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내가 만들었는데, 왜지?

3개월 차의 기록

by 또록



[나의 추구미는]


원통형 기물을 만드는 것도 만드는 것이지만, 내가 진짜로 만들고 싶은 게 뭘까라는 고민을 해봤다.

가끔은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닌 남들이 보는 내게 더 정확하다고 하는데, 도자기 선생님은 늘 내게 말하셨다.


"귀여운 거 좋아하죠? 아기자기하게 잘 만든다~"


그러면 난 늘 말하곤 했다


"아뇨, 저 깔끔한 거 좋아해요.

다만 그건 능숙해야 하니깐, 귀여운 걸로 보완하는 거죠."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 나는 귀여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도자기를 만들고 싶었던 건]


도자기를 처음으로 만들고 싶었던 건 코로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사를 하면서 식물을 2개 선물 받았었는데 한창 인테리어 놀이에 빠져있을 때라 그 식물이 더 예뻐 보였으면 했다. 그렇게 토분의 세계에 눈을 떴다. 그 길은 사실, 가지 말아야 할 길이였다.



0118.jpg <과거 집 창문 앞을 가득 채웠던 식물들>



수제 토분의 세계는 여러모로 만만치 않았다. 가격도 비쌌지만, 대부분 시즌제에 한정수량이었다.

회사에서도 온라인 오픈런을 했고, 반차를 쓰고 매장 앞에 줄을 선 적도 있었다.

어느 순간 식물보다 토분들이 더 많아졌을 무렵, 내가 토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도자기를 체험해 봤고, 그때 손으로 느껴지던 고요함을 잊지 못해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만드는 토분]


이사를 오면서 집의 특성 때문에 어떻게 해도 잘 죽지 않던 관엽이 들은 시들시들 초록별로 가버렸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대다수는 내가 애증 하는 아프리카 다육이들.

과거에는 꽤 비쌌지만 크기는 콩알만 해서 보통 플분이라 불리는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키운다.



01181.jpg <이런 콩알이들이 우리 집에도 100개쯤 살고 있다>



아프리카 다육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보통 네댓 개가 아니라, 몇십 개를 함께 키운다. 그러다 보니 화분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기 어렵다. 화분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는 식물을 하나라도 더 키우고 싶은 마음이 반영되기도 하고 작은 화분 중에 예쁜 것이 적은 이유도 있다.

그래도 나는 몇몇의 아이들은 토분을 주고 싶었다. 예쁜 옷을 입혀주고 그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은 원통형에 배수구가 될 구멍을 뚫고 화분을 만들기로 했다.





[나의 시그니쳐가 될지도 모르는]


채소와 과일시리즈로 확대 예정일 나의 토분들이다.



KakaoTalk_20260118_092418888.jpg <채소팟 스케치, 영문을 배울때라 영어로>


01184.jpg <물레로 원형틀을 만들고 발은 따로 붙여줬다>



손과 발을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원통형은 물레로 만들지만 손과 발은 직접 내가 붙여줘야 하기에 손과 발 중에 손은 포기했다. 가을은 할로윈의 계절! 호박모양의 토분도 만들었다.





[내가 봐도 귀여운 ]


여전히 화장토로 채색하는 것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이미 도자기 작가가 된 것처럼 설레었다.

토마토, 가지, 호박, 당근 등을 우선 만들어냈다.



KakaoTalk_20260118_083215865.jpg
01185.jpg
<바짝 마른 뒤에 채색을 했어야 했는데 마음이 급했는지 가지는 안쓰러운 느낌이다>



만들고 싶은 팟은 많지만 주 2회 공방 방문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본래 정규클래스도 1회 방문 시 2시간 정도로 정해지지만, 특별한 인연이 된 도자기 선생님 덕에 남들보다

조금 더 공방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 3개월 차임에도 여러 가지 팟을 시도할 수 있었다.

내가 만들어 낸 토분들이다. 내가 봐도 너무 귀엽다.



KakaoTalk_20260118_082917243.jpg <뿌리를 내고 있는 나의 하월시아>



아까워서 식물을 심기도 어려울 것 같지만 그 마음도 잠시, 내가 써봐야 장단점을 알겠지 싶어 하월시아 중에 하나를 식재해 봤다.

아직 뭔가 엉성함이 있지만, 이제까지 내가 만든 것들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흙덩이들이다.



나 조금, 재능이 있을지도.


이전 08화[7] 우선 물레를 돌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