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언니 Mar 28. 2022

나는 공부를 왜 하는가

다들 공부를 왜 하세요? 


     

학부 졸업생인 나는 그동안 대학원 진학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싶은 만큼 학문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 대신 내가 잘 살아가기 위한 삶을 위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위를 취득하기 위한 공부가 아닌 나를 알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30대 초반쯤 독서모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발견과 내적성장을 위한 책읽기 모임이었는데 한 달에 한 권 정도 책을 곱씹어 읽으면서 초서작성(필사와 단상쓰기)을 하는 것이었다. 내 생각을 길어올리며, 나의 언어로 정리하는 1년간의 책모임을 성실히 했다. 무려 대학원 입학금 정도의 참가비를 지불하고 긴 시간동안 자기발견 독서모임을 하면서 제대로 읽고 쓰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 살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커지게 댔다.      



독서토론을 잘 하고 싶어서 토론진행자를 양성하는 과정도 배웠다. 책에서 논제를 찾고, 토론을 진행해나가는 법을 배우고 익히면서 입체적으로 독서하는 법을 몸으로 익혔다. 그리고 토론이라는 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가 토론과 독서에 관한 첫 책을 쓰게 되었으며, 어린이 및 청소년과 성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는 재미를 깨우쳤다. 다양한 기관에서 강의를 하고, 토론진행을 하고, 사회자 역할도 해 보았다.      


또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기 위해서 성격과 기질에 대한 공부를 이어갔다. 애니어그램과 MBTI는 유형별로 사람들의 기질과 성향을 정리해놓은 학문이었기에 도움이 컸다. 강사자격증까지 취득하니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졌다. 코칭 분야도 접하게 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대화 스킬도 쌓을 수 있었다. 심지어 타로카드상담까지 배우게 되었다. 사람과의 친밀한 교감을 쌓기 위해 배운 것 중 하나가 타로카드인데 재미를 뛰어넘어 정말 필요한 분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로카드의 재미와 깊이에 빠져들어 정말 열심히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배우러 다니곤 했다.      


그 모든 배움을 매일의 습관으로 장착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학습모임을 이끌었다. 독서, 토론, 필사, 글쓰기, 걷기, 다이어트 등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러운 몸의 일부가 되도록 만들어나갔다.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영역을 배우기보다는 지금까지 배우고 알아왔던 것들을 엮어 나만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모임을 갈망하는 이유는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존재 때문이다. 게으름과 나태한 순간이 올 때 곁에 있는 사람들로 인해 다시금 동기부여 되곤 한다.   

   

“우리는 세상을 관찰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관찰하는 나를 관찰한다. 세상을 관찰하는 나를 관찰하는 동안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간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 중, 김중혁 -     

 

김중혁 소설가는 세상을 관찰하고, 나를 관찰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간다고 말한다. 관찰은 배움을 통한 삶의 확장이다.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타로 카드는 내가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나는 공부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세 장의 카드를 골라보았다. 타로의 이미지는 나에게 대답을 해 줄 것이다. 그 대답에 대한 해석은 나의 몫이겠지만.      


세 장의 카드 컵여왕, 마법사, 악마카드를 골랐다.   



   

1) 컵여왕      

바닷가의 견고한 왕좌에 앉은 여왕은 주위 풍경이나 상황 대신 자신이 들고 있는 컵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주변 상황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 자신의 감정에 빠져 있다. 타로카드에서 물이나 컵의 이미지는 정신과 무의식을 상징한다. 컵여왕의 카드를 통해서 저는 공부를 통해 내면이 풍요로워지고 깊어지는 것을 갈망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 손에 들고 있는 책,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2) 마법사      

마법사는 창조와 시작의 상징이다. 물, 불, 흙, 공기라는 네 가지 원소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뜻의 마법사처럼 저에게 있어서 공부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재료가 아닐까. 다양한 세계에 호기심을 갖고, 어떤 재료라도 연결짓기 원하는 마법사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공부해 왔던 모든 여정들을 되짚어 보면 마법사의 역할을 잘 수행했던 것 같다.      


3) 악마      

세 번째 카드가 ‘악마’여서 뭔가 의미심장하다. 욕망에 집착하는 카드이기도 하며, 끊을 수 없는 중독이라는 키워드도 갖고 있다. 왜 공부는 ‘악마’의 이미지일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무언가라는 뜻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읽어야 할 책이나 배워야 할 영역은 많다. 배우는 것이 제 인생에서 본능적인 일이 아닐까


 그냥 설명할 수 없는 끌림 같은 것이다. 배우고 알아가는 것이 감각적 쾌락과 연결되어 있어서 더욱 강하게 욕망하게 되는 듯하다. 타로카드 역시 거의 10년 가까이 끊임없이 배우고 실전에서 활용하고 있다. 여러 가지 종류의 타로상담법을 섭렵하기 위해서 배운 것들도 상당하다. 유니버셜웨이트타로, 데카메론타로, 심볼론타로, 시간의바퀴타로, 마더피스타로, 오쇼젠타로 등 다양한 과정을 공부하게 되었다. 물론 타로카드나 관련 책을 구매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돈을 쓰기도 했다.      


공부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 타로카드를 활용하여 의미를 찾아보니 내 자신이 더욱 또렷하게 보입니다. 앞으로도 뭔가에 빠져들어 배우며 삶의 이유를 계속 찾아가는 여정을 이어가려고 한다. 그것이 뭐가 됐든 말이다. 

이전 03화 타로카드와 함께 한 제주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