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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스크림 Mar 24. 2023

02. 아이스크림 세계, 저도 입장이 가능한가요?

생각보다 접근하기 어려운 아이스크림

나도 이제 꿈을 마련했다. ‘아이스크림 만드는 사람.’

꿈을 갖는다는 멋드러진 일을 하긴 했는데, 아이스크림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자주 먹으면서도, 그 제조 방법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던 나는 ‘그냥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이스크림 아냐?’의 수준이었다. 유튜브, 인스타, 트위터 어느 채널 할 것 없이 다양한 레시피가 공유되고 있는 시대에, 주변만 살펴봐도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었다는 사람도 전무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검색’ 뿐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교내 정보 처리 대회(라는 이름의 누가 더 빨리 검색해서 정보를 찾아내냐를 겨루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짬빠가 있고, 평소에도 서치력 하나 정도는 나의 자랑거리였으니 자신이 있었다.


처음 아이스크림 꿈을 갖게 되고 가장 크게 궁금했던 점들은 이랬다.


1.왜 개인 젤라또샵은 있는데 아이스크림샵은 없을까?(진짜 궁금)

2.판매를 위한 아이스크림 만드려면 어떤 공정, 장비들이 필요할까?

3.그 장비, 얼마일까?(제일 궁금)




1. 왜 개인 젤라또샵은 있는데 아이스크림샵은 없을까.

1의 경우, 지인들과 이야기를 해보아도 ‘아이스크림으론 배스킨라빈스가 대한민국을 장악했기 때문 아니겠냐.’라는 추측들을 가장 많이 내놓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 동네 곳곳에 배스킨이 자리 잡고 있고, 나 또한 도보 5분 안에 배스킨이 존재해서 뺀질나게 드나들고 있으니 말이다. 추측이자 동시에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궁금했던 건, 개인의 시도가 있었는지 (있었을 거고 지금도 있겠지만 어떤 곳인지) 그리고 다른 아이스크림샵들이 대성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였다. 31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이 있음을 전면에 내세우고 매달 새로운 맛을 출시하며 전국 어느 곳에서도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샵은 분명 따라가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그 까닭에 개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대중화 되지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젤라또 가게가 계속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스크림과 젤라또의 수지타산 문제일까?


2. 판매를 위한 아이스크림을 만드려면 어떤 공정, 장비들이 필요할까?

2의 경우는, 내가 감히 추측 조차 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나름 요리하는 걸 재밌어 하지만 아이스크림의 접근은 난생 처음이었다. 심지어 베이킹 경험 조차 전무했으니 추측의 한 가닥도 잡지 못했다. 유튜브에 레시피를 검색하면, 아이스크림 머신 없이 홈메이드로 만드는 것들이 나왔지만 나에게 필요한 결과값은 아니었다. 판매를 위한 아이스크림 제조는 공장에서만 가능해보이는, 메로나 공장 영상만을 ASMR처럼 들여다 볼 뿐이었다.


개인 젤라또 샵에선 젤라또 머신을 쓰던데, 이건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없는 건가. 젤라또 머신이 아이스크림 머신일까. 종류는 무엇이 있을까. 왜 소프트 아이스크림 기계들만 나오는 걸까. 아! 아이스크림 머신이 없어서 아이스크림 삽들이 없나?! (이때의 지식 수준으로의 궁금증들..)


3. 그 장비, 얼마일까?

제일로 중요하면서 궁금한 부분이다. 젤라또 머신이든 아이스크림 머신이든, 분명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장비는 존재하겠지. 그래서 얼마가 있어야 그 장비를 살 수 있을까. 신품은 어느 정도고 중고는 어느 정도 될 지 알아야 했다.


그 외에도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았고 빠르게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내 나름대로 내놓은 추측들은 확신할 수가 없었고, 아이스크림 업계의 인사이트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그렇게 정보의 바다에 뛰어든 나, 손가락에 불이 나게 검색했지만 사실상 건질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어느 것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배우는 과정 조차 존재하는 하지만, 베이킹처럼 전문적인 커리큘럼으로 강의를 제공하는 곳도 많지 않았다. 머신의 종류를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았고 그 마저 가격대 또한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아 중고나라에서 얼핏 가늠해야 했다. 하지만 그도 게시물이 많지 않아 모호했다.


된다고 해줘ㅠㅠ


답답한 마음에 큰 젤라또 머신 업체에 무작정 전화를 걸기도 했다.


“장비 가격대는 어떻게 될까요?”

“아, 그것은 장비에 따라 너무 다르므로~, 한번 사무실에 오셔서 상담을 해주시는 게 좋고요.”

“네, 방문을 해야겠군요.”

“그리고 교육을 받으시면 장비 가격은 조금 할인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장님들께서 저희 교육도 들으시고, 장비도 구매를 하시죠.”

“그럼 교육비는 어느 정도 되나요?”

“교육비는 (생각보다 큰 금액) 입니다.“


뭐라고?! 띠요옹. 속으로는 매우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군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다시 연락하지 않을 가능성 98%의 답변으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젤라또 머신으로도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냐는 질문은 혹여나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처럼 보일까봐 입밖으론 꺼내지도 못 했다.


무언가를 만드는 건 기술이고 그 기술의 가치를 돈으로 판단하는 건 개인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나에게 그 정도는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다. 거기에 장비 가격은 또 따로 일 것이며, 냉동고도 필요할테고 실제 샵을 차린다면 자리 값도 있어야 할 건데. 아이스크림 샵 차리는 게 쉽지 않은 일이겠구나, 새삼 깨달았다. 물론 필요한 것이라면 그 돈을 주고 배워야 하고 아깝지 않을테지만, 제대로 더 알아보지도 않고 쉽사리 결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며칠을 검색과 연락, 검색, 또 검색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아이스크림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 어려웠다. 그나마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고 영어로 자료를 찾아 읽어야 하는 세계였다. 그렇게 레시피나 관련 정보를 찾는 거야 찾을 수 있지만 한국 내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았다.일정 레벨이 차지 않으면 던전의 문을 들어갈 수 없는 게임 마냥, 아니 나는 문이 어딘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아이스크림 가게는 많지 않으니,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도 적을 수 밖에 없고 정보량도 많지 않을 터였다. 답답하고 힘들기도 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나의 흥미를 끌기도 했다. 이건 한국 사회에 아이스크림의 입지를 높여야한다는 포부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도 했다. 원래 꿈이 쉽게 이뤄지면 그건 꿈이 아니지.


마음은 크나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스크림의 세계에 입장도 하지 못하고 있던 그 때, 너무나 다행히도 길잡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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