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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알아가기 위해 타로를 펼치다

타로카드 셀프 활용법 

왜 우리는 살면 살수록 자신에 대해 알기 어려운 걸까요? 영원히 알 수 없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탐험은 과연 언제쯤 완성될 수 있을까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나를 알아가는 것이 숙제 혹은 인생의 과업이라고 합니다. 나의 겉모습을 살펴보기 위한 도구는 다양합니다. 거울이나 사진, cctv 영상 속에서도 나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나의 겉모습이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짜 나를 담아낼 수 없죠.      


이현수 작가의 단편소설 중 <리플리 부인> 중, 등장인물 ‘리플리 부인’에 대해 주인공 ‘나’ 가 설명한 부분입니다.      


“그녀는 상습적으로 거짓말한다. 밥 먹듯 숨을 쉬듯 지극히 평온한 얼굴로. 십 분이 지나면 들통날거짓말을 하는데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부지불식간에 생산에는 거짓말은 본인이 제어하지 못하는 사이에 점차 반경을 넓히며 스스로 영토를 확장하거나. 그러면 그녀의 눈은 한층 생기를 띠고볼에는 발굴하게 열꽃이 핀다. 땀샘의 기능이 왕성해지면서 고열에 들뜬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거짓말로 생의 에너지를 얻고 활기를 되찾는 눈치다. 자기가 하는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고있으므로 리플리 증후군과 약간 다르다.” (P.22)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리플리 부인’의 과거 행적을 ‘나’는 퍼즐조각 맞추듯끼워나가면서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름을 세 번이나 바꾸어가면서 뻔한 거짓말을 수없이하면서 만들어가고 한 자신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합니다.      


이름을 바꾼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겉모습을 꾸민다고 나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그노티 세아우톤 (Gnothi Seauton!)”      


이 말은 그리스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글귀라고 합니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는 뜻입니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과연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의문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모색하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테세우스’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목숨을 거는 모험을 합니다. 온갖 도둑들을 물리치고 미국식의 괴물도 쳐 죽입니다. 신화는 바로 우리에게 어렴풋이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자신을 알기 위한 여정 자체가 고행이며, 모험이며, 위험천만한 과정이라는 것을. 그 고통을 마주하기 힘든 사람들은 ‘리플리 부인’ 처럼 거짓말이라는 가면을 바꾸어 쓰면서 자기와의 직면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글쓰기와 타로카드는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요. 타로카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점술’ 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을 보는 이유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행복하고 싶은 소망, 오래 살고 싶은 마음, 삶에 대한 애착 때문에 점을 보면서 위안을 얻습니다. 오늘의 운세, 토정비결, 사주팔자, 점성학 등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수천년 전부터 내려오던 도구였습니다. 타로카드역시 점술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타로카드는 한 장 한 장 낱장으로서 존재하지만 78장 전체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78장 속에는 사상, 종교, 철학, 역사, 신화 등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우주와 인류의 비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타로카드 속에는 인생의 길흉이 담겨져 있습니다.      


칼 융은 ‘의미있는 우연의 일치’를 ‘동시성’이라는 단어로 설명합니다. 타로카드를 우연히 한 장펼쳤을 때 마음에 일렁이는 장면이 떠오르거나 모호했다 생각이 또렷해지기도 합니다. 원하는 삶의 방향에 관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기도 합니다. 타로카드는 의미있는 우연의 일치로 깨달음을 줄수 있습니다.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모두 개인의 몫입니다.      


제가 타로카드를 처음 접한 것은 십일년전이었습니다. 모임에서 재미로 타로점을 봐주겠다면서 그림을그리던 친구가 검정색 스프레드 천을 깔고 타로 카드를 펼쳤습니다. 그 때의 신비스럽고 황홀했던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은 후 다소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는데, 검정색 타로 스프레드 천을 펼친 순간 완전히 다른 시간이 된 듯했습니다. 타로카드를 고르고, 그림을 통해서 내 마음을 읽어주던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나의 이야기는 내 안에서흘러나왔습니다. 의미도 알 수 없는 세 장의 그림이 나의 과거와 현재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 주는듯했습니다. 미래가 어찌어찌 될 수 있다고 얘기해주었지만 딱히 생각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타로카드라는 도구를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로점, 사주, 점성학 뿐 아니라 띠나 혈액형에 따른 오늘의 운세 같은 것도 믿지 않고 관심까지 않던 저는 ‘타로’ 의 세계에 조금씩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타로카드를 전문적으로 배워볼 생각을 품게 되었고 홀린 듯이 몇 년 동안 타로공부에 빠져들었던 것이죠. 타로카드를 뽑을 때마다, “왜 그 많은 카드 중 나는 이 카드를 뽑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됩니다. 그리고 카드의 이미지를 통해서 부여하고자 한 내용을 찬찬히따라가봅니다. 타로카드상담은 질문을 통해 의미를 찾아가라는 과정입니다. 질문에 따른 대답을타로의 이미지에서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타로카드에서 자기만의 질문을찾고, 자기만의 대답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사이의 시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제가 쓴 열 번 째 책 <바람의끝에서마주보다>는 몽골여행기입니다. 2018년 중학생 아들과 한 달 간 몽골을 여행한 경험을 담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사이’라는 단어에 대해 떠올려보았습니다.      


시작과 끝의 사이

출발과 도착의 사이

태어남과 죽음의 사이     


사이의 시간은 지루함의 연속입니다. 과정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어딘가를 향하고자 출발했다면 빨리 도착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인생 여행에서 ‘사이’는 바로 각성의 시간이 됩니다. 사이의 시간을 탐험하면서 나라는 인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됩니다.     


타로카드를 통한 상담 그리고 글쓰기는 바로 ‘사이’ 에서 벌어질 일들에 관한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찾게 해줍니다. 타로 카드로 자신을 성찰하는 글쓰기 책을 쓰고자 마음을 먹고, 문장을 써내려가는 지금 이 순간 역시 ‘사이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어느 곳에 도착할지 알 수 없지만 과정이라는 사이의 시간을 견뎌 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변화없이 멈춘 듯 서게 될 수도 있겠죠. 어느 순간은 빠르게 사이의 시간이 흘러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타로카드는 어쩌면 과거부터 현재, 앞으로 미래까지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겠지요. 그리고 타로카드를 통해 알게 된 자신에 관해 글을 쓰는 거에요. 타로가 우선되어야 하는지, 글쓰기가 우선되어야 하는지 그것을 따질 필요는 없어요. 때로는 타로의 지혜가 직관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테죠. 어느 순간에는 글을 쓰면서 타로의 의미를 뚜렷하게 알게 될 수도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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