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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와 함께 한 제주여행

이번 여행은 나에게??

여행은 ‘여행중’일 때보다 끝나고 난 후 생각거리가 더 많아진다. 이번 여행이 과연 나에게 어떤 시간이었는지 반추하는 과정 속에서 새롭게 배움이나 가치 등을 발견하게 된다. 홀로 또 함께 했던 제주 여행 중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고, 일상생활에서보다 훨씬 더 긴밀히 무언가와 연결되는 것 같다. 특히 사람들과 함께…



“이번 여행은 나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타로카드 한 장을 뽑아보았다. 질문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타로카드는 새로운 성찰과 발견으로 이끈다. 이번 질문으로 뽑은 카드는 바로 ‘원반 3’ 번이라는 카드다. ‘펜타클 3’이라고도 한다.


3이라는 숫자는 조화와 협력의 상징이다. 점과 점이 만나 선이 되고, 선과 선이 만나 면이 되어 이루는 최초의 도형이 삼각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무언가를 최초로 완성한 숫자이기도 하다. 3이라는 숫자가 지닌 균형감은 의미심장하다. 세 명의 사람이 등장하고, 세 명이 함께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그림이 나왔다.


타로카드를 함께 공부한 이들과의 3일간의 여행이었다. 3명, 3일, 거기다가 원반 3 카드까지. 뭔가 완벽한 숫자 같다. 마더피스 타로카드에서 ‘원반3’은 함께 벽돌을 쌓으면서 집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분업과 협동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벽돌을 찍어내고, 옮기고, 차곡차곡 쌓는 일은 한 사람의 영역이 아니다. 각자의 맡은 바를 잘 이룰 때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웨이트 타로카드에서 ‘펜타클3’은 함께 성당을 짓는 건축가, 성직자, 귀족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귀족은 물주일 테고, 성직자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며, 건축가는 집을 짓는다. 셋이서 이루고자 하는 세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인 세 사람은 마음과 뜻이 잘 맞는다.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시간이 좋았다. 별로 모난 사람이 없었고, 자기의 뜻만 주장하지도 않았다. 자연스레 물 흘러가는 대로 좋아하는 시간을 홀로 또 함께 가질 수 있었다. 아침부터 타로카드를 펼치고, 밤이 되어 다시 타로카드를 펼치는 ‘신기한’ 여행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 여행 멤버들은 타로를 하려고 모인 것일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시시때때로 타로카드에게서 영감을 얻는 여행이었다. 그런데 신비롭게도 그렇게 이루어진 일들이 많다. 날씨도 만남도 음식도 그랬다.


여행의 순간에서 ‘환희’라는 감정을 곧잘 마주했다.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는 도시의 떠들썩하거나 시끄러운 감정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마음이 헛헛해지는 순간 제주 바다의 파도는 깊은 수심을 씻겨 내려가게 한다. 크림이 잔뜩 올라간 라테 한 잔을 마셨던 카페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청보리가 넘실대는 가파도에서 헛헛한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진다. 비가 내렸던 순간 빗소리 들으면서 마셨던 와인 한 잔은 그 자체로 행복한 향기로 남아 있다. 아침의 햇살을 받으며 각자 산책을 하거나 요가를 하면서 마음이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바람’이라는 사계리 책방에서 보낸 시간 동안 근심 걱정을 잊어버리고, 책 고르는 재미에 몰입하게 되었다. 성게 미역국 한 그릇에 감탄하면서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찾았다. 신비로운 곶자왈 숲을 걷는 동안 막혀있던 상상력이 물 흐르듯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4월의 제주 여행은 3명이 나름의 가치 있는 목적을 이루는 시간이 된 듯하다. 우리가 지은 집은 무엇일까. 함께 만들어갈 어떤 프로젝트일 수도 있을 것이며, 우정과 사랑을 쌓는 시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셋이 언제나 만장일치를 보이거나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관계는 아닐 수 있다. 역할이 분리되어 있고, 각자의 몫을 해 내는 사이다. 끈끈한 우정이라기보다 일을 함께 해내는 사이, 그리고 뜻을 모으는 만남이다.


원반, 펜타클은 결과와 일을 나타낸다.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과 상징이다. 정서적으로도 물론 잘 맞지만 어떤 일을 할 때 결과를 잘 만들어내는 사람들일 수 있다. 여행 중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도 하고, 책방이라는 공간에 머물고, 카페라는 공간을 찾았다. 어디든 좋아하고 마음에 들었다. 화내거나 짜증 낼 일도 당연히 없었으며 무엇을 하든지 간에 잘 어우러지는 결과를 낳았다.


나는 여행을 통해서 협력의 묘미를 배운 것 같다. 우리가 꼭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적인 여행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돕고 돕는 시간이 될 것이며, 서로에게 튼튼한 집이 되어 줄 것 같다. 예술적인 공간과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아직 완성될 결과는 무엇일지 모르겠지만, 과정을 즐기고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나갈 뿐이다. 역시나 좋았던 여행이어서 그런지 ‘여행 후 타로’를 뽑아도 좋은 의미의 카드가 나온 것 같다. 다른 이들에게도 묻고 싶다. ‘각자에게 4월의 제주 여행은 어떤 시간이었나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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