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4개월 차의 기록
[잘 해내고 싶은 마음]
원통형을 무작정 뽑기보다는 아래쪽에 변형을 준 디자인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여전히 큰 기물을 뽑지 못하다 보니, 형태에서라도 변화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형태를 만들 설렘에,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예쁜 외형’만 생각했다. 난 결국 그 형태에 맞는 굽 작업을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굽을 충분히 쳐내지 않으면 컵은 무거워지고, 가마 작업 중 바닥이 갈라질 위험도 커진다.
늘 일자 형태의 굽만 깎아오다 보니 아래가 벌어진 사다리꼴 형태에서는 어디까지, 어떻게 쳐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결국 바닥을 과감하게 덜어내지 못했고 컵은 생각보다 무거워졌다.
도자기 선생님에게 물어보지 않은 채, 내 맘대로 굽을 깎고 손잡이까지 완성하는 사고를 쳐버렸다.
[설렘에 잠시 취해있던 고양이]
사실 스케치를 할 때만 해도 이미 완성될 상상 속의 도자기와 사랑에 빠져있었다. 기물은 로맨틱한 굽을 갖고 있었고 귀여운 고양이까지 그려질 컵이라니. 내 행복회로에서는 이미 갖가지 포즈의 고양이들이 귀엽게 자리 잡고 있었다.
깔끔한 걸 바랬지만 생각보다 너무 허전했다. 색감도 질감도, 전체적 구성까지 모두 실패다.
컬러감을 살짝 넣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후회가 남는다. 선의 색조차도 갑갑함을 안겨준다. 스케치로 있을 때와 기물의 그림으로 들어갈 때는 확연하게 분위기가 달라진다.
한 번의 실패 후 사다리 꼴을 포기하고 직사각형으로 또다시 굽을 깎았다.
하나는 아랫단만 물감 칠한 후 긁어서 줄무늬를 만들어 마무리했고, 하나는 귀여운 토끼를 그려 넣었다.
나름 토끼는 귀엽게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왜인지 그림의 전체가 흐릿하게 나와버렸다. 분명 진하게 작업했는데 이유를 알 수 없어 더 슬픈 실패다.
게다가 굽에만 신경 썼더니 손잡이에도 미세금이 있어 유약 바르기 전에 한번 더 정리를 해주기도 했다.
도자기는 구워서 나올 때까지 모른다는 선생님의 말이 유난히 실감 나는 날이었다.
흙을 다루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짝사랑이었다.
이번 고백은 실패. 그래도 다음 고백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