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차의 기록
[나의 추구미는]
원통형 기물을 만드는 것도 만드는 것이지만, 내가 진짜로 만들고 싶은 게 뭘까라는 고민을 해봤다.
가끔은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닌 남들이 보는 내게 더 정확하다고 하는데, 도자기 선생님은 늘 내게 말하셨다.
"귀여운 거 좋아하죠? 아기자기하게 잘 만든다~"
그러면 난 늘 말하곤 했다
"아뇨, 저 깔끔한 거 좋아해요.
다만 그건 능숙해야 하니깐, 귀여운 걸로 보완하는 거죠."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 나는 귀여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도자기를 만들고 싶었던 건]
도자기를 처음으로 만들고 싶었던 건 코로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사를 하면서 식물을 2개 선물 받았었는데 한창 인테리어 놀이에 빠져있을 때라 그 식물이 더 예뻐 보였으면 했다. 그렇게 토분의 세계에 눈을 떴다. 그 길은 사실, 가지 말아야 할 길이였다.
수제 토분의 세계는 여러모로 만만치 않았다. 가격도 비쌌지만, 대부분 시즌제에 한정수량이었다.
회사에서도 온라인 오픈런을 했고, 반차를 쓰고 매장 앞에 줄을 선 적도 있었다.
어느 순간 식물보다 토분들이 더 많아졌을 무렵, 내가 토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도자기를 체험해 봤고, 그때 손으로 느껴지던 고요함을 잊지 못해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만드는 토분]
이사를 오면서 집의 특성 때문에 어떻게 해도 잘 죽지 않던 관엽이 들은 시들시들 초록별로 가버렸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대다수는 내가 애증 하는 아프리카 다육이들.
과거에는 꽤 비쌌지만 크기는 콩알만 해서 보통 플분이라 불리는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키운다.
아프리카 다육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보통 네댓 개가 아니라, 몇십 개를 함께 키운다. 그러다 보니 화분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기 어렵다. 화분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는 식물을 하나라도 더 키우고 싶은 마음이 반영되기도 하고 작은 화분 중에 예쁜 것이 적은 이유도 있다.
그래도 나는 몇몇의 아이들은 토분을 주고 싶었다. 예쁜 옷을 입혀주고 그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은 원통형에 배수구가 될 구멍을 뚫고 화분을 만들기로 했다.
[나의 시그니쳐가 될지도 모르는]
채소와 과일시리즈로 확대 예정일 나의 토분들이다.
손과 발을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원통형은 물레로 만들지만 손과 발은 직접 내가 붙여줘야 하기에 손과 발 중에 손은 포기했다. 가을은 할로윈의 계절! 호박모양의 토분도 만들었다.
[내가 봐도 귀여운 ]
여전히 화장토로 채색하는 것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이미 도자기 작가가 된 것처럼 설레었다.
토마토, 가지, 호박, 당근 등을 우선 만들어냈다.
만들고 싶은 팟은 많지만 주 2회 공방 방문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본래 정규클래스도 1회 방문 시 2시간 정도로 정해지지만, 특별한 인연이 된 도자기 선생님 덕에 남들보다
조금 더 공방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 3개월 차임에도 여러 가지 팟을 시도할 수 있었다.
내가 만들어 낸 토분들이다. 내가 봐도 너무 귀엽다.
아까워서 식물을 심기도 어려울 것 같지만 그 마음도 잠시, 내가 써봐야 장단점을 알겠지 싶어 하월시아 중에 하나를 식재해 봤다.
아직 뭔가 엉성함이 있지만, 이제까지 내가 만든 것들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흙덩이들이다.
나 조금, 재능이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