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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에 사자가 있다>

윤아해 글/ 조원희 그림

by 해이나

1. 책을 읽기 전에 생각해 봅시다.


문 밖에 사자가 있습니다
문 밖으로 나가겠습니까?
아니면 안전한 문 안에 머물러 있겠습니까?



2. 안전한 선택과 도전하는 선택, 무엇을 고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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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똑같습니다. 노란 방과 파란 방의 소년은 문 밖에 사자가 있음을 알고 두려워합니다.


문 밖에 사자가 있어. 나는 사자가 무서워.


그런데 이 둘은 책이 끝날 무렵에는 매우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이 둘의 차이를 만든 것은 생각 하나였습니다.


노란 방의 소년 '그래서 나는 나갈 수 없어.' vs 파란 방 소년 '그래도 나는 나가고 싶어.'


노란 방 소년은 무서움에 사로잡혀 계속 나가지 못합니다. 계속 무서워 떨고 있지요.


파란 방 소년은 나가고 싶기 때문에 나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책을 읽고 고민을 하고 체력을 키웁니다. 계획을 세우고, 결국 사자를 속이고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옵니다.

집 안에만 있었을 때 알지 못했던 밀림과 밤하늘을 보고 느끼고 절벽도 올라갑니다.

이라는 새로운 난관을 맞닥뜨리기도합니다.

이미 한번의 역경을 이긴 파란 방소년은 을 보고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겁게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또 어떻게 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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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책을 읽고 난 후


저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매우 좋아하고 여러 번 읽었는데요,(영화는 별로입니다. 책이 최고!) 그 이유 중 하나는 해리포터의 포기하지 않는 선택 때문이었습니다.


해리는 볼드모트의 계략을 하나 둘씩 파헤치며 그가 자신과 정말 많이 닮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둘다 머글의 피가 흐르고 있고, 뱀의 언어(파셀텅)을 구사할 수 있으며, 둘의 지팡이는 같은 불사조의 깃털로 만들어졌습니다.

해리는 덤블도어 교장선생님께 자신이 크면 볼드모트처럼 될까봐 두렵다고 말합니다. 둘은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장선생님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요. 해리는 볼드모트와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닮은 두명, 하지만 그들은 각기 다른 선택을 했기때문에 한 명은 마법사 세계의 대적자가, 한명은 구원자가 됩니다.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너무나 동화스럽고 판타지적입니다. 현실은 이렇게 선과 악이 분명하게 갈리지 않으며, 선한 선택이 선한 결과를 불러일으킨다는 보장은 그 누구도 해줄 수 없습니다. 악한 놈, 못된 놈, 목소리 큰 놈이 권세를 누리고, 목소리가 작지만 착하고 여린 소중한 존재들이 밟히고 유린당하는 세상을 역사가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복잡한 세상사를 떠나서,

억울하고 슬픈 과거를 내려놓고,

오늘의 동화책은 그냥 문을 열고 나가고자 맘을 먹기를 권유합니다.


거대한 이론이나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두려운 사자가 있는 저 문 밖의 세상에 나가고자 선택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사자 너머에 있는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저는 누구보다 두려움이 많은 사람입니다. 아마도 불안, 공황 증상도 그래서 생긴 것 같습니다.

학생 때는 성적이 안 나와 직장도 잡지 못하는 백수가 될까봐 두려웠고, 사회 생활을 할 때에는 사람들이 나의 말과 행동을 오해할까봐 두려워했습니다. 처음 발령 받은 학교에 첫수업을 들어갈 때에는 학생들이 나를 무시하고 선생님으로 보지 않을까봐 두려웠고, 결혼 후 신혼여행을 가서는 좋은 아내가 될 자신이 없어 남편이 자고 있을 때 혼자 조용히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를 품게 되었는데 갑자기 뱃속의 아이가 자라면 '왜 나에게 원하지 않은 삶을 주었냐'고 따질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습니다.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거나 부장 타이틀을 달게 되면 머리 속이 복잡해지며 두려운 혼란에 빠지곤 합니다.

삶의 모든 새로운 국면 앞에 부정적인 생각과 최악의 결말을 예상하며 비관적인 생각을 잘 하였습니다.


그런데 반면, 내가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해낼 것이라는 걸, 난 할 수 있다는 걸, 실은 그것도 아주 잘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 사자를 보고 도망가지 않고 도전했던 경험들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약간은 상쇄시킨 것입니다.


그래서 두렵지만 계속 나아가고, 그 안에서 희망과 빛을 발견하고, 그래서 덜덜 떨면서 계속 나아갑니다.


저는 요즘 자랑스럽게 키워냈다 자부하던 둘째의 우울증 앞에 새로운 두려움을 마주합니다. 나도 우울증, 딸도 우울증. 내 탓이구나. 유전인가?. 내가 잘못 키웠나봐. 자퇴유예기간이 일단 3주인데 결국 자퇴하면 어떻게 되지? 밤낮이 바뀌어 아이가 하루종일 게임만 하다가 폐인이 되면 어떻게 하지? 대학을 못가서 무시받는 인생을 살게 되는건 아닐까? 온갖 목소리가 수근거립니다. 내가 힘드니 아이를 케어할 수가 없어서 끊었던 약을 되는대로 막 먹어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제정신이 돌아왔습니다.


두려움을 이기고 문을 열고 사자를 보며 한 발을 내딛습니다.


고치를 만들고 그 안에서 머무는 이 시간이 끝나면, 나비가 되어서 나올 것이라는 걸, 쉼과 휴식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에는 다시 일어나 도전할 수 있을 거라는 걸, 후에 자신처럼 우울로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걸


믿고 바라고 소망합니다.



4. 독후 한마디


우리 모두 문 밖으로 나가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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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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