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6개월 차의 기록 -2
[시간은 왜 이리 빠르게 흐르는지]
도자기를 배운 지 벌써 6개월 차다.
선생님은 자율성도 주시지만 늘 방향을 제시해 주신다. 하지만 난 실패가 무서워 내 능력껏만 만드는 나쁜 버릇이 있다. 더 큰 기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잘 안 될 때마다 작은 콩분을 만든다.
다육이를 심기 위함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큰 기물을 만들지 못하는 좌절을 숨기기 위한 회피에 가깝다.
어쩌면 그 버릇 때문에 지금 정체기가 온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 도자기를 시작할 때는 작은 화분을 많이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귀여운 콩분들은 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물레를 차면 찰수록 나는 물레보다는 손작업을, 하나를 깊게 파기보다는 매주 다른 걸 만들어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알아버렸는지, 자꾸만 물레가 아닌 테이블에 앉게 된다.
요즘 물레는 방법을 잊지 않을 정도로만 한다. 그러다 보니 실력은 더디다. 아니 오히려 퇴보 중이다.
처음 배울 땐 집에 와서 선생님이 알려준 팁도 적어두고, 도자기 영상을 찾아보며 복습까지 했는데,
요즘은 흙 묻은 손을 씻고 나면 그대로 하루를 접어버린다.
열정이 줄어든 걸까.
그래도 물레 앞에 앉은 만큼 작지만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본다. 일자컵, 둥근 컵, 점점 좁아지는 컵.
초보에게는 이 작업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크기가 작아 쓸모는 없지만, 둥근 컵 아래 꽃 모양 컵받침을 만들어두면 꽤 귀여워지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귀여움도 잠시, 몇 달 전 만든 기물들이 오히려 더 컸다는 사실이 떠오르며 괜히 씁쓸해진다.
굽을 깎다 형태가 틀어진 기물을 눌러 바구니 모양으로 바꾸기도 했다. 아이스크림 컵을 닮은 것들도 있고, 콩분은 제법 쌓였다. 겨울에 물레를 돌리면 흙도 차갑다. 손이 시려 자꾸 따뜻한 물을 뿌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흙은 더 질어지고 손자국은 선명해진다. 마치 요즘 내 마음처럼.
다음에는 작게 만들더라도 조금 더 단단하고 깔끔하게 만들어보자고 마음먹는다.
실용성과 효율을 위해서라도 물레로 깔끔한 기물을 빚고, 색 있는 유약으로 특별함만 더하자고 늘 다짐하지만 결과는 콩분으로 끝나버린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새해를 기다리며 선생님과 나는 붉은말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조형이 강점인 선생님과 달리, 조형이 처음인 나는 뭉툭하게 형태만 잡고 색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하지만 승부는 무슨, 색을 입히기도 전 다듬던 말의 다리를 깨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두 번째 말도 만들었는데, 가마로 옮기는 도중 내 손에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두 번이나 깨지니 괜히 인연이 아닌 것 같아서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만들고자 하는 것도 없이 조물조물 흙을 만지다 깨져버린 말이 생각났다. 그렇게 나는 세 번째 말을 만들었다.
열정이 식어서인지 예쁘게 나오지는 않았다. 게다가 구워지면서 바닥까지 평평해져 버려 아쉬웠다.
선생님이 늘 흙은 정직하다고 했는데, 정말이지 내 마음을 모두 담고 있었구나 싶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어쨌든 2026년의 상징인 붉은말은 만들었다.
끝까지 목표했다는 걸 해냈다는 건 조금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형태도, 채색도, 시유도 다 처음 마음과는 달라져 있었다. 어딘가 힘이 빠진 엉성한 모습이었다.
마치 열정이 한 번 지나가고 난 자리처럼.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던데, 내 붉은말을 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끝까지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꺾이지 않은 건 아니라는 걸.
괜히 내 붉은말에게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