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7개월 차의 기록
[그런 날]
그날은 처음으로 공방에 도착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날이었다.
열정이 조금 식었다고는 해도, 가마에서 나온 기물이 전부 엉망이었던 건 또 처음이었다.
이제 조금은 익숙해졌으니까, 잘 나왔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만든 결과는 처참했다.
공방을 하는 친구의 제안에 만들었던 마그넷들은 처음 써 본 물감 때문인지 색이 엉망이었다.
테스트 발색용이긴 했지만, 마음 한편에선 그래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는 나와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듯하다.
분명 칠했는데, 사라진 색들과 바뀌어버린 색들. 나조차도 당황스러웠다.
이 물감으로 그린 접시는 형광색 토끼로 태어난 건 물론이고, 곰은 희미하게 나와버렸다. 모두 망했다.
다행인지 이유를 알 것 같긴 하다. 이 물감은 다른 색과 섞으면 발색이 좋지 못했고, 구매한 컬러 두 가지는
거의 발색이 되지 않았다.
[돼지기름 왜 여기에]
이번 가마에서 나온 기물들은 물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무광을 좋아해서 무광유약을 발랐는데 분명 이제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울퉁불퉁 입체감이 있는 기물이라 그런지 제대로 발리지 않고 뭉쳐졌다.
곰돌이 곳곳이 돼지기름처럼 하얗게 무광유약이 맺혔다. 금이 간 것도 아닌데, 마치 흉터처럼 남기도 했다.
선생님의 말씀으론 두껍게 발리기도 했고 입체감이 있었던 기물이라 그런 것 같다.
절망에 이은 절망.
그래도 뭔가를 하고 공방을 나가야 했다. 가마에 나온 기물들은 한쪽에 두고 박지기법에 도전!
우선 기물의 형태를 만들고 화장토만 잔뜩 발라놓고 다음에 와서 화장토가 다 마르면 디자인을 잡기로 했다.
하지만 기물의 형태도 결국 만들지 못했다. 자꾸만 같은 곳에 금이 갔다. 메꿔도 메꿔도 같은 위치에 금이 갔다. 결국 쓰레기봉투에 넣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흙도 나를 거부하는 날 같았다.
이런 하루도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빨리 집에 가서 닭발에 소주 한잔을 먹고 싶어지기도 했다.
당분간은 무광유약은 쳐다보지도 않으리라!
그럼에도 또 뭔가를 만들고 구워져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애증이 된 무광유약도 다시 도전이다. 얼마 전 다짐은 잊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