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도자기에 이름 새겨주기

너의 이름은!

by 또록


[이름 없는 것들]


도자기 공방의 수강생들은 보통 정규수강생과 원데이 수강생으로 나뉜다.

원데이 수강생들의 작품은 유독 선호하는 디자인들이 있기에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정규 수강생들은 컵이나 대접처럼 비슷한 기물을 자주 만들다 보니 다른 사람의 것과 섞이거나

헷갈리기 쉽다.




그래서 바닥면에 별도로 표기를 하기도 한다. 나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이니셜로 표기를 해왔다.

하지만, 내 이름이 적힌 그릇이라니... 뭔가 부끄러웠다. 그냥 조금은 겸연쩍은 느낌?!



그 와중에 다른 수강생도 취미긴 하지만 도자기에 마치 브랜드처럼 이름을 만들고, 로고까지 제작해 도장을 찍고 있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도장 찍힌 기물들이 유난히 더 예뻐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때부터 나도 도자기에 새길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너무 긴 이름은 싫고, 이미 상호명으로 쓰이는 이름도 빼고, 복잡한 이름도 빼다 보니 남아나는 이름이 없었다.

그러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툭 던져본 이름으로 나 홀로 결정을 해버렸다.





[또록, 내 브런치 닉네임]


도로록 도로록-

굽을 깎을 때 물레가 돌아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또록- 뭔가 물방울이 그릇에 떨어지는 소리와도 닮아있다.

흙 토(土) + 즐거울 락(樂)의 뜻도 억지로 붙여봤다. 그렇게 해서 또록으로 결정되었다.

돌고 돌아 그냥 브런치 닉네임이라니 약간은 허탈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이름을 정하고, 한글로도 적어보고 영문으로도 적어보며 도자기에 찍힐 모습을 기대하며 끄적여봤다.





로고를 만들고 주문한 도장이 도착했다. 하지만 이 또한 부끄러워서 며칠은 못 찍고, 또 한동안은 까먹어서 못 찍고, 또 찍다가 기물을 찢거나 바닥을 뚫어버렸다.

지금도 로고의 반만 나온다거나 유약이 두꺼워서 로고가 안 보이는 건 일상다반사다. 도장 하나 찍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다.



당장 내가 만드는 이 도자기들이 판매가 되거나 어딘가에 선보여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름을 하나 달아주고 나니 조금 더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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