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6개월 차의 기록
[내게 손작업이란]
도자기를 배우면서 나에 대해 많은 걸 알아간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내 취향은 물론 나는 정형화된 것보다 비정형화된 것을 훨씬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싶다. 그래서인지 물레보다 손작업을 훨씬 좋아하는 사람이다.
물레와 손작업을 비교하자면 물레는 깔끔한 타이핑이고 손작업은 삐뚤빼뚤한 손글씨다. 깔끔하고 정교하고 기성품 같은 느낌은 역시 물레다. 같은 기물을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물레는 역시 효율적이다.
손작업은 울퉁불퉁 하지만 따뜻한 느낌이 있다. 세상에 하나뿐이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상품성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예쁨의 문제라기보다는, 섬세함과 테크닉이 많이 필요한 작업에 나는 아직 서툰 편이다. 그래서 물레보다 손작업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도자기 자격증 취득까지도 고려하고 있는지라 물레를 안 할 수 없지만, 물레로 지친 마음은 늘 손작업으로 푼다.
[계획은 늘 그럴싸하지만]
이번 작업은 처음하는 색소지 작업이다. 흙에 안료를 넣어 수제비 반죽 치대듯 열심히 색깔흙을 만들었다.
처음하는 작업은 언제나 설렌다.
색소지를 만들고 돌아간 날. 카페에 앉아 빨간색, 노란색, 갈색, 녹색 이 4가지 컬러로 뭘 만들까 고민했다.
빨간색과 녹색이라니, 다가오고 있는 크리스마스 오브제를 만들어야지 싶었다.
가장 쉬운 건 역시 모빌 느낌의 오브제.
그런데 스케치를 하다 보니, 색의 구성이 토마토, 레몬, 아보카도가 아닌가?! 바로 소스볼 스케치까지 완료!
색소지로 만든 컬러는 4가지뿐인데 이걸로 만들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는 것도 설렘 그 자체였다.
[색소지 작업은 처음이라]
색소지도 만들어뒀고, 스케치까지 했으니 이제 선생님께 도움받아 만들어내기만 하면 되는 날!
그런데, 도자기 선생님의 급작스런 일정으로 혼자 도전해 보게 된 색소지와의 첫 만남. 보기와는 다르게 처음 만져보는 색소지는 너무 낯선 흙덩이였다.
다른 색과 함께 쓸 때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흙에 물기가 많아 미끄럽다가도 한순간 건조되어 갈라져 버리니,
내가 뭘 잘못한 걸까, 혼자서 괜히 소심해져 갔다.
[그럼에도 만들어지는 세상]
입체적인 종모양과 쿠키맨, 지팡이, 트리 등을 생각했었지만, 내가 평면적인 사람이라 입체는 무리였다.
처음 만져보는 색소지라 그냥 만드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조금 더 쉬운 트리를 만들고 과일을 닮은 소스볼을 만들었다.
아보카도는 색을 3가지를 써야 했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까지 해봤지만 결국 실패. 얼렁뚱땅 내 마음대로 만든 아보카도 소스볼.
그렇게 초벌이 구워지고 또 유약을 발라 재벌까지 완료.
생각보다 모빌은 아쉽지만, 소스볼은 귀여운 삼형제 완성!
다음에 남은 색소지가 조금 있어서 만든 토마토 접시와 감자 접시.
이 접시는 아래에 귀엽게 굽도 달아줘서 더 하찮고 귀엽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색소지로 만든 크리스마스 모빌이 못내 아쉬워 만들어 본 크리스마스 흙덩이들.
아쉬운 것들도 있지만, 역시 손으로 만든 게 삐뚤빼뚤 못생기긴 했지만 왠지 더 정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