딸과는 남처럼 소원해질 것이다), 아버지를 너무 사랑하지만 자신의 세 아이를 사랑하고 돌보려면 아버지와의 추억에만 잠길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인생의 시간은 유한한데 어디에 그 시간을 쓸 것인가를 숙고하고 선택하라는 의미이다.

아버지가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삶의 스타일을 선택한 것처럼, 팀도 자신의 가족을 위해 좋았던 어린 시절만 추억하는 것을 멈춘다. 이것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교훈이자 유산이다.

드디어 팀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시간을 집중해서 쓰면서 굳이 추억에  잠기지 않아도 행복한 현재를 만든다.

     

모든 시간 여행 영화는 결국 마음에 걸리는 순간을 회상하거나 선택의 순간에 과거를 성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은 선형적으로 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사람들은 조용히 마음에서 시간여행을 하 과거로 가기도 하고 하루를 두 번 살기도 한다. 그렇게 삶을 성찰하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한 사람은 후회없이 현재에 집중하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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