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반려한다는 건 참 많은 책임이 따르는 것 같다. 분명 수많은 각오를 다지고 입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여러 시련들과 장벽을 겪게 되기도 했고, 그 순간 속에서 때론 힘들어 울고 지치기도 했지만 그만큼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반려동물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또 최선을 다하려는 책임감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뜨거운 무언가라고 생각한다.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리며 무뎌져 가겠지만 결코 익숙해지진 않는 그런 감정들을 앞으로도 겪어나가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요즘이다.
망고를 입양하기 전에 반려했던 나의 작은 천사들이 알려준 생명의 무게감과 그에 따른 책임감은 실로 대단했다. 나에 비해 너무나도 작디작았던 그 아이들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유골 가루만을 남겼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내 가슴과 어깨를 짓누르고도 남을 정도의 무게였다. 여전히 그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눈에 선하다. 눈을 꼬옥 감고 있으면 여전히 그 아이들이 내 곁에서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았다. 가끔 그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난 것이 꿈은 아니었을까, 아주 길고 긴 악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다시 눈물로 하루를 시작할 때, 그 작은 아이들의 큰 빈자리가 너무 버거워서 무너져 내릴 때도 있었다. 누군가에겐 ‘고작’인 아이들이었지만 나에게는 ‘벅찬’ 존재들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기도 했다. 두 번째엔 무뎌지겠지, 나중엔 괜찮아지겠지 싶다가도 전혀 무뎌지지 않았고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단단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과 함께 했던 추억 때문이었고, 언젠가 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이었다.
이미 5마리의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냈던 나는 여전히 반려동물이 주는 생명의 무게가 무섭고 버겁다. 하지만 그들을 만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생명체를 온 마음 다해 사랑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영광 그 자체였으니.
난 다시 한번 작은 생명체를 사랑할 수 있는 값진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또 사랑해 줄 것이다. 내 모든 불꽃을 다 태워 널 끝까지 지키고 사랑할 것이다. 너의 무게를 매일 느끼며 하루하루 소중히 여기고 감사히 살아갈 것이다. 한 번 상처 입었던 너의 마음을 부디 내가 어루만져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생명은 무겁다고 한다. 생명의 무게감은 감히 그 무엇으로도 잴 수 없다. 그저 얼마나 무거운지 스스로 가늠할 뿐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하루 속, 오늘도 그 책임감의 무게를 느껴본다. 나를 보며 우다다 뛰어와주는 네가, 고로롱 소리를 내며 내 얼굴에 뺨을 갖다 대는 네가 난 여전히 참 무겁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넌 계속 그렇게 무거운 존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