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삶
밖으로 내딛는 발걸음마다 피부에 와닿는 차가운 냉기가 부딪치는 게 산으로 향하는 마음을 몹시 망설이게 하였다. 잠깐의 망설임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고 십 초 정도의 정지 상태로 그대로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에이, 그래도 나왔는데”
등에 맨 배낭끈을 잡으며 가던 길을 재촉하였다.
역시 어제와는 다른 옷차림새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가는 사람들,
갑자기 쑥 내려간 기온에 적응하지 못한 뭇사람들의 움츠림에 난 강한 동지애를 느꼈다.
찻길을 건너 새로 놓인 간이 계단을 내려가니 산으로 오르는 초입도 훨씬 가까워져 어수선하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만 코끝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매섭기만 하다.
찬 기온이 콕콕 박히기라도 하듯 시선이 부딪치는 모든 것들은 차가운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는데 즐비한 가게의 건물마저도 차가운 분위기를 쏟아 내고 있었다. 그 추위에 어깨마저 다시 움츠려졌다.
'기온이 어쩜 순식간에 이렇게 바뀔 수 있나?'
햇살을 밟으며 등산로를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던 나의 시선은 곧 거침없이 콸콸 흐르는 작은 개천으로 옮겨졌다. 며칠 비 소식이 있던 뒤라 그런지 그 소리가 얼마나 힘이 있든지 내 발걸음에도 동요를 일으키며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개천을 따라 계속 오르다 보면 자연과 점점 가까워지고 추위에 움츠렸던 몸도 기지개를 켜듯 힘이 들어갔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등산로를 따라 바위에 부딪히며 내리는 물줄기에도 강한 힘이 느껴진다. 차가운 만큼 더 맹렬히 내리치는 물줄기의 힘, 끊임없이 흐르는 물줄기는 잔잔한 물결도 만들고 다시 물길을 따라 세차게 내리치며 제 갈 길을 간다. 그걸 바라보고 있노라면 요즘 말하는 물멍 그 자체로 힐링이 제대로 된다.
계절의 변화에 묵묵히 맞서는 대지의 생명이 머물러 있는 곳, 울긋불긋하던 잎들을 떨어트리며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초연히 서 있는 나무, 자연이 선사하는 무언의 언어, 말하지 않아도 느끼고 사색하며 감탄하고 겸손해지며 나를 돌아보는 작은 행복이 여기에 있다.
오늘의 자연은 그렇게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이렇듯 자연을 가까이하게 되면 매번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기게 된다. 대자연의 섭리란 이런 것이리라. 사계절의 변화에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계속 이어지는 삶, 닮고 싶은 삶이다. 자연이란 그래서 언제나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