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는 '관계 안에서 서로 의도치 않게 피어난 불안함은 우리 잘못이 아니며, 결국 그것은 우리를 더 크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심오한 메시지를 담았다. 백예린은 듣는 이의 마음을 유영하는 듯한 영롱한 멜로디 속에서 고운 음색을 드러내며 감미로운 분위기를 완성했다.”(네이버VIBE 참고)
백예린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는 2019년 3월 18일 그녀의 두 번째 솔로 미니앨범 ‘Our love is great’의 타이틀 곡이며, 몽환인 노래 분위기와 백예린의 노래 솜씨까지 완벽한 노래이며 필자가 이 노래를 상병일 때(2020년) 처음 듣고 아직도 간간이 듣는 노래인데, 듣다 보니 가사가 심상치 않고, 문학적인 무언가가 있음을 느꼈다. 이번 글은 필자의 인문학적 지식 틀 안에서 백예린의 노래를 해석하는 시간을 갖겠다.
백예린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는 일인칭 시점에서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 노래가 연인의 사랑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만남의 관계 속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모더니즘 시대에서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로 넘어오면서 ‘나 자신’의 존재는 타인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 노래도 마찬가지로 타자와의 만남의 이야기를 통해 온전한 ‘일인칭 시점(온전한 ‘나’로서의 존재)‘이 만들어졌다.
1~3번째 줄의 가사에서 불안한 마음이 어디에서 태어나 우리에게까지 온 건지 본인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불안한 마음(心)은 관계 속의 불확실함에서 나온다. 즉 타인과 만남에서 직면하는 어제, 오늘, 내일 모든 상황이 다 다르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불안함이 우리의 마음속에서 태어나 펴졌다.
4~6번째 줄의 가사에서 ‘나도 모르는 새 피어나’ 다음 가사가 ‘우리 사이에 큰 상처로 자라도’로 이어지는데 ‘모르는 새 피어남’은 무의식 속 불안한 감정이 발산됨을 의미한다. 발산됐고, 행동(표면적)으로 보였기에 우리 사이에 큰 상처로 자랐다. 하지만 우리 사이의 불안감을 백예린은 이해하기에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 누구의 잘못일까? 사실 둘 사이의 관계 속에서 나타난 일이기에 서로의 잘못이 맞다. 하지만 서로의 잘못이기에는 너무 남 탓 같고 서정적이지 못하니 ‘아마’라는 표현을 썼고, 문장에 ‘아이러니’함을 구성했다.
7~11번째 줄의 가사에서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한다’라는 표현으로 시작한다. ‘손’을 잡는다는 것은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그 사람과 함께 십 리를 동행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노래에서 ‘손잡음’은 공동체적 관계에서만 가능하다. “공동체는 기본적으로 조화로운 상태에 놓여 있어야 한다. 공동체는 정과 의리의 세계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원래 착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다툴 만한 ‘이익’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화로운 상태의 추구’가 ‘이익’보다 우선시 될 때 비로소 ‘손잡음’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손을 잡아야 한다는 말로 ‘우리는 조화로운 상태가 돼야 해.’를 뜻하고 있다. 왜냐하면, 바로 다음 줄에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즉물적으로 보았을 때 손을 잡음으로써 우리는 바다에 빠지지 않는다. 반(反) 즉물적으로 보았을 때 이 노래에서 말하는 ‘바다’는 불안의 표상이다. 바다에 빠지게 된다면 우리의 관계는 감정적으로 되며 파도에 휩쓸려 아무것도 남지 않는 관계가 돼 버린다. 이러한 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서 손을 계속 잡아야 할 것을 요구한다.
다음 줄의 ‘끊임없이 눈을 맞춰야 해’란 가사가 나온다. 바다에 빠지지 않게 끊임없이 눈을 마주치는 관계는 ‘애착의 관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애착이 식지 않았으면’하는 마음과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를 확인해야 하는 모습을 요구한다.
다음 줄에서는 ‘가끔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이란 가사가 나오는데 이 줄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익숙해져 버려서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너무 익숙해져 버린 ‘우리의 관계’가 익숙함에 속아 서로를 바다에 빠트리지 않게 하자고 말한다.
13~14번째 줄의 가사에서 ‘우리 사이에 자주 아픔을 줘도 / 그건 아마 우리를 더 크게 해줄 거야’라고 말했다. -‘우리 사이에 자주 아픔’이 우리 관계에서 성장통이 될 것을 암시했다. 우리의 관계가 아픔을 줬을 때 당장은 너무 아프겠지만 그것을 이겨낸다면 우리의 관계는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22번째 줄의 가사에서 ‘익숙해진 아픈 마음들 / 자꾸 너와 날 놓아주지 않아 / 우린 행복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익숙해진 아픈 마음이 우리를 놓아주지 않음은 이는 ‘우리의 아픔에 역사가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를 놓아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 연결될 수 있다.’를 의미한다. 역설적으로 아픔의 역사와 불안이 우리의 관계에서 손상을 주지만, 오히려 그러한 점이 우리 관계의 연장선이 된다.
아픔의 역사가 우리의 연결고리가 되지만, 우리가 행복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을 제시한다. 아마 백예린은 행복한 관계가 될 수 없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어지는 23~27번째 줄의 가사가 ‘우리의 관계가 위험해지면 안 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정리
불안한 마음은 관계 속 불확실함에서 온다. ‘손잡음’은 공동체적 관계일 때만 할 수 있다.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라는 표현은 ‘서정적’임과 아이러니함을 포함한다. 이 노래에서 ‘바다’는 우리의 관계 속 ‘아픔, 상처, 불안’을 의미한다. 아픔의 역사로 우리의 연결고리가 있지만 이러한 연결고리를 버리고, 행복하고 안전한 다른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함을 노래 가사로 썼다.
모든 인간관계는 한 치 앞을 모르는 기찻길과 같다. 기차를 타고 있을 때 우리는 일자로 쭉 나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기찻길을 보면 구불구불해져 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인간관계도 ‘상호 배려’ 덕분에 관계가 일직선으로 보이지만, 인간관계의 실체는 구불구불함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재미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가사를 통해 우리는 ‘관계의 불확신함’에 놓인 불안과 이로 인한 상처와 아픔을 서로에게 주더라도 감정의 늪에 더 크게 빠지지 않게 서로에게 의존해야 한다. 그리고 의존을 통해 우리를 잃어버리지 않고, 관계를 더 돈독히 만들어줄 수 있음을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에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