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학생 창작 소설을 읽고 나서
S 학생의 '꿈을 꾸지 않게 해주세요'는 파란 하늘, 파란 바다, 하얀색 구름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친구 사이의 우정과 사랑, 잔잔한 일상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과 세세한 순간의 묘사는 근래에 읽었던 글 가운데도 특별히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다가왔다. 그것은 소설 속에서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두 인물의 캐릭터 설정 때문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림'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진진'의 조심스러운 시선과 감정 표현이 단연 훌륭했다.
'진진'과 '그림'은 고등학생으로, 둘은 친구 사이이다. '진진'은 신비스러운 매력을 지닌 '그림'을 좋아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피기도 하는 것이고, 혹여나 자기 말에 그의 기분이 언짢을까를 걱정하여 혼자서 속으로 자책하기도 한다. 이러한 '진진'의 마음은 친한 단짝 친구를 대하는 것 같다가도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이성 친구를 대하는 듯하기도 하다. 사실은 이미 '짝사랑'이라고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고, 살짝 볼 키스를 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꼭 '그림'이라는 인물이 이성 친구인지 동성 친구인지를 알 수는 없다. 그리고 더욱이 두 인물 사이의 섬세한 감정선을 지켜보는데는 인물이 이성인가 동성인가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그림'은 '진진'에게 있어 싱그러운 풀 향기로 느껴지는, 파란 바다와 하나처럼 느껴질 만큼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사실은 그래서 성급한 추측으로 혹시 '그림'이라는 인물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진진'의 상상 속 친구이거나,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친구를 생각하는 회상일까 하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말 그대로 성급했던 추측일 뿐이었다. 다만 그만큼 '진진'이 '그림'을 생각하는 마음은 꿈에서조차 그의 생각을 떨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것이었고, 그와의 찰나의 볼 키스는 사실 찰나였는지 영겁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그림'의 질문에 대한 '진진'의 대답은 그녀에게 '그림'과 같았던 바다가 '그리움'이었고, 둘이서 나눠 가졌던 휴게소 뽑기의 플라스틱 반지 가운데 '진진'이 가졌던 하트 모양의 반지는 그만 잃어버려 그 바다에 묻어두고 왔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미욱했던 첫사랑의 헤프닝은 끝나고 만다. 언젠가는 불현듯 떠오르게 될 작은 추억이 될 것임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읽는 내내 재밌었다. 나에게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평을 작성하는 일이 항상 조심스럽고 떨리는 일이지만, 좋았던 점에 대해서 좋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S 학생의 이번 글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르 클레지오의 '륄라비 혹은 어떤 여행'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마도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나 바다로의 여행이라는 내용때문이었을 수도 있겠고, 시적인 분위기의 인물 묘사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
S 학생의 작품은 지금 이대로도 참 훌륭하고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의 작품이 보여준 것과 같은 섬세하고 맑은 이미지와 표현력을 계속해서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 간다면 앞으로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더 훌륭한 대작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글을 먼저 읽을 기회를 준 S 학생에게 고맙고 영광스러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