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지금까지 시켜 먹은 치킨박스들을 쌓으면 얼마나 높을까 생각하고 웃은 적이 있단다.
우리 집에서도 닭요리는 자주 식탁에 오르는 요리였어. 닭볶음탕, 닭다리 바비큐, 닭다릿살 조림, 닭백숙 등등 메뉴를 바꾸어가며 자주 닭요리를 해 먹었었다. 그만큼 우리 가족은 닭고기를 좋아하지.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닭은 튀겼을 때 참 맛있어. 문제는 요리하고 난 후 사방에 튄 기름을 제거하는 일이 번거롭고, 집에 밴 기름 냄새가 오래가고 무엇보다 남은 기름을 처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거란다. 기름을 그냥 버리자니 수질도 오염시키고 하수구가 막힐 것이고, 키친타월에 흡수시켜서 쓰레기통에 버리자니 엄청난 종이를 써야하고, 폐식용유통에 넣어야 하는데 아파트 단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한번 더 다른 요리를 해 먹자니 기름 냄새에 질려서 그것도 싫어서 일단 작은 병에 넣어두었다가 결국은 버리기도 하는 등 뒤처리가 복잡해서 시작하기가 쉽지 않단다. 그래서 우리 집 닭요리가 대부분 물에 넣고 하는 요리였던 거야. 하하.
그래도 매번 하던 요리는 식상하고 시켜 먹는 치킨은 양에 비해 비싸고 해서 오랜만에 큰마음먹고 튀기는 요리를 하기로 했다. 튀긴 닭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영양이나 맛의 밸런스가 맞는 요리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중국집에서 맛있게 먹었던 유린기가 떠올랐단다.
소스만 다를 뿐 서양요리인 치킨샐러드와도 큰 차이가 없어.간장과 식초를 베이스로 한 상큼한 소스가 느끼함을 잡아주고, 밑에 깔린 양상추와 함께 먹으면 아삭한 식감까지 주는 요리지. 한국 밥상의 밥반찬으로도 잘 어울려서 좋더라.
원래 유린기는 찐 닭 위에 뜨거운 기름을 부어서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중국집에서도 그렇게는 하지 않고 닭에 전분 반죽을 입혀서 바삭하게 튀겨서 만든다고 한다.
유튜브를 뒤져서 가능하면 내 방식대로 편리하게 변형해서 쉬운 레시피를 만들어보았다. 기름도 조금만 넣었고, 반죽도 따로 만들면 번거로워서 그냥 마른 전분 가루를 묻혀서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소스도 끓여서 하는 방법은 한번 더 과정을 거쳐야 해서 그냥 섞어서 만들었다. 이렇게만 해도 새콤달콤해서 상큼한 요리를 만들 수 있어.
닭고기 부위는 건강 생각해서 가슴살로 해도 되지만 어차피 튀기면 칼로리는 높아질 테니 맛있는 닭 넓적다리살을 선택하는 게 좋을 거다.(개인적으로 닭요리에 가장 적합한 부위는 넓적다리 부위라고 생각한다.)
고기와 채소를 곁들여 먹을 수 있고, 소스에 섞인 향신채와 쪽파가 화려해서 눈으로 보기에도 멋진 요리가 탄생한단다. 손님상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진 음식이고 엄마가 쉬운 방법으로 바꾸었으니 한번 마음먹고 시도해 보기 바란다.
<유린기>
-닭 넓적다리 살 2kg을 준비해서 두꺼운 부분은 포를 떠서 펼친 후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하고 소금과 후추로 밑간한다.
-전분을 앞뒤로 묻혀서 10분 정도 스며들게 한다.
-팬에 기름을 밑부분만 잠길 정도로 넣고 온도가 오르면 껍질이 있는 부분이 아래로 가게 해서 튀기듯이 굽는다.
-껍질이 갈색이 날 정도가 되면 뒤집어서 굽는다.
-꺼내어 포크로 앞뒷면을 찔러서 속에 있는 수분을 끌어낸 뒤 다시 한번 튀긴다.(그래야 바삭해진다.)
-한번 잘라보고 익었다면 꺼내어 체에 밭쳐 기름기를 뺀다.
-물 5큰술, 간장 5큰술, 식초 5큰술을 동량 비율로 넣고 설탕 3큰술과 참기름 2큰술을 넣고 저어서 녹인 후 레몬즙과 치킨스톡을 식성에 맞게 첨가한다.
-다진 마늘 1큰술, 홍고추(빨간 파프리카로 대치 가능) 2개 다진 것, 쪽파 다진 것 일부를 소스에 넣는다.(청양고추는 식성에 따라 다져서 넣는다.)
-씻어서 물기를 뺀 양상추를 접시 아래에 깔고 알맞은 크기로 자른 닭고기를 올리고 남겨둔 쪽파를 얹은 후 먹기 직전에 소스를 부어서 식탁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