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글씨 Sep 19. 2023

외동묘 성향의 망고와 내 이기심에 대한 성찰




 망고를 반려하면서 고양이의 매력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일상에 푹 빠져버린 나는 한때 둘째 고양이를 반려하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로 인해 하루 8~10시간은 집을 비우는 나와 남집사로 인해 혹여라도 망고가 외로움을 타진 않을까, 혼자 있어서 심심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이 한 번 들기 시작하고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지다 보니 둘째 고양이에 대한 환상과 바람이 커지기 시작했고, 고양이 카페에 올라오는 여러 입양 공고를 살펴보는 단계까지 이르고 말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 '둘째 고양이를 들이는 게 정말 망고를 위한 일이 맞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망고는 지금까지 보호소에 있던 시기를 제외하면 다른 고양이들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망고가 외동묘의 성향인지, 다묘가정에 적합한 성향인지를 쉽게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도 없는 고민의 굴레 속에서 결국 나는 둘째 고양이 입양을 포기하고 망고에게 올인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어느 고양이 집사가 쓴 한 문장 때문이었는데, 그 문장이 가슴에 확 와닿아 여전히 기억에 선하게 남아있을 정도였다. ‘둘째 고양이를 들이는 건 집사 개인의 욕심이지 고양이의 뜻이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그 문장을 본 순간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맞는 말이었다. 고양이들은 말을 할 수 없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의 머리로 멋대로 이해하고 해석해 버린 후 결정을 내리곤 한다. 그리고 이는 주로 사람의 ‘이기심’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내 반려동물이 진정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반려동물을 내 소유물이 아닌 함께 하는 동반자라고 여기고 있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내 결정을 생각하고 돌이켜볼 필요가 있었다.


 망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망고의 성격과 성향을 천천히 되짚어보았다. ’내가 만약 망고라면 둘째 고양이를 들인다는 내 결정을 반가워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내 대답은 ‘반갑지 않을 것이다’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우선 망고는 애교가 많고 보호소에서 우리 집으로 오게 된 후부터 지금까지 쭉 외동으로 살아왔고 나와 남집사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지내왔다. 뿐만 아니라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영역동물이기도 했다. 망고는 다른 고양이의 냄새를 묻혀오면 기분 나빠하는 표시를 내기도 했고 TV나 영상 등에 다른 고양이가 나오면 그 앞으로 다가가 하악질을 하거나 때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모습들을 되짚다 보니 ‘아, 망고는 외동묘 성향이구나’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둘째 고양이에 대한 생각을 접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망고는 특발성 방광염을 앓은 전적이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둘째 고양이의 출현이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 방광염 재발이라는 악순환으로 다시 번질 우려가 있어 ‘우리에게 둘째 고양이는 없다!’라는 결론에 못을 박게 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다묘가정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욕심을 배제하고 철저히 아이의 행복을 우선시한다면 섣불리 둘째를 들이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반려하고 있는 아이가 외동묘의 성향이거나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예민한 성향의 아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첫째 고양이의 성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두 아이를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이 되는지, 나의 시간을 벌기 위해 함께 놀 수 있는 아이를 데려다 놓고 외로운 고양이를 두 마리로 늘리는 것은 아닌지 등을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돌아보아야만 한다. 또 동등하게 먼저 온 아이와 나중에 온 아이를 사랑해 줄 수 있는지까지도 말이다.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고민해 보았을 때 나는 다묘가정에 적합한 집사가 아니었다. 아쉽지만 나의 이기심으로 망고의 행복을 망가뜨릴 수는 없기에, 또 나의 이기심으로 인해 외로운 고양이가 늘어날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난 그 뼈아픈 현실의 결과를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난 앞으로도 무언가를 결정할 때 망고를 우선순위로 두고 결정할 수 있는 집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집사는 처음이기에 늘 실수투성이지만 조금씩 발전하는 집사가 될 수 있도록 늘 노력할 것이다. 그러니까 매일 발전하는 나를 늘 지켜봐 줘, 망고야!




새 스크래쳐가 낯선 망고
나의 전부, 나의 보물 망고
그루밍 하는 망고
세계 고양이의 날에 사준 텐트가 마음에 든 망고


이전 15화 고양이와도 감정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느낄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