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행복의 찰나
느린 가을의 향기가 성큼 가까이 다가온 오전이다.
옅은 먹색의 구름이 바람마저 낮은 음색의 색깔을 내며 풀벌레의 울음도 한층 운치를 더하게 한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홀연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초록 풀의 숨결이 베여있는 듯한 가녀린 곡조가 가득 메우고 있다. 작업으로 계속 달려온 여러 날의 나에게 풀벌레의 울음소리는 들뜬 마음마저 가라앉히는 묘한 재주가 있다.
이러니 어찌 자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찌르르~ 찌륵찌륵~ 귀뜰귀뜰~
저녁 산책하러 나간 길에서 들려오는 풀벌레의 높고 낮은 감미로운 울음소리도 길 가던 나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환한 조명이 사방을 밝히는 도시 저편을 등지고 어둠만이 내려앉은 숲의 소리는 놓치고 싶지 않은 갈망의 마음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 자리 그곳에서 가만히 눈 감고 숲이 내뱉는 자연의 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호강을 누리는 시점, 마음이 닿는 촉각의 예민함에 나 스스로도 감동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숲이 품고 있는 생명의 울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 자연을 가까이 벗 삼고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내면의 설렘을 멈출 수가 없다.
하트잎이 사랑스러운 계수나무는 벌써 색을 갈아입기 시작했고 아침저녁의 청량한 공기는 가을의 시작을 알려준다. 자연의 정서를 닮아가고 싶은 순수함이 어른의 내면을 조금씩 건드리는 계절의 문턱에서 이런 간질거림을 난 사랑 한다. 달콤한 자연의 자극이란 참으로 오묘해서 계절의 변화가 가져다주는 새로운 오늘을 접할 때면 매번 경이로운 숲의 맛을 느낌에 감사하다.
습하고 무더운 여름날의 끝자락에서 무던히도 울어대던 매미의 애달픈 울음이 간극의 찰나, 어린아이 울음처럼 순간 뚝 그치고 그 틈 사이로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풀벌레의 다양한 음색에 귀 기울이게 되는 이 시간, 아직 가을의 시작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어느 날 문득 가을냄새에 이끌린 나, 계절의 깊이는 섬세하리만치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나 보다. 삭막한 도시에 깊이라는 감정을 더하는 자연의 생명, 그 에너지를 느끼는 단상의 한 페이지를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