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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시리 Jul 30. 2022

뭉시리 독서 모임

중, 고등학교 독서토론교육을 목적으로 작성한 독서모임 사례 소개글입니다.


  ‘뭉시리 독서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나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독서 모임이다. 조금 특별한 점이라면 구성원 모두가 학교 선생님들이다 보니 어떤 책을 읽더라도 결국 학생과 배움에 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책을 공통분모로 독서를 통해 서로의 교육 철학과 수업 경험을 나누다 보면 때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잔잔한 물결로 일상의 상처를 치유받기도 한다.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서해문집, 2014)는 이러한 선생님들의 독서 모임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미 제목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아마도 책을 혼자서만 읽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을 경험하고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읽기’의 첫 번째 장점은 혼자일 때보다 더 다양한 책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책을 읽을지 각양각색 선생님들의 책 추천을 받는 선정 단계에서부터 특별하다. 혼자서 였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책들도 다시 살펴보게 된다.

  예를 들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행나무, 2016)은 독서 모임이 아니었다면 내가 혼자서는 읽지 않았을 제목의 책이다. 책은 낭만적이고 행복한 남녀의 결합 이후에 이 남녀가 현실적인 문제들을 겪으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은 책을 읽고 나서도 독서 모임에서 함께 얘기 나누기 전까지는 책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과의 독서토론을 통해 이 책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과 인간관계의 의미, 낭만적 감성으로서가 아닌 노력과 기술로 지속 가능한 사랑의 모습과 의미를 뒤늦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의 진솔한 사랑과 삶의 경험 이야기를 듣고, 책 내용에 관한 이해와 공감을 나눈 덕분에 비로소 이 책이 주는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때때로 독서는 개인의 삶의 경험에 따라서 그 교훈이나 감동이 달라지는데, 이런 때 다른 사람과 책을 함께 읽으면 책 내용은 물론이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과 경험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다.


  '함께 읽기'의 두 번째 장점은 토론을 통해서 여러 사람의 생각과 지식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경험을 나누면서 책을 이해했던 것처럼 여러 지성을 한데 모아서 비교적 어려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기도 하다.

  《사피엔스》(김영사, 2015)는 독서 모임에서 집단 지성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꼭 역사나 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교과 선생님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각 분야에 대해서 더 깊이 있는 설명을 듣기도 하면서 좀 더 수월하게 책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지성의 융합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것은 함께 읽기를 통해서야 가능한 경험일 것이다. 나 혼자서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많은 사람과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최고의 스승을 만나는 것이자 최고의 수업이 될 것이다. 이처럼 독서 모임은 멋있고 훌륭한 강의를 듣고 났을 때의 뿌듯함과 보람을 느낄 수 있게도 한다.


  세 번째 장점은 '함께 읽기'가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 자체로 내 영혼의 치유와 위안이 될 때가 있다. 특히나 자신이 무언가 힘든 일이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면 주위의 작은 말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된다.

  《하류지향》(민들레, 2013)은 ‘왜 요즘 아이들이 공부와 노동으로부터 도피하는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학교 다니는 것의 불합리’를 생각하는 청소년의 원인을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찾고, 학교라는 공간과 자본주의 사회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을 논리적으로 분석한다. 그래서 가만히 책을 읽다 보면 학생들의 생각과 입장, 학교의 상황과 처지를 이해하고 수긍하게 된다.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학생도, 교사도 때로는 서로에 의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할 때가 있는데, 《하류지향》은 이런 때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더욱이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은 일종의 심리 치료 센터가 되기도 한다. 전문적인 상담은 아니더라도 책이 아니었다면 또 이렇게 서로의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어 나누고 들어주고 할 수 있었을까.     


  마지막으로 '함께 읽기'는 독자를 좀 더 성숙한 독자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나 새로운 책을 만나는 것 모두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그런데 독서 토론은 혹여라도 있을 독자의 닫힌 생각을 활짝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라틴어 수업》(흐름출판, 2017)은 개인적으로 처음 책을 소개받았을 때부터 무척 기대했던 책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책을 읽는 중에도 참 재밌게 읽었던 책이다. 읽으면서 저절로 한 줄씩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게 되는 책들이 있는데, 나에게는 이 책이 꼭 그러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이다. 읽어 보기도 전에 어딘지 삐딱한 마음으로 보게 되는 책들도 있는 것이다. 최근에 내 경우에는 《나를 보내지 마》(민음사, 2009)가 그러했다. 이미 인간 복제를 주제로 한 책들을 여러 권 본 상황에서 이 책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인간 복제라는 소재 자체에 싫증이 났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도 무슨 비밀이나 반전도 없이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답답하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주제로 독서 토론에 참여하게 되면서 내 성급한 판단과 편견을 반성하고 뉘우치게 된 일이 있었다.


  처음 만난 분들과 함께했던 독서 토론 자리였다. 하필이면 이날 내가 모둠에서 맨 처음으로 발표를 맡게 되었고, 조금은 경솔하게도 이 책에 대한 내 느낌을 평소 그대로 다 얘기했다. 책에 대한 꽤 가혹한 혹평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후에 독서 토론이 진행되면서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가 책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너무 편견에 사로잡혀 책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음을 깨닫게 됐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누가 나를 흉볼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부끄러웠다. 물론, 토론을 통해서 책에 관해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이해하기도 하고, 나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이나 생각을 얻기도 하는 것이 일반이다. 하지만, 이날은 내가 너무 오만했던 나머지 책의 의미나 가치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부끄러운 사례이지만, 독서 토론은 이렇게 책을 대하는 독자의 독서 자세와 태도를 돌아보게도 한다. 이날의 토론에서 나는 책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고,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를 보내지 마》는 내가 주위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아끼는 책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내 인생의 독서 경험은 독서 모임을 통한 독서문화에의 참여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그 정도로 다른 독자와 책을 두고 만나는 것,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토론하는 경험은 매우 크고 확실한 변화를 가져온다. 정갈하게 잘 작성된 서평을 읽는 것과도 다르고, 한 권 한 권 성실하게 독서일지를 작성하는 것과도 다른 특별한 경험이다. 독서토론은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그 경험과 감정의 폭을 더 넓게 확장하는 것이다. 독서 모임에서 여러분은 항상 새로운 것을 느끼고, 혼자서 독서할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꼭 한번 한 권의 책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 나눠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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