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저기 저, 방학동 지하 공방에서 겨우 지상으로 올라왔는데 결국엔 도자기 작업을 접게 되었다.
항상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작업을 했지만 결단을 내리기 쉽지가 않았다. 우유부단한 성격이 아님에도 무언가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내가 그것에 진심이었다는 거겠지?
가마를 팔았다. 이미 계약금도 일부 받았고 이사 나가는 날짜도 잡혔다.
몇 년을 질질 끌었던 일인데, 생각보다 아무 느낌이 없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런지 슬프거나 아쉬운 감정은 들지 않는다. 억지로 눈물을 짜보려 해도 그냥 좀 텁텁한 맛이다. 쓰고 달고, 시원 섭섭할 줄 알았더니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무섭기도 하다. 이러다 가마 이사 가는 날 갑자기 눈물이 와락 터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다행히도 눈앞에 먹고 살아갈 일이 바빠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다. 참 다행이다.
2013년 대학원에 입학 한 후로 난 계속 흙 작업을 해왔고 거의 10년 만에 도예가라는 직업을 관두는 건데, 행복을 바란다며 축하해 주는 이도, 그동안 고생했다 격려해 주는 이도,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겠다 응원해 주는 이도 없다. 시끌시끌한 송별회는 없지만 정리해야 할 속 시끄러운 일들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