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그림: 사노 요코
1. 책을 읽기 전에 생각해 보세요.
나는 _____________ 때 운다.
고양이를 좋아하시나요?
백만 번 산 고양이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동화책이 있습니다.
저는 1페이지를 읽을 때부터 울컥 했는데요.
백만 년 동안 백만 번을 살고 백만 명의 사람과 함께 했지만 단 한번도 울지 않은 고양이.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울지 않으려고 침을 몇번을 꾹꾹 삼켜 내렸습니다.
백만 년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것이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100만 번 산 고양이, 1페이지-
2. 책에 대하여
고양이는 뱃사공의 고양이 었습니다. 뱃사공은 온 세계의 항구로 고양이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날 고양이는 배에 떨어져 죽었습니다.
한 때 고양이는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였고, 도둑의 고양이었고, 홀로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었습니다. 그들은 고양이가 죽었을 때 슬퍼합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단 한번도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습니다.
"나는 백만 번이나 죽어봤다고"
어느날 고양이를 본 척도 하지 않는 새하얀 예쁜 고양이를 만납니다. 고양이는 온갖 말로 잘난 척을 하지만 하얀 고양이는 "그래" 대꾸 할 따름이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붙어 있었습니다. 더이상 잘난 척을 하지 않았고 하얀고양이와 함께 새끼고양이를 많이 낳았습니다.
새끼고양이는 다 커서 떠나갔고, 하얀 고양이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아침이 되고 밤이 되고 백만 번을 울다가, 어느날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2023년에 많이 아파습니다. 얼굴의 신경통으로 시작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어깨가 아프고 목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더니 무릎이 아프고 가슴이 아프고 오른쪽 배가 아팠습니다. 저는 정형외과, 유방내과, 치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등 온갖 병원을 몇군데씩 다니며 CT, MRI, X-ray, 초음파 등 여러 검사를 했지만 딱히 원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날마다 한 주먹씩 약을 집어 먹는 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자, 아침에 눈을 뜨면 공포감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아플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지고, 이와중에 아이들 아침밥 챙겨서 학교를 보내야하니 김치찌개 하나 끓이는 것도 큰 일이었습니다. 물이 끓는 동안 바닥에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김치와 고기, 두부를 넣고 다시 누워있다가, 파를 넣고 식탁을 차리고, 식구들을 깨우고 또 누워있곤 했습니다.
어느날 유언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떠나는 나보다 남겨질 가족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두 딸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바른 가치관을 가지도록 잘 키웠다는 믿음이 있어서, 엄마가 없어도 세상의 어려움을 잘 헤쳐나가리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사랑으로 낳았고 사랑으로 키웠으며 늘 축복하고 응원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고맙고 미안한 것은 남편이었습니다. 존재에 대한 슬픔을 가진 저에게,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늘 말해주었습니다. 괜찮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도 늘 생일이 되면 가장 맛있는 케이크를 수소문해서 사왔고, 기다란 손편지를 써주었으며, 시댁의 부당한 언행에 편들지 않았습니다. 저의 말과 행동을 늘 공감하고 지지해주었으며, 행동으로 나를 판단하지 않고, 나를 믿음으로 세워주었습니다.
저는 블로그에 유언을 적었습니다. 육신이 남긴 가루는 어느 곳에도 남기지 말고 경치좋은 곳에 바람과 함께 뿌려주기를, 재혼은 해도 좋으나 두 딸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주기를, 혹 딸들이 결혼하여 손주가 태어나면 꼭 안고 외할머니가 많이 사랑한다고 전해주기를,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면 그때도 나는 길치일테니 모른 척하지 말고 내 손 꼭 잡고 다녀달라고 하였습니다.
이후 하나님의 은혜로 기도하고 병원다니며 서서히 건강이 회복되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까페에서 멋있는 척 다리를 꼬고 앉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한참 아플 때에는 커피를 마시지 못했고, 관절이 아파서 다리를 꼬고 앉지 못했으며, 밖에 나가기 어려워 까페에도 가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이 일상이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아마 남편이 먼저 죽으면 고양이처럼 저도 많이 울 것 같습니다. 나의 삶에 실제적인 가치와 이유를 부여해 준 남편이 먼저 떠나면 많이 외로울 것 같습니다. 아마도 백만번 까지는 아니어도 만번은 울지 않을까 싶네요.
누군가의 부재로 눈물이 나는 사람은 사랑을 배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백만 번 산 고양이가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은 이유는 삶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가치로운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