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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트 Jan 06. 2024

눈이 내린 날

행복한 전염성

투명한 결정체가 모여 하나의 형체를 만들어 놓았다. 

지나가던 나의 시선이 머문 곳

우는 밤, 좌는 방울토마토 그리고 잘 깎아 만든 제법 뾰족한 주황색 당근 코가 중앙에 딱 박혀 익살스러운 눈

어쩜 예술성도 저리 뛰어난지.

감히 흉내도 못 낼 작품이라 얼굴만 내민 짓궂은 눈사람에 눈길이 자꾸 간다.

그래서인지 나뿐만이 아니라 지나가는 이웃들의 눈길도 끌며 인기 만점인 눈사람은 길모퉁이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풍부한 재료 덕분인지 다양한 눈사람이 주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추운 겨울날이지만 동심으로 빚어낸 작품들을 보다 보니 마음이 따듯해진다. 

사랑이 머문 자리처럼......,


하얀 눈이 그토록 흩날리던 날

해도 달도 커다란 눈 항아리에 가려져 온 세상이 백설처럼 곱게도 펼쳐진 날

모든 것이 보드라운 담요에 가려져 그토록 고요하기만 하더니   

어느새 어린아이의 손에 이끌려 나온 젊은 엄마 아빠들이 여럿 고개를 내밀고

잠자듯 고요한 적막을 깬 동심의 웃음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그리고 다음 날 


겨울이라는 계절만이 선사하는 짧은 추억의 선물 보따리들이 여러 곳에 펼쳐져 있다.


 


















수북하게 쌓인 눈길 사이로 저렇게 많은 추억과 이야기를 펼쳐 놓다니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한 지금 

내심 아쉬움이 밀려온다. 

다들 부지런도 하지. 


동네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차 한 잔을 마시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수북하게 쌓인 흰 눈을 덮고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이 저만치서 행복하게 내 눈에 들어온다. 

그런가 하면 뽀드득뽀드득 발자국을 찍으며 동그랗게 만든 눈 뭉치를 다시 데굴데굴 굴려 더 큰 몸체를 만들고 서 있는 아빠와 꼬마의 모습에 그저 바라보고만 있던 내 마음도 어느새 동화되어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행복이 머무는 시간이다.











그 옆으로는 뒤돌아선 엄마를 향해 사내아이가 던진 작은 눈 뭉치가 엄마의 긴 겉옷에 부딪히며 소리 없이 눈꽃을 휘날리며 내려앉는다. 

배를 잡고 까르륵 웃는 아이의 순수한 모습이 어찌 저리 사랑스러울까. 나도 모르게 아이와 같이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

마음 깊이에서 지금은 성장해 성인이 된 두 아이와의 소중한 옛 추억이 되살아나고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면을 만들고 그 추억 쌓기로 누군가는 아름다웠던 옛 추억을 들춰보게 하다니 행복한 전염성은 이래서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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