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우선 물레를 돌려본다

여전히 도자기 2개월 차의 기록

by 또록



[도자기의 기본은 원통형?! ]


손작업은 확실히 재미가 있다. 하지만 물레도 포기할 수는 없다.

물레는 테크닉적인 비중이 커서 조금만 쉬어도 배웠던 스킬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리곤 한다.

물레의 기본은 원통형이라는 선생님의 말에 열심히 물레를 찼지만 좀처럼 내 기물의 크기는 커지지 않는다.

'크게 만들면 되잖아!'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심을 무너트리지 않고 원통을 뽑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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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손가락으로 깊게 구멍을 내고 그 바닥에서부터 벽을 올린다.

구멍이 얕을 때는 그나마 할 만하지만, 깊어질수록 벽의 두께가 무너진다. 거기에 크기도 들쑥날쑥.



[일단 완성은 된 원통들]


원통 연습만 생각하다 보니, 이 기물들의 쓰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슬프지만 스케치나 목적 없이 만들어진 원통형 기물은 특별한 쓰임이 없다. 그럼에도 내 기물을 구워봐야 내 장단점을 알 수 있으니 일단은 구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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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 유약 발라 재벌 하기 전 / 후 : 유약 발라 구워낸 후>


너무나 작은 원통형, 컵으로도 작은 느낌이다.

뭘 할까 하다가 처음으로 물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는데, 유약을 발라 재벌을 하니 생각보다 고양이가 너무 흐리게 나왔다. 완전 망했다. 물감을 쓰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참고로 그 앞에 있는 작은 화분과 꽃을 닮은 오브제는 손으로 조물조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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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원통형은 연필꽂이처럼 특별한 쓰임이 없는 기물이 되었다. 컵이 되긴 컸고, 화분을 하기엔 바닥을 뚫지 않았다. 대신 이 기물에는 바르는 유약을 처음으로 사용해 봤다. 생각보다 예쁘게 나온 내가 처음 발라본 유약.

현재는 강아지 칫솔과 치약을 담아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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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 바르는 유약의 종류 / 후 : 투톤으로 바른 유약>


또 다른 원통. 예쁜 쑥라떼 색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얼룩덜룩 엉망이다. 특히나 이 유약은 내가 처음 사본 유약인데 이번 쇼핑은 꽝이다. 도자기 선생님은 빈티지 느낌이 난다며 날 위로했지만, 이건 서랍장 깊은 곳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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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구멍을 내 화분이 된 원통.

이번엔 물감을 진하게 발라줬고, 무광 유약으로 마무리를 했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은 다육이를 심었더니 흙물이 들지 않고 예쁘게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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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크기의 원통 두 개는 컵이 되었다. 손잡이를 붙여 컵을 만드는 건 가장 만만한 선택이다.

다만 나는 손잡이에 특징이 있는 걸 좋아하다 보니 실용성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내가 좋으면 되는 내 컵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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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를 갈아 고구마라떼를 만들었다. 도자기 컵은 여름보다 겨울에 더 어울리는듯하다. 손으로 가득 감싼 컵은 사람의 온기처럼 따뜻함을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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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 물레로 원통형 차기 / 후 : 바닥에 구멍을 내어 토분으로 변신>


그 외에 2개월에 만들었던 토분은 하월시아 10개를 주문해 둔 상태여서, 그걸 심기 위해 열심히 성형하고 굽을 깎은 기억이 난다. 작은 기물 하나도 굽을 깎는데 한 시간이나 걸리다 보니, 오랜 시간에 지치기도 했지만 반복된 작업에 조금은 스킬업이 됐다. 완성된 모습은 살짝 가마에서 탄 자국까지도 귀엽다. 하지만 크기는 모두가 달라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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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 위쪽에서 바라본 모습 / 후 : 접시의 뒷면 >



원통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해 마음이 지쳤을 때 만든 접시. 높은 굽과 작은 크기, 파스텔톤 옐로 컬러까지 귀엽다. 곶감 하나, 초콜릿 하나 정도 올리면 좋은 접시로 네 개를 세트로 만들었다. 다만, 높이가 제각각이다. 굽 높이가 모두 다른 건 초보자만의 흔적 같은 게 아닐까?



[언제까지 원통을 만들어야 할까?]


내가 다니는 공방은 커리큘럼보다는 각자 원하는 작업을 존중해 준다. 나는 만들고 싶은 것이 있을 땐 그걸 만들고, 그렇지 않을 때는 원통 연습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원통 만들기 연습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기본이 되어야 응용이 편할 것인데, 빨리 성장하고 싶은 욕심과는 달리 내 손은 늘 제자리다.



늘지 않는 실력 때문에 가끔 이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나는 언제나 걸음이 느린 아이였다. 그리고 좋아하는 건 꾸준히 붙잡는 편이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느린 걸음이지만 꾸준히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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