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옥 그림책
1. 책을 읽기 전에
틈만 나면 뭘 하시나요?
저는 요즘에는 틈만 나면 책을 읽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틈은 '시간적 여유'가 아닙니다.^^
제목이 말하는 틈은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를 의미합니다.
그러면 질문이 바뀌어야겠지요?
'틈'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최근 첫째의 책상에 '틈'이 있는 것을 보고 다이소에서 비슷한 색깔의 보수크레용을 사서 메꾸어주었습니다. 바닥 장판에 '틈'이 생긴 것을 보고는 비슷한 색깔의 장판 테이프를 사서 틈을 막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순옥작가님은 '틈'을 통해 온 세상에 충만한 ㅅㅁㄹ을 가르쳐 주시네요.
ㅅㅁㄹ은 무엇일까요?
2. 책을 읽으며
사람들이 만든 회색빛 도시.
아스팔트로 덮여 모래를 볼 수 없는 거리.
그 위를 지나다니는 거대한 자동차들.
시야를 막는 거대한 빌딩, 높은 담장들.
인류의 문명은 총천연색의 자연을 몰아내고 삭막하고 거대한, 아름답고 냉정한 도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틈만 나면
인간이 계획하고, 의도하고, 설계하지 않은 일들이 마구 일어납니다.
맨홀 위 작은 잎사귀,
시멘트 담장 위 푸른 줄기,
하수구옆 이름 모를 초록 풀들
멋진 곳이 아니어도, 조금 답답해도 쑥쑥 자라납니다.
틈만 나면 높이 올라가 담장을 넘어갑니다.
살아있기에. 틈만 나면
주인공이 아니면 어때
나를 위한 자리가 없으면 어때
한 줌의 흙과 하늘만 있다면 나는
꿈을 꿀 수 있어.
-<틈만 나면> 그림책 중-
놀라운 생명력.
이 책을 읽으며 식물의 생명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며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식물도 이렇게 틈만 나면 살아남는데,
인간씩이나 되어서 나는 뭘 하고 있는가 반성도 하게 됩니다.
거대한 농장까지는 아니어도 손바닥만한 땅은 있어야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거라며 떼를 부리고 있는건 아닌지.
내게 있는 것은 한 줌의 흙보다는 많을진데 감사를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돌아보면 온 세상에 생명이 충만한 여름입니다.
이 여름에 어둠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면, 보도블록 틈사이에 삐쭉 피어난 민들레 보기에도 창피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길을 걷다 쳐다도 안 보던 잡초도 이렇게 열심히 살아 내는구나.
잡초야, 네가 삶의 감동을 가르쳐주는구나.
나도 악착같이 살아야겠다.
충만한 생명력으로 상황을 이겨내야겠다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