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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11. 2022

두번째 여름03-장보러 갔다 하늘 구경

장보러 갔다 하늘 구경    

 

  맨날 집에 있으니 맨날 '오늘은 뭐 먹지'가 최대의 고민이다. 밑반찬을 쟁여 두고 먹기보다는 매 끼니 한 두 가지 찬을 새로 해 먹는 편이라 더 고민이 크다. 게다가 반찬 재료가 떨어져 간다. 엄마가 식재료를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은 영 못 미더워하시니 장을 보러 나가야지 싶었다. 사람 많은 곳은 가능한 피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대충 옷을 차려입고 대형 마트에 먹거리를 사러 나온 길, 건물을 두 바퀴 돌아 마트에 들어갈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다들 여기로 피서를 나왔나? 당장 장 못 본다고 굶어 죽을 상황도 아니고, 여전히 코로나 때문에 사람 많은 곳에 들어가기 찝찝한데 꼭 장을 봐야 하나 싶어 진다.     


“아휴, 차 너무 많다. 장은 다음에 볼까?”

“그럼, 나온 김에 하늘도 예쁜데 구름이나 보러 갈까요?”     


  신호대기 중에 하늘을 보니 몽실몽실 구름이 가득하다. 일몰과 어우러지면 꽤 아름다운 장면이 나올 것 같아서 연무대로 방향을 잡았다. (일단 열린 공간에 가는 것은 실내보다는 좀 마음이 편하다) 도착해서 화성 성곽을 따라 걸으며 구름 구경을 하다가 하늘에 떠 있는 열기구에 시선을 빼앗겼다.


“엄마, 저거 타봤어요?”

“언제 한번… 회사 사람들이랑 타봤나…. 넌 안 타봤어?”

“응, 예약할 수 있으면 타 봐요, 우리”     


  열기구 운영하는 곳에 찾아가 예약 방법을 읽어보고, 탑승 신청을 하고, 주변 나무 아래 돗자리를 깔았다. 산책하는 사람들, 비눗방울을 따라 아장아장 걷는 꼬마, 연 날리는 사람들… 나무 그늘에 앉아 사람 구경하다, 풀꽃 구경도 하고 하다 보니 조심스레 한 여성분이 다가온다. 자기들이 곧 옆에서 버스킹을 할 건데 소리가 나도 좀 양해해 달라는 것. 라이브 연주를 해준다는데 싫을 이유가 없다. 프로 연주자들은 아니었지만 색소폰 소리에 귀가 즐거워질 무렵, 우리 차례가 됐다. 도대체 몇 명이나 타나 싶었는데 10명이 조금 넘게 타는 모양이다. 타기 전에 열 체크도 하고, 열기구에 올라가서 해가 잘 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두 시간 이상 기다렸던 것 같은데... 하늘로 올라가는 건 순식간. 하늘 위에서 구름, 해와 눈높이를 맞추고, 수원 화성과 시내를 내려다보니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다.   

   

“자, 여기 보세요~”

“감사합니다. 엄마, 우리 셀카도 찍어요.”

“조심해. 우리 몰려 있으면 기구 기우는 거 아니니?”

“에이, 설마요. ㅎㅎㅎ”


   친절한 직원분께서 기념사진도 찍어주시고, 내 핸드폰으로도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찍는다. 엄마의 걱정에 셀카는 적당히. 그러는 사이, 시원한 바람에 쌓여 있던 피로와 일상의 고민을 날려 보낸다. 기왕 기다린 것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하늘에서 일몰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마음 한편에 생겼지만, 어떻게 삶이 내 뜻대로만 되겠는가.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에 또 찾아오겠지~’하는 생각으로 하늘 구경을 마쳤다. 내려와 성곽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며 해넘이를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림이야기: 처음으로 연필이든 펜이든 밑그림을 전혀 그리지 않고 그린 수채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밑그림 없이 바로 그리는 경우를 보며 늘 부러워하곤 했는데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그래도 한 번은 도전해 봐야지 싶어 용기를 내 보았는데 생각보다 느낌이 괜찮았다. 아마 꾸준히 그림을 그리니 손에 좀 익은 모양이다. 역시 무언가 실력이 늘려면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지 싶다. 다만, 구름 색을 너무 옅게 칠하다 보니 스캔을 하면 하늘이 전혀 없어져 여기에는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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