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도자기 2개월 차의 기록
[도자기의 기본은 원통형?! ]
손작업은 확실히 재미가 있다. 하지만 물레도 포기할 수는 없다.
물레는 테크닉적인 비중이 커서 조금만 쉬어도 배웠던 스킬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리곤 한다.
물레의 기본은 원통형이라는 선생님의 말에 열심히 물레를 찼지만 좀처럼 내 기물의 크기는 커지지 않는다.
'크게 만들면 되잖아!'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심을 무너트리지 않고 원통을 뽑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원통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손가락으로 깊게 구멍을 내고 그 바닥에서부터 벽을 올린다.
구멍이 얕을 때는 그나마 할 만하지만, 깊어질수록 벽의 두께가 무너진다. 거기에 크기도 들쑥날쑥.
[일단 완성은 된 원통들]
원통 연습만 생각하다 보니, 이 기물들의 쓰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슬프지만 스케치나 목적 없이 만들어진 원통형 기물은 특별한 쓰임이 없다. 그럼에도 내 기물을 구워봐야 내 장단점을 알 수 있으니 일단은 구워본다.
너무나 작은 원통형, 컵으로도 작은 느낌이다.
뭘 할까 하다가 처음으로 물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는데, 유약을 발라 재벌을 하니 생각보다 고양이가 너무 흐리게 나왔다. 완전 망했다. 물감을 쓰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참고로 그 앞에 있는 작은 화분과 꽃을 닮은 오브제는 손으로 조물조물 만든 것이다.
어떤 원통형은 연필꽂이처럼 특별한 쓰임이 없는 기물이 되었다. 컵이 되긴 컸고, 화분을 하기엔 바닥을 뚫지 않았다. 대신 이 기물에는 바르는 유약을 처음으로 사용해 봤다. 생각보다 예쁘게 나온 내가 처음 발라본 유약.
현재는 강아지 칫솔과 치약을 담아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원통. 예쁜 쑥라떼 색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얼룩덜룩 엉망이다. 특히나 이 유약은 내가 처음 사본 유약인데 이번 쇼핑은 꽝이다. 도자기 선생님은 빈티지 느낌이 난다며 날 위로했지만, 이건 서랍장 깊은 곳으로 떠났다.
밑에 구멍을 내 화분이 된 원통.
이번엔 물감을 진하게 발라줬고, 무광 유약으로 마무리를 했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은 다육이를 심었더니 흙물이 들지 않고 예쁘게 잘 지내고 있다.
비슷한 크기의 원통 두 개는 컵이 되었다. 손잡이를 붙여 컵을 만드는 건 가장 만만한 선택이다.
다만 나는 손잡이에 특징이 있는 걸 좋아하다 보니 실용성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내가 좋으면 되는 내 컵인걸.
고구마를 갈아 고구마라떼를 만들었다. 도자기 컵은 여름보다 겨울에 더 어울리는듯하다. 손으로 가득 감싼 컵은 사람의 온기처럼 따뜻함을 내뿜는다.
그 외에 2개월에 만들었던 토분은 하월시아 10개를 주문해 둔 상태여서, 그걸 심기 위해 열심히 성형하고 굽을 깎은 기억이 난다. 작은 기물 하나도 굽을 깎는데 한 시간이나 걸리다 보니, 오랜 시간에 지치기도 했지만 반복된 작업에 조금은 스킬업이 됐다. 완성된 모습은 살짝 가마에서 탄 자국까지도 귀엽다. 하지만 크기는 모두가 달라 아쉬움이 남는다.
원통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해 마음이 지쳤을 때 만든 접시. 높은 굽과 작은 크기, 파스텔톤 옐로 컬러까지 귀엽다. 곶감 하나, 초콜릿 하나 정도 올리면 좋은 접시로 네 개를 세트로 만들었다. 다만, 높이가 제각각이다. 굽 높이가 모두 다른 건 초보자만의 흔적 같은 게 아닐까?
[언제까지 원통을 만들어야 할까?]
내가 다니는 공방은 커리큘럼보다는 각자 원하는 작업을 존중해 준다. 나는 만들고 싶은 것이 있을 땐 그걸 만들고, 그렇지 않을 때는 원통 연습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원통 만들기 연습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기본이 되어야 응용이 편할 것인데, 빨리 성장하고 싶은 욕심과는 달리 내 손은 늘 제자리다.
늘지 않는 실력 때문에 가끔 이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나는 언제나 걸음이 느린 아이였다. 그리고 좋아하는 건 꾸준히 붙잡는 편이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느린 걸음이지만 꾸준히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