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차: 8.12 Braves @ Giants, SP: Blake Snell(SFG) vs Chris Sale(ATL)
작년 내셔널리그 사이영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과, 올해 NL 사이영 유력 후보인 세일, 올해 MLB를 대표하는 최고의 좌완 투수들인 둘의 선발 맞대결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야구팬 입장에서 큰 영광이다.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김광현과 양현종의 맞대결을 본다는 것과 같은 느낌. 그런 기대치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듯이 스넬은 6회까지 볼넷만 3개 내주면서 노히터 피칭을 하다가 이후 2루타와 내야 안타로 무사 1,2루 위기가 오기도 했지만 침착하게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후 이후 들어온 중간 계투가 이닝을 마무리하면서 무자책으로 마무리했고, 세일은 초반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실점 위기 상황이 있었으나 잘 막아낸 이후 완벽한 피칭을 보여주면서 7이닝 무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그 이후 나온 불펜들도 실점 없이 경기를 이끌어가면서 결국 경기는 연장까지 이어졌고, 10회 초에 1점을 낸 애틀랜타의 공격 이후 10회 말에 상대 마무리에 막혀 점수를 내지 못한 채 결국 1대 0으로 졌다. 와일드카드 마지노선인 애틀랜타와 1.5 게임차 밖에 안 나서, 스넬, 해리슨, 레이, 웹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 로테이션이 도는 맞대결 4연전 첫 경기의 중요성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데, 결국 시즌 내내 크게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타선이 상대 선발과 불펜진에 완벽하게 막혀 패배하는 바람에 남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와일드카드 진출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리고 14일 오늘 기준, 그 경기 이후 2경기를 또 내리 패하면서 4.5경기차, 기껏 좁혀놓은 차이가 다시 벌어진 상황에서 와일드카드는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2일 차: 8.13 Rockies @ Dbacks, SP: Eduardo Rodriguez(ARZ) vs Austin Gomber(COR)
원래 이 경기는 볼 계획이 없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피닉스에서 할 수 있는 게 정말 없다는 걸 깨닫고는 그냥 있는 동안 야구라도 실컷 봐야겠다는 생각에 리셀 사이트를 뒤져 표를 예매했다. Seat Geek 기준 경기장 뷰가 잘 보이는 필드석이 $54였는데, 필드석치고는 매우 저렴한 축에 속하지만, 막상 그 가격이라도 오라클 파크에서 보러 갈 일은 없었을 거다. 피닉스까지 놀러 와서 체이스 필드에서 야구를 볼 때 기왕 좋은 자리에 한 번쯤은 앉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국에서는 매번 티켓팅 경쟁에서 패배한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일반석에 앉고는 했는데, 기회가 있을 때 경기장 규모가 한국과 비교 자체가 안 되는 미국 야구장 좋은 자리의 뷰가 어떤지 체험해보고 싶었다.
별로 기대가 안 되는 선발 라인업과 달리, 경기는 내내 팽팽하게 흘러갔다 사실 앞자리에 앉은 아이가 경기 내내 재롱을 부리는 걸 다 같이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고, 전날 진행됐던 수준 높은 투수전과 달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0마일을 왔다 갔다 하는 선발 투수와, 점수는커녕 장타조차 좀처럼 못 치는 타자들을 보는 건 전날과의 차이 때문인지 더욱 지루하게 느껴졌다. 결국 경기를 보다가 전날 잠을 많이 못 자 크게 하품을 했는데, 그걸 본 앞자리 사람에게 자이언츠 팬이 여기까지 와서 이러면 되겠냐고 한 소리 들었다. 그래도 초중반 늘어지던 양상과 달리 9회 말 로키스 마무리가 불안한 제구로 결국 2사 만루를 만들었고, 1점 차 상황에서 Jake Mccarthy가 3루 베이스 바로 근처를 지나는 끝내기 안타로 경기는 디백스의 승리로 끝났다.
필드석에 앉으면 확실히 투수와 타자가 가까운 곳에서 보인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단점이라면 무엇보다 주변이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서 어딘가 비좁고 시끄러운 데다가, 오히려 필드가 가까운 탓에 타구 판단이 쉽지 않다. 위층에서 보면 어지간해선 홈런과 일반 뜬 공을 쉽게 구별할 수 있지만, 필드석에서 대충 보이는 건 타구 각도뿐이었다. 무엇보다 자이언츠의 좋지 않은 성적 때문에 관중이 그렇게 많지 않아 위층에 앉으면 쉽게 다리를 편 채 있을 수 있어 무릎이 아플 일이 없는데, 체이스 필드의 1층 필드석에 앉아 종일 다리를 구부리고 있을 수가 없어서 경기 중에서도 몇 번 일어나서 왔다 갔다 하느라 오히려 경기에 몰입을 잘 못했다. 그래도 확실히 야구에 열정을 가진 팬들, 특히 시즌티켓을 보유한 사람들이 주로 이 자리에 앉아서 그 열기 자체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3일 차 8.14 Rockies @ Dbacks, SP: Tanner Gordon(COR) vs Jordan Montgomery(ARZ)
평일 오후 12시 40분 경기, 여름이 아니면 평일에는 오후 6시 반, 토요일 5시, 일요일 2시(혹은 5시)에 시작하는 한국과 달리, 땅덩어리가 넓어 시차를 고려해서 그런 건지 일반적인 패턴대로 생활하는 사람 입장에서 미리 계획하지 않고서는 경기를 보러 갈 수 없는 시간대에도 경기가 열린다. 다행인 점이라면 내가 학생이어서 수업만 없으면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한창 시즌이 진행되는 5월에서 8월 사이는 방학인 덕에 더욱 시간이 많았다. 당장 학기를 하는 중에는 경기 보러 갈 여유를 못 부린 것과 달리, 방학에만 야구를 15번 정도 보러 갔으니. 이번 시즌 같이 애매한 성적에 스타플레이어도 없어 가격이 저렴할 때에 자주 보러 다녀야 하는데, 이제 날씨도 더 선선해져서 가을 분위기도 나니 와일드카드도 못 나가는 거 기회가 될 때 최대한 많이 보러 가려고 한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마이애미 말린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더불어 MLB 최약체 팀 중 하나인데, 그런 사실을 분명하게 보이듯이 1회부터 어이없는 중계플레이 송구 실책으로 점수를 헌납하고, 오프너로 나온 선발이 무너진 이후 등장한 패전조 투수들도 평균자책점이 죄다 6점대를 넘어간 탓인지 일방적인 난타전이 이어졌다. 다득점 경기였지만, 애당초 1회부터 끝나다시피 한 경기라 옆에 있는 사람하고 대화를 하는 것 이외에 재미가 있던 포인트라면 살면서 처음으로 직관에서 그랜드슬램이 나온 것과, 경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누가 봐도 홈런이라고 확신했던 타구를 로키스 좌익수가 환상적인 슈퍼 캐치로 낚아냈던 것뿐이었다. 두 번째 날은 운 좋게 더 가까운 좌석 티켓을 $31을 주고 구매했는데, 이제는 금액이랑 크게 상관없이 어지간하면 위층으로 올라가서 경기를 볼 것 같다. 경기 도중에 사람들이 오갈 때마다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것도 귀찮고, 어차피 잡지도 못할 파울볼을 자꾸 신경 쓰게 되니 경기 자체에 집중이 잘 안 된다. 3일 연속으로 혼자 야구를 보다 보니 점점 질렸던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실내 야구장이어서 40도를 육박하는 바깥보단 시원했지만, 종일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오라클 파크와 비교하면 쾌적한 느낌이 아니었던 탓인지 시설은 더 좋아도 자연스레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보이는 그곳을 더 그리워하게 된달까. 경제적 여유가 좀 생기면 바로 자이언츠 시즌 티켓을 사서 매일 보러 가야겠다는 마음만 더욱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