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기쓰는 복학생 Nov 10. 2024

월드시리즈

이미 끝나버린 월드시리즈 예측

살면서 MLB 포스트 시즌 모든 경기를 챙겨본 적은 거의 없었다. 애당초 실질적인 미국 생활이 이제야 1년 갓 넘은 탓도 있지만, 애당초 예전엔 18년과 20년 정도를 제외하면 경기를 하나하나 챙겨보진 않았고 그마저도 메이저리그는 좋아하는 팀이 딱히 없어 경기는 거의 안 봤다. 그나마 인상 깊었던 건 친구들과 다 같이 본 2017 다저스와 아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였는데, 7차전 당시 선발 등판한 다르빗슈가 초반부터 난타를 당하는 바람에 비교적 허무하게 다저스가 우승을 내줬던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도 경기를 하나씩 챙겨보기보다는 김형준의 야구야구라는 리뷰 채널을 통해 리그 트렌드와 선수 동향 정도만 파악하고 눈이 가는 선수들 스탯만 팬그래프를 통해 확인하는 정도라 리그의 세세한 부분이나 각 팀의 유명한 유망주들까지 외우는 수준은 안된다.


이정후가 자이언츠에 오면서 본격적으로 야구 직관을 보러 가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입문한 지 1년이 채 안 돼 자이언츠라는 팀에 그다지 애착이 깊진 않은데, 그래도 경기를 자주 보러 가면서 뉴스를 꾸준히 보는 덕에 나름 최근 팀 돌아가는 상황은 잘 알고 있어 잘 모르는 사람한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유니폼에 모자도 있고, 직관도 10번 갔으면 뭐 나름대로 충성도가 높아지는 팬이 아닐까. 그러나 아쉽게도 팀 성적은 몇 년째 가을야구에 발도 못 들이대는 형편없는 수준이고, 그에 따라 같은 광역 연고지의 워리어스나 포티나이너스에 비해 이슈몰이 자체가 안 되는 탓에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자이언츠 얘기를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애당초 미국에는 우리 나이대에 야구를 진지하게 보는 사람들 수 자체가 별로 안 되니. 사실 누군가랑 오랫동안 대하는데 야구만 한 게 없는데 말이야. 관계처럼 대화 주제의 폭도 이리 좁아서야 원.


양키스와 다저스, AL과 NL을 대표하는 양대산맥이 1981년 이후 43년 만에 만난다. 이 두 팀이 최정상을 두고 맞붙는 걸 보는 건 상당히 희귀한 경험인데, 주변에 야구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이 열기를 온전히 나누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비록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그 둘에 의해서 승부가 결정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오타니와 저지라는 현시대 최고의 슈퍼스타들이 정상에서 맞대결한다는 건 흥미를 돋고 요소다. 개인적으로는 다저스가 전체적으로 전력이 괜찮고, 비교적 열세에 처해있다는 선발 역시 단순히 이름값으로만 보면 전혀 밀리지 않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선수들 중에 누가 먼저 미친 활약을 보이는가에 따라 시리즈 행방 자체가 달라질 테니 섣부른 판단은 시기상조다.


친구들 중에 양쪽으로 팬이 한 명씩 있어 시리즈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굳이 따지자면 나는 반 다저스 파라 양키스가 우승하기를 바라지만, 단순히 팀을 운영하는 것에 있어서는 과거 시거-벨린저-커쇼 같은 프랜차이즈들로 탄탄한 전력을 구축해 성적을 내는 다저스의 방향성이 외부에서 선수들을 실제 가치 이상의 돈을 줘가며 데려오는데 급급한 전형적인 빅마켓 구단들에 비해 훨씬 건전하다고 생각했고, 그때를 지나 오타니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도 중단기적인 면에서 선발 영입을 제외하고는 운영이 매우 상식적이고 매끄러운 다저스를 상대로 양키스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딱히 기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양키스는 저지가 해주지 못하면 그 강력함이 반감되는데, 이전까지 그의 부진을 메워주던 다른 타자들이 월드시리즈에서도 NL의 강자들을 침묵시킨 다저스의 불펜을 상대로도 잘할지는 미지수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응원하지 않는 팀들끼리 붙는 게 더 재밌는 건 사적인 감정을 제하고 경기의 내외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건데 다저스와 양키스 양대산맥 구도라 더욱 흥미진진하다. 굳이 예상하자면 Dodgers in 5. 로돈, 슈미트, 힐로는 제 아무리 불안한 다저스 선발일지라도 그다지 열세가 없어 보인다. 오타니가 이적 첫 시즌에 우승한다고 생각하니까 대단하면서도 앞으로 계속 상대해하는 걸 또 생각하면 자이언츠 팬으로서 기분이 좀 그렇네. 내가 보는 10년 동안 이런 괴물이 같은 디비전을 지배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참 착잡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