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으슬으슬 감기기운에 멍 때리고 앉아있었는데, 엄마에게서 한 장의 사진이 왔다.
지금 양산에는 비가 내리고,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혼자 카페에 앉아 따뜻한 라테를 마시고 있다고 하셨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같이 커피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태어나기 전부터 가장 가까웠고 여전히 가장 가까운 사람, 세상에서 제일 친한 나의 엄마
봄이 되면 들로 산으로 쑥을 캐러 다녔고, 장날이면 손을 꼭 잡고 함께 장을 보러 갔다. 동네에 패스트푸드점이 처음 생겼을 땐 학원 땡땡이치고 햄버거 먹으러 갔고, 가끔씩은 하교하는 날 기다렸다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도 했다. 아주 어릴 적 일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도 미술 학원에 못 간다는 전화를 직접 해주시곤 하셨으니 말이다.
둘이 기차 타고 경주 갔던 날 갑자기 비가 내려 고생했던 일, 눈이 쌓여있던 길을 1시간 동안 걸었던 일, 내가 피아노 반주를 하면 엄마가 노래를 불렀던 바위섬, 아빠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막걸리와 함께 먹었던 매운 닭발, 시내에 가면 항상 먹었던 경양식 돈가스 맛도 아직 생생하다.
제일 친한 친구이면서 나에게 따뜻함을 알려주고 사랑을 채워줬던 존재이기도 하다.
엄마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난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다. 그 사랑이 단 한 번도 비워진 적이 없었기에 아무리 삶이 힘들고 찌들었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회복되곤 했다.
보양식보다 더 따뜻하고 건강한 마음을 주셨다.
나는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불안이 많은 사람이다. 단언컨대 엄마가 나의 엄마가 아니었다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도, 남 챙기는 걸 좋아하는 정 많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나눠줄 줄도 아는 법이다. 엄마가 나에게 주는 사랑은 무제한 데이터보다 더 짱짱하다.
그래서인지 타인에게 아무리 큰 사랑과 관심을 쏟아도 내 감정은 잘 소진되지 않는다.
엄마랑 더 놀고 싶은데, 이젠 그러기는 힘들겠지?
난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