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글씨 Sep 13. 2023

고양이와도 감정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느낄 때




 도대체 무엇을 기점으로 그런 편견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주인과의 감정 공유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편견에 휩싸인 적이 있다. 딱히 그런 편견이 생길만한 거리가 없었던 것 같은데 참 희한하게도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이 전까지는 한 번도 고양이를 반려해보지 않았던 점, 고양이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 정도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대게 고양이라고 하면 도도한 이미지, 조금 차가운 이미지, 영악한 이미지, 까칠하고 예민한 이미지 정도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내가 직접 겪어본 고양이의 이미지는 그간 내가 생각해 왔던 고양이의 이미지와는 정 반대였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라는 말처럼 고양이 집사들 사이에서는 ‘냥바냥’이라는 말이 있는데, 망고를 키우면서 냥바냥이라는 말을 아주 뼈저리게 실감하곤 했다. 고양이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처럼 세상 도도한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배를 뒤집어까고 바닥을 뒹굴뒹굴 구를 정도로 애교가 흘러넘치는 아이들도 많다. 차가운 이미지답게 집사에게 무심하거나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수도 없이 눈 키스를 하며 집사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다정한 고양이들도 많으며, 영악하게 구는 아이들과 미련 곰탱이 같이 구는 아이들, 까칠하고 예민한 아이들과 무던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다. 말 그대로 고양이들의 성격과 특성은 ‘냥바냥‘ 그 자체였다.


 보통 강아지들은 주인과의 교류가 잘 되는 사회적인 동물로 알려져 있는 반면, 고양이들은 뭔가 무심한 듯한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사실은 고양이도 집사의 감정을 예민하게 잘 느끼는 동물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다소 단순했다. 언젠가 남집사와 크게 다툰 적이 있었는데 우리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망고가 갑자기 안절부절 못 하더니 '우우웅' 하고 울며 싸우지 말라는 듯 나와 남집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모습에 아차 싶었다. 마치 어린 자녀들에게 부부싸움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아, 망고 앞에서 싸우는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물 밀듯이 밀려들어오곤 했다. 이처럼 고양이들은 집사들에게 그저 무관심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내 기분을 종종 살피는 것 같기도 했다. 속상한 일이 있어서 울 때는 곁에 다가와 헤드번팅을 하기도 하고, 행복하게 하하 웃으면 까만 꼬리를 바짝 세우고 다가와 고로롱 소리를 내며 울기도 했다. 내가 아플 땐 침대 위로 올라와 곁을 지켜주기라도 하듯 옆에 함께 누워있곤 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기특하고 든든하고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망고와 감정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와닿는 것을 느낀다. 긍정적인 감정도 부정적인 감정도 모두 교류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 만큼, 망고에게는 늘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아프고 힘든 것은 다 내가 할 테니, 넌 그저 행복하고 기쁜 감정만 갖기를.'이라는 말을 매일 가슴속에 품으며 오늘도 나의 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망고에게 한껏 표현해 준다. "사랑해, 망고야." 하고.

 

 

이전 14화 이사를 한 후 우리들의 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