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사나이

나를 파괴하는 관계

by 독거부인

가난한 집안의 장녀인 아리따운 그 처녀는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을 키우느라 친구도, 애인도 없는 세상없는 착한 사람이었다. 저녁식사를 위해 시장에서 쇼핑을 하던 그녀에게 푸른 수염의 잘생긴 남자가 말을 걸었을때, 그녀는 사랑에 빠졌다는 착각에 빠져버렸다. 잘생기고 부유하게까지 보이던 그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성에서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잘생겼는데 외롭기까지 하다니 이런 남자를 내가 사랑으로 보듬어주리라 다짐한 처녀는 덜컥 그와 결혼을 하게된다. 첫날 밤, 남자는 각방의 열쇠 꾸러미를 내밀며 그 중 가장 크고 보석이 박힌 열쇠를 가르키며 말했다.


" 제발 이 방만은 열지 말기를 바래. 절대,절대 열지마. "


남자의 눈은 순간 날카롭게 빛을 내며 그녀를 노려보듯했다. 이제 이 성의 여주인이 된 그녀는 기쁜 나머지 남자의 표정을 지나쳐버렸다. 며칠동안 처녀는 넓은 성의 각방을 둘러보느라 바빴다. 이제까지 좁은 집에서 동생들에게 방을 양보한채 살아왔던 그녀의 삶은 드디어 봄날을 맞이한 것이다. 남자는 아침에 집을 나서서 밤 늦게 들어올때가 많아 좀 심심하다는 것 빼고는 괜찮은 생활이었다. 그렇게 한 달여가 흐르자 그녀는 열지 않은 그 방이 궁금해졌다. 남편에게 그 방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남편은 그녀가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책을 보거나 방을 나가버렸다. 처녀는 점점 남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외롭게 살아 말 수가 적은 것 뿐이라고, 사람을 대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려고 했다. 처녀는 낮에 홀로 명상을 하고, 심리학 책을 읽어 보기도 했다. 그녀는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채 하루종일 남편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다. 남편을 떠올릴때면 열어보지 않은 그 방이 함께 떠올랐다. 그녀는 그 방에 대해서도 집착하게 되었다. 남편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커질수록 비밀의 방에 대한 의문이 커지기만 했다. 결국 남편이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던 밤, 처녀는 그 방의 문을 열고야 말았다. 방문을 여는 순간 남편의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 너도 결국 열고야 말았구나. "


남편의 말과 동시에 그녀는 그 방에 떠밀려져 갇혀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 나 썸타던 애랑 끝났어. "


일요일 낮 '환승연애'를 열심히 시청하던 딸이 툭 던진 말이다.


" 좀 아쉬워? "

" 좀 잘생겼지. ㅋㅋ nerdy해. "

" 잘생겼는데 너디하면 ... 공부는 잘하겠구나. 자존감도 좀 높을 수 있지. 외모가 좋으면 칭찬을 많이 받으니."

" 자기세계가 깊더라고. 이기적인건 아닐까? "

" 걔 아부지 뭐하시노? 요즘은 할아버지가 뭐하셨는지도 물어봐야 된다는데.. "

" ㅋㅋㅋ 좀 아쉽지만 끝냈어."

" 딸아... 사람을 유형으로 나누는건 의미없더라. 매력적인 사람일 수록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너의 모습을 잘 들여다 봐야해. 마음이 불편해진다면 또 그 느낌이 연속된다면 절대 그 사람은 너에게 맞는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너를 해치게 될지도 모른단다. "


나와 같은 학부의 여학생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한 학년 위의 선배와 커플이 되었다. 너무 이른 감이 있었지만 선배의 적극적인 표현으로 며칠만에 두 사람은 은밀한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은밀한 행각은 커플이었던 선배에 의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는 정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장학생으로 입학했던 그녀는 결국 학교를 떠났다. 그녀가 신입생이 아니었더라면, 순진한 편이 아니었더라면, 첫연애가 아니었더라면... 그녀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아이들이 재미있는 연애를 하기를 바란다. 같이 공부도 하고, 탐험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소중한 시간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살다보니 고통은 혼자 담아두고 기쁨은 같이 나누는 사이가 오래가더라.


그 혹은 그녀를 이해하려고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면 그 사람은 푸른수염 사나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의 그 사랑에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백퍼센트 장담한다. 너도 너의 사랑에 대해 의심해라. 지금 그 사랑도 곧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 나의 시간과 이해를 바치고 있는가? 사랑을 위해서 희생을 하려면 봉사단체로 가거나 기부를 해라.


이것이 내가 딸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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